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오늘 안에 끝내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모든 절차가 단계별로 순탄하게 흘러가기만 한다면,
기한에 딱 맞춰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순진한 판단이었다.
역시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일은 초반의 예상을 비웃듯 중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 나오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길을 막아섰다.
자칫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오늘 안에는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하지만 이미 쏟아부은 노력이 아까웠고, 이 변수만 넘기면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기한 내 마무리'라는 목표에 무섭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변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내 마음 속엔 조급함과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간 속에서
생각들은 머릿속을 사방팔방으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오늘 안 되는 것도,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게 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그 평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나는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결정권자들을 독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부담이 되는 요청이었을 텐데
그들은 짜증 한 번 없이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나를 도와주었다.
그 따뜻한 배려 앞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과연 나라면 그들처럼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었을까.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일은 결국 기한 안에 마무리되었다.
끝내고 나니 개운함이 먼저 찾아왔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남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여야 했을까?’
만약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도 받아들이자’는 마음으로
이 일을 대했다면
조금은 더 부드럽게, 덜 흔들리며 처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고, 그 급함이 오히려
한 번에 끝낼 수 있었던 일을
여러 번에 걸쳐 반복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발버둥치는 태도 자체가
일을 더 꼬이게 만들고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일이 해결된 건,
어쩌면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치는 동안
정작 나의 중심을 지탱하는 마음의 기둥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기둥이 무너지며 내 중심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무조건 되게 하자’는 고집보다
‘안 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며
한 걸음 물러나는 태도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걸,
이 경험을 통해 조금은 느꼈다.
안 되는 상황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그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 잠시 머물러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항상 최선의 차선책을 찾는 것보다,
어떤 순간에는 차라리 마음을 비우는 선택이
나를 덜 흔들리게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면
이를 떠올리며 흔들리는 중심을 다시 잡은 후,
다음으로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