퇴직한 직장선배님 모친상, 작은 보답으로 얻은 뿌듯함

by 차밍

토요일 아침,

여느 때와 다르게, 나는 퇴직하신 직장선배님의 모친상 장례식에 갔다.


비록 선배님과 한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한 적은 없었으나,

퇴직 후 몇 번 마주칠때마다 그는 내 이름을 반갑고 정겹게 불러주셨다.

그 소박한 친근함은 내 마음 한구석에 작은 고마움으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선배님의 모친상이 직장 게시판에 올랐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이 온기로 부풀어 오르기 전,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할 주말의 번잡함이 닿기 전에,

나는 그 고요하고 선선한 아침을 택했다.


마침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병원이었기에 부담이 없었다.

아직 새벽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7시 30분 경,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장례식장 또한 예상대로 고요했다.



미리 유튜브를 통해 숙지했던 예의를 따라,

경건하게 향을 피우고 두 번의 절을 올렸다.

상주분들과의 맞절 속에 짧게나마 내 인사를 전했다.


장례식장 한켠, 지인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계시던 선배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고,

선배님은 나를 보시더니 순간 눈을 크게뜨며 놀라움과 함께 고마워하셨다.

그 모습을 마주하며 마음속 깊이 자리했던 작은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린듯해 마음이 충만했다


나는 장례식장 밥을 정말 좋아한다.

든든하고 소박한 한식,

특히 따뜻하고 촉촉한 흰쌀밥에 장례식장의 메인메뉴인 깊은 맛의 육개장 한 그릇은 어떤 고급 요리보다 큰 위안을 준다.


동태조림, 멸치볶음, 잘 익은 김치, 쫀득한 떡, 신선한 과일들이 나왔다.

그런데..... 은근히기대했던 보쌈이 나오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이따 근처 스타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하고 폭신한 베이글을 위한 약간의 여유를 남겨둘 수 있다는 꽤 그럴듯한 이유로 스스로를 위안했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선배님께 작별 인사를 드렸다.

선배님은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까지 배웅하시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셨다.

선배님께서 주셨던 따뜻함에 작게나마 응답했다는 생각에 나는 더할 나위 없는 뿌듯함을 안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그렇게 오전의 엄숙한 시간이 끝나고, 평온한 주말 동네 일상 풍경 앞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하고 폭신한 베이글을 앞에 두고 이 글의 끝자락을 적어 내려간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글을 끝내고 책에 기대어 더 머무는 것이었으나,

글을 마무리할 즈음이 되자 이 공간이 지루해졌다.

마치 또 다른 무언가가 나를 부르는 듯했다. 이 공간에 대한 작은 권태일까?


어쩌면 삶이란 이처럼 예상치 못한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소박한 감정들로 채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차의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할까 한다.

오늘 오후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이렇듯 불확실함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기다리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묘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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