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업무 논의를 위한 회의가 있었다.
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았고, 회의는 내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말과 행동이 빨라졌다.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문장은 길어졌으며, 핵심도 흐려졌다
목소리는 차분함을 잃고 가늘고 높은 톤으로 변했다.
말을 쏟아낼수록 상황은 뒤죽박죽 복잡해지고, 오히려 상대방도 혼란스러워하며 회의는 더 길어졌다
회의가 그렇게 끝난 뒤, 늘 그렇듯 후회가 따라왔다.
나는 평소에 '천천히 행동 하는 게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답답하고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그 믿음을 까맣게 잊은 채, 본래의 급한 본성이 제일 앞에 선다.
'급할수록 천천히 행동하자'
이 문장을 수없이 되뇌었지만, 다짐만으로 행동이 바뀌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야 초조한 상황에서도 말과 행동을 천천히 할 수 있을까?
답답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빨리 벗어나려 하는 욕구가 행동을 서두르게 한다
하지만 이건 잘못이 아니라 생존본능이다.
생존본능을 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본능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차라리 이를 받아들이고, 역으로 잘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마이너스와 혼란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갈 때마다, 더이상 빠지지 않기 위해 바로 뭐라도 행동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블랙홀에 더 빠져들었다
이는 오히려 늪이나 바다에 빠졌을 때,
바로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릴수록 몸이 더 깊이 가라앉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오히려 힘을 빼고 가만히 몸을 맡길 때, 늪은 우리를 풀어주고, 바다는 우리를 띄운다.
늪이나 바다에 빠지는 그런 상상도 하기 힘든 두려운 상황에 어떻게 바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나를 옥죄고, 내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침착하기를 바라는 건 불가하다는 걸 이제는 깨달은 것 같다
침착해지려고 애쓰기보다,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연습해보자
대부분의 경우,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상황에 매몰된 채 상황이 아쉽게 종료되어 버린다
완전히 침착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아, 지금 허우적거리고 있구나”
이 한 번의 자각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 다음, 그 상황에 나를 그대로 맡기는 연습을 해보자
당장 상황을 바로잡지 않아도 된다고,
잠시 그대로 둬도 괜찮다고
내 마음을 먼저 설득하는 일이다.
어차피 세상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대로 퍼즐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글로 다시 내 생각을 흐름따라 풀어 써가면서 마음과 머리에 한번 더 새겨본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수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또 흔들릴 것이다
그래도 오늘보다는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고,
조금 더 천천히 말하고,
조금 더 천천히 반응하는 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