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바람을 쐬러 집에서 멀지 않은 경주에 다녀왔다.
경주 곳곳 길가에는 이미 주차된 차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었고,
예쁜 한옥 감성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한잔 하려해도,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예상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
다른 도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경주만의 분위기와 풍경, 운치와 멋을 지니고 있었다.
길을 따라 늘어선 기와지붕, 신라의 숨결이 남은 건축물, 전통 한옥 구조의 카페와 숙소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 같았다.
심지어 시청이나 공공기관 건물조차 모두 전통 기와로 덮여 있었다.
현대 건물들이 도시의 멋을 해치지 않고 경주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왕릉들이 자리한 넓은 터도 경주만의 풍경에서 빠질 수 없다.
그곳은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혹은 오래된 동화 속 정원처럼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산책하고 사진을 찍으며, 천년 도시의 고요한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주에 왜 이렇게 많지?, 그냥 문화 유적지가 많아서 그런가?' 싶었지만 이제 그 이유를 알것 같다.
단순히 문화유적이 많아서가 아니라,
다른 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경주만의 한옥 전통 구조의 건축물들, 옛 문화유적, 그리고 왕릉들과 주위를 둘러싼 산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주만의 도시세계'를 구경하러 온 거였다.
경주를 보며 문득 제주도를 떠올렸다.
제주에는 돌담집과 감성 숙소가 있다면, 경주는 기와와 한옥이 빚어내는 전통의 감성이 있었다.
두 도시는 모두 ‘어디서 봐도 그곳임을 알 수 있는’ 자신만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반면 내가 사는 포항은 어떨까.
포항의 개성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거친 동해의 파도와 신선한 회, 바다의 냄새.
그것이 바로 포항의 언어였다.
그 중에서도 바다마을의 정취를 가장 잘 간직한 곳이 구룡포였다.
그곳은 포항만의 개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경주 왕릉 공원에 포항을 홍보하기 위해 장미꽃들을 '포항시'라는 이름을 걸고 전시해 놓은 걸 봤는데,
그걸 보고도 사람들이 '아, 포항 한번 가보고 싶네!' 라고 생각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포항만의 멋과 분위기가 담긴 뭔가를 전시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고보니 우리 가족도 연휴에 어디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경주로 향했던 것도
경주만의 분위기가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있고, 다른 도시들은 딱히 특별한 기억이 없어 흐릿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만 다른 도시들은 과연 경주나 제주도처럼 각자 그 도시만의 분위기와 특성을 제대로 뽐내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 지역의 어느 한 부분만 봐도 "아, 여긴 거기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는 곳은 제주도와 경주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경주를 여행하며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도시에도, 사람에게도, 그리고 글에도 ‘고유한 색깔’이 필요하다는 것.
내 블로그를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재도, 문체도, 구성도 비슷했다.
‘차밍남’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정작 나만의 온도와 색은 아직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글과 사진 이외에 나만의 요소를 더해야 한다.
글의 구조, 색감, 사진 배치, 문장 리듬 등,..
마치 경주의 도시 설계처럼, 하나의 일관된 미학을 입히는 것이다.
내가 만든 공간이 단순한 정보의 기록을 넘어,
읽는 사람에게 “아, 이건 차밍남의 글이구나” 하고 느껴지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가야 할 방향이었다.
경주는 딱히 홍보도 많이 없었것 같은데도 국내인, 외국인 모두에게 인기있는 관광 도시이다.
그 이유는 변하지 않는 ‘자기만의 정체성’ 덕분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과 도시, 그리고 콘텐츠가 오래 남는 비결이다.
나도 이제 내 글과 공간에 경주 같은 ‘자존감’을 심어야겠다.
누가 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나만의 색깔을 살려야 겠다.
이제 내 블로그부터 제주도나 경주처럼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곳으로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