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업무 떠넘기기, 카네기도 박수칠 직장인 일화

by 차밍

직장 내에서 업무 분담 때문에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는 건, 어쩐지 직장생활의 숙명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최근 내 손에 들어온 민원 서류도 그랬다.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니, 딱 봐도 내 담당이 아니었다.

내가 섣불리 처리하기엔 여러모로 한계가 명확했고, 해당 민원과 더 연관있는 직원이 맡아야 할 일로 보였다.


하지만 다짜고짜 "이건 당신 일이다!"하고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일단 그 민원 서류를 들고 해당 직원에게 찾아갔다.

"이 민원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는 게 좋을까요?"

의견을 구하는 형식으로 접근했따.


하지만, 상대방은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건성으로 얼버무리고는 다시 내게 돌려줬다.

전혀 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더 이상 돌려 말할 수 없어, 결국 직접적으로 물었다.

"이 민원은 a님이 직접 답변하는게 낫지 않아요?"


그러자 그 직원은 어이없다고 말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 민원은 그쪽 팀에서 당연히 답변하는 게 맞습니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불쾌감이 가득했다.

나도 모르게 순간 울컥했지만, 똑같이 화를 내며 맞대응하는 대신 차분함을 유지했다.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따져가며 말해봤자, 별 이득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상대방 자존심을 밟아가면서까지 이긴건 결국 소용없다'라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우선 '알겠다'고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상대방이 그렇게 언성을 높여가며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 팀 업무'라고 주장하니,

순간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 스스로도 처음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하는 후회와 함께, 내 생각을 상대방 생각에 맞게 끼워맞추기 까지했다.


일단 해당 민원 업무를 접수하고, 답변 처리 방법에 대해 팀장님과 논의했다.

팀장님은 문서를 찬찬히 읽어보시더니 '이게 우리가 접수하는게 맞아요?' 라고 물었다.

역시 내 촉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이야기해봤지만 우리 팀이 해야 한다고 해서 일단 접수하게 되었다는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내 설명을 들은 팀장님은 그 직원이 이 민원업무를 접수처리하기 싫다면 우리가 답변처리하되, 우리가 작성한 답변에 대해 그 직원에게 '협조 결재'를 올리자고 제시하셨다.

그리고는 직접 그 직원에게 가서 이에 대해 얘기했다.



놀랍게도, 나에게 언성을 높이며 반박했던 그 직원은 팀장님 앞에서는 아무런 불평없이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나와 대화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였다.


결국 나는 민원 답변서를 직접 작성했고, 그 직원에게 협조결재를 올렸다.

내가 작성한 답변서를 받아본 그 직원은 잠시 후, "제가 내용 수정해서 다시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아마도 내 답변을 수정하다 보니, 결국 자기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느낀 것 같았다.


하루 뒤, 그 직원이 완전히 수정된 답변서를 내게 건넸고, 내가 그 답변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그냥 그 직원이 최종 처리까지 하면 될 일을, 내가 작성한 답변을 그가 수정하고 다시 내가 처리하는 식으로, 이중으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직원은 다시 한번 내게 다가와 자기가 답변을 수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 직원이 작성한 답변과 그 이유를 보면, 결국 해당 민원은 처음부터 그 직원이 처리했어야 했다.


분노 대신 차분함을 택했고, 감지혜롭게 대처하여 결국은 내 뜻대로 일이 해결된 것이 뿌듯했다.

역시 책에서 알려준 지혜는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상대방의 단호한 태도와 목소리에 잠시나마 내 판단이 흔들렸던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한층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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