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기 전,
양치 후 클렌징 오일로 썬크림을 지운 얼굴로 잠자리에 들던 내가
어제는 양치도, 세수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나를 놓고 침대에 누웠다.
차에 두고 온 리모컨 때문에
집에서는 TV를 켜지 않던 내가
어제는 굳이 차에서 리모컨을 가져와
채널을 사정없이 돌리며 TV를 봤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이제까지 참아왔던 걸 제대로 풀어낸 걸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풀고 나니 개운하지도 않았다.
나는 매일 지켜오던 루틴을 뒤로하고
끝까지 붙잡고 있던 중심을 놓아버렸다.
금요일 퇴근 후,
나를 완전히 풀어버린 것이다.
마치 끈을 끝까지 잡고
정상에서 버티다가
지쳐 한순간에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처럼.
이런 날은
3~4일에 한 번 정도 찾아온다.
문제는 그날,
나를 조금 놓아주는 게 아니라
완전히 놓아버린다는 데 있다.
그래서 겁이 난다.
이제까지 습관으로 쌓아온 것들이
한 번의 폭발로 무너질까 봐.
만들어놓은 몸
책 읽기에 적응한 뇌
글을 쓰며 쌓아온 문장 구조력과 논리력
너무 열심히, 극한으로 나를 몰아붙이다가
잠시 풀어줘야 할 때 그 방법을 몰라
통제력을 잃어버린다.
참고, 훈련하고, 버텨온 시간에 비해
스트레스를 푸는 법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것 자체가
내가 나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어느 정도는
통제하지 않고
몸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날도 필요한데,
그마저 허용하지 못하는 것 역시
나를 몰아붙이는 또 다른 형태는 아닐까.
문득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말이 떠올랐다.
“죽기 살기로 했을 땐 졌어요.
죽기로 하니까 이겼어요.
그게 답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내가
지금 ‘죽기 살기’로만 가서는
오히려 오래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스스로를 몰아붙여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하며
참아온 것들에 대해
풀어주는 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다시 추진력이 생긴다.
다만, 그 푸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는 걸
요즘에서야 깨닫는다.
금주하다가 한 번에 과음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무너져버리는 것처럼,
묵힌 스트레스를 방법 없이 한 번에 터뜨리면
지금까지 쌓아온 기둥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가끔은 나를 위해 자유를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자유가 나를 더 망가뜨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내 발전을 위해서는 훈련만큼이나 ‘잘 쉬는 법’도 중요하다.
아무렇게나 쉬는 게 아니라, 다시 나를 회복시키고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하는 그런 쉼을 배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