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책과 속옷, 수건이 든 쇼핑백을 옆자리에 두고 내렸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정류장에 내려 버스가 막 떠난 뒤였다.
언제나 손에 들려 있던 쇼핑백. 하지만 그날은 우산이 그 자리를 대신해, 빈손의 허전함조차 가려 버렸다.
버스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순간, ‘이제 그 물건은 못 찾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값과 속옷값, 약 2만 원이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싶었다.
혹시 몰라, 방금 정류장에 내린 시간을 기억해 두기 위해, 시간이 표시된 휴대폰 화면을 스크린샷했다.
그 시각이 내가 물건을 두고 내린 버스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하고 한숨을 돌린 뒤,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승차 정류장을 물었고, 나는 답했다.
그는 마치 익숙한 일이라는 듯,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물론 종점까지 가는 동안 누군가 집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고,
나와 멀리 떨어진 그 물건은 무방비 상태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미 끝났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험은 내 부정적인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회사까지 찾아가야 했지만,
덕분에 뜻밖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만약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스치지 못했을 인연이었다.
오늘 아침 운동을 마친 뒤, 어제 찾아온 수건과 속옷을 사용했다.
되찾은 물건으로 몸을 정갈히 하고 하루를 시작하니, 마음까지 개운했다.
사소한 분실에서 시작된 사건이 내 하루를 다시 단정히 세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