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
내가 기다려달라고 해서 떠나지 않고 더 머물러줘서 정말 고마워
저번주 일기예보를 보았을 때, 오늘이 이별 날이었는데,
웬걸? 오늘도 내 곁에 남아 아침 출근길까지 함께해 주었네.
이제 가을이 끝나가 아쉬움과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넌 이번 주말 최고의 가을날씨를 선물해주었어.
다홍치마 입은 단풍나무들이 나를 맞이해주고, 포근하고 선선한 바람으로 내 곁을 채워주며 온전히 너의 모든 것을 내어준 것만 같아.
이번 주말, 홍제천, 연세대, 남산공원, 올림픽 공원 곳곳에 너를 만나러 갔어.
차가운 날씨와 비바람이 지나가도 넌 꿋꿋이 자리에 서 있었고,
단풍잎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남은 색들만으로도 고운 옷을 차려입은 듯 나를 반겨주더라.
그런 너를 더 붙잡으려 하는 건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해.
너가 내 부탁을 듣고 더 머물러줘서 정말 감사하고, 내 마음은 충만함으로 가득해
이 큰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 싶어.
넌 아름다운 마음으로, 고혹적이고 황홀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데,
나는 그 베풂을 받고 있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보면
문득 미움이나 짜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어.
네가 내게 건네는 따뜻함과 충만함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채
너와는 너무 다른 감정에 휘말릴 때면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쉽게 조절이 되지 않더라.
가을아,
텅 비어 있던 나에게 다가와 선선한 바람과 눈부신 색감, 그리고 마음을 가득 채우는 황홀함을 선물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너가 떠날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넬게.
기쁘게는 못하겠지만, 이 고마운 마음만은 담아서 배웅할 거야.
이제 이번 주 후반부터는 너가 정말 떠날 것 같다는 아쉬운 예감이 강하게 들어.
그래도 오늘, 지금 이순간도 넌 내 곁에 남아주고 있어서 고마워
가을아 온 마음으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