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5,000원 이내로 쓰기로 결심한 지 하루만에,
다음 날 결혼 축의금을 20만원이 나갔다.
그리고 이틀 뒤, 후배들 저녁 술값으로 9만원이 나갔다.
부족한 독서와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술자리는 최대한 피해왔지만
사회생활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달에 한번 정도는 참석하게 된다.
최근 "돈을 아껴 쓰자"고 다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솔직한 심정으로 이번엔 후배들이라도 더치페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생활하기 빠듯하니 오늘은 미안하지만 더치페이 하자'
이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결국엔 내가 저녁값을 계산했다.
술자리를 마치고 일어나서 계산대로 향할 때,
후배들 앞에서 선배로서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먼저 나를 불러준 그 마음이 고마워서 끝내 계산을 내 손으로 했다.
축의금 낼 때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20만원을 할 지, 10만원을 할 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데 접수대 앞에서 선배들이 지갑에서 돈을 한뭉치 꺼내는 걸 보고,
결국..나도 따라서 20만원을 냈다.
역시 내 다짐과 현실은 다르다.
후배들 아끼는 마음으로 기꺼이 사주기는 커녕
돈을 아까워한 내 모습이 조금 못나 보여 씁쓸했다.
그날 저녁을 얻어먹은 후배들이 "다음에 비싸고 맛있는 걸 사드릴게요"라고 말해줬다.
예전엔 고민없이 내가 먼저 지갑을 열고,
축의금도 남들보다 더 냈다.
이제는 그런 순간마다 망설인다.
그 망설임은 예전보다 돈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번에도 돈은 예전만큼 나갔지만, 예전의 나보다는 조금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