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는 그야말로 ‘황금’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먼 직장생활 탓에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가족과의 추억과 정을 다시금 가득 채우고 온, 그야말로 내 마음을 꽉 채워 재충전한 소중한 연휴였다.
오랜만에 만난 네 살 조카는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웠다.
가족과 함께한 나들이는 충만하고 안락한 시간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운치 있고 뷰가 좋은, 마치 궁궐 같은 카페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함께 산책하며 행복한 사진들을 잔뜩 남겼다.
이어진 바닷가 나들이에서는 스카이레일을 타고 파도치는 동해바다 위에서 가족과 단아하고 따뜻한 시간을 만끽했다.
그리고 특별했던 건, 엄마와 단둘이 외할머니 댁에 갔다가 백화점에서 소소한 쇼핑까지! 둘만의 소중한 추억도 하나 더 만들었다.
문득, 나는 그동안 직장은 마치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갉아먹는 '하마'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연휴를 보내며 깨달았다.
오히려 그 ‘하마’ 같은 직장이 있었기에,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직장이 역설적으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소중함을 알게 해준 계기가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처럼 매일 가족들과 붙어 지냈다면 어땠을까?
아마 익숙함과 평범함에 속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채 무심하게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거리감이 오히려 마음의 밀도를 높여준 셈이다.
그러니 이 감사한 깨달음에 직장에게 고맙다는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아직 토요일, 일요일 이틀의 연휴가 더 남아있어 조금 더 부모님 곁에 머물며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올라가서 해야 할 과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직장 출근 전, 잠시나마 나만의 '정비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듯싶어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 가족은 모두 각자의 직업 전선에서 힘들고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
정말 천만다행히도 이번 명절이 길었기에, 그동안 직장생활로 지쳐 녹초가 되어있던 우리 모두 마음과 체력을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었다.
물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업무를 하다 보면 또 지치고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그런 날들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의 평화와 행복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살이가 원래 좋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날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누군가가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삶은 가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해야, 비로소 꽃길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제까지 살면서 이번 명절만큼 뜻깊고 알차고 보람 있는 휴가를 보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황금연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간이었다.
이번 연휴는 온전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하기로 다짐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그 목표를 훌륭히 이루어낸 것 같아 뿌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쯤 더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남겨둔 과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결국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올라가는 KTX 안에서그 여운을 글로 남기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전에는 가족에게서 전화가 와도 머릿속에 가득 찬 직장 업무와 나만의 생활 때문에 무심하게 빨리 대화를 끊어버리고 통화를 끊내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이고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런 패턴을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랬던 와중에 다행히, 이번 명절 연휴 덕분에 내 머릿속 90% 이상을 차지하던 '직장생활 생각'을 잠시 밀어내고, '가족 생각'이 50% 이상 가까이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추석이 특별했던건
오랜만에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가 직장생활 속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그동안 엄마에게 너무 소홀했던 나 자신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했다.
그래서 이번 명절을 계기로 깊이 반성했다.
앞으로는 엄마에게 더 자주 관심을 갖고,
엄마의 하루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월요일 사무실에 출근해서 직장 동료들과 마주하고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그새 가족 생각은 다시 머리 한구석으로 밀려나고, 직장생활과 업무 걱정이 다시금 머릿속 전체를 빠르게 채우게 될 것이 벌써 눈앞에 훤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억지로 가족을 머릿속 뒷전으로 밀리지 않게 하는 것은, 단순히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는것 같다.
이제 가족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자주 듣고, 자주 서로 얼굴을 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은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정해보기로 했다.
마치 우량주식에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하듯이, 꾸준히 가족에게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번 추석 황금연휴가 내게 가르쳐 준 가장 큰 지혜이자,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