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해 요청한 손길이 오히려 상황을 번거롭게 만들고 말았다. 마음이 급격히 불안해지자, 나를 돕기 위해 애써준 분에게 차마 해서는 안 될 실례를 범했다.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괜히 도움을 요청해서 일만 커졌네요.”
내 불안한 속마음을 필터 없이 내뱉어 버렸다.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우리는 서둘러 통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자마자 머릿속에 번쩍하고 깨달음이 스쳐 갔다. 그분은 오직 나를 위해 선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괜히 요청했다'는 말은 상대의 진심을 무색하게 만드는 얼마나 무례한 말이었을까. 심지어 내가 화가 난 것으로 오해할 소지마저 충분했다.
나는 숨을 가다듬고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까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상대는 오히려 "괜찮아요. 일이 잘 처리되었으면 좋겠네요"라며 너그럽게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 다정한 덕담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내리눌렀다.
가끔 TV 속 무례한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생각 없이 행동할까’ 혀를 차곤 했다. 하지만 오늘, 나 역시 사람들에게 지탄받을 법한 행동을 똑같이 하고 말았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고 매일 글을 쓰며 자기를 성찰해왔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실전에서는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타인의 단면만 보고 판단할 자격이 내게는 없었다.
머릿속에만 머무는 철학은 반쪽짜리조차 되지 못한다. 실천하지 않는 신념은 아무런 힘이 없다. 배운 지혜가 온전히 내 것이 되려면 삶의 현장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번 일을 통해 통렬히 배웠다. 무의식은 내 본성대로, 고착된 습관대로 먼저 불쑥 튀어나왔다. 글을 쓰고 되뇌는 것만으로는 수십 년간 쌓인 자동 반응의 기제를 멈추기 어려웠다.
책 몇 권 읽었다고 과거의 내가 한순간에 바뀔 거라 믿었던 건 오만이었다. 이제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반사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단 1초라도 '잠시 멈춤'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 멈춤의 순간, 내가 배운 철학과 신념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때 마음속에서 강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변화해야 할 지점이다.
나쁜 습관이 튕겨 나오려는 찰나를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자
그리고 책의 마법을 불어넣자.
그때 일어나는 거부반응을 그저 눈을 감고 바라보자.
감정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 뒤, 다시 '책의 마법'을 내게 불어넣는다.
그리고 대담하게 용기내어 행동하자
오래된 껍질을 깨고 진화하는 데는 대담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 성찰을 넘어 실천의 영역으로 기꺼이 발을 내딛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