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고향 포항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고양에 있는 혼자 사는 집으로 왔다.
인생에서 제일 큰 숙제가 하나 있다.
가족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다. 특히 엄마, 아빠에게..
친구나 회사사람들에게는 다정하게 하면서 부모님에게는 무뚝뚝한 내가 너무 못났다.
부모님에게 연락 오면 귀찮아하고 빨리 끊으려고만 한다.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아직도 어린아이 대하듯 집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 전화하고
그러는 게 순간 짜증이 나고 귀찮아서 전화를 빨리 끊으려 한다.
끊고 나면 나의 행동에 후회하고 앞으로는 안 그래야지 다짐하는데
같은 상황이 오면 이전 다짐은 바로 사라지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다 부모님이 돌아 가시기라도 하면 얼마나 큰 후회를 할지 두렵고 무섭다.
부모님은 내게 사랑을 바다를 이루고 있는 물보다 많이 주신다.
맛있는 음식 주고 싶어 하고, 외식할 땐 내 돈은 못쓰게 하고 본인들 돈으로 결제하시고,
무거운 것도 내가 못 들게 하고 본인들이 드시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부모님에게 왜 난 다정하게 못하는 걸까?
무슨 과학원리가 있는 걸까. 아니면 성격 문제인 건가..
나이 40이 되면서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이다.
어렸을 땐 아빠는 엄하셔서 우리 형제는 아빠에게 거리를 뒀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30대가 되고 나서는 가족에게 다정한 아빠가 되었다.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기억은 살면서 한 번밖에 없다.
군대에서 내가 이등병 때 아빠와 통화했을 때다.
그때는 군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 목소리만 들어도 울음이 나오고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살만하니 부모님 연락을 귀찮아하는 불효자 되어버렸다.
내일부터 부모님이 전화와도 귀찮게 받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안 될 거란 걸 안다.
이미 많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짐이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아직까지 부모님이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아직까지 부모님께 효도할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지금과 같은 날은 영원하지 않고 세월은 화살 속도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하루빨리 부모님께 다정한 아들이 되어 마음의 큰 숙제를 덜고 싶다.
가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부모님을 대하는 나를 보면 난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나마 여동생이랑 남동생이 요즘 엄마, 아빠에게 상냥하게 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여기에서 한 번 연습해 보자
"엄마, 아빠 내가 무뚝뚝하고 연락 귀찮아해서 미안해.
돈 많이 벌면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같이 좋은 곳에 여행도 자주 다니자.
이번 3일 동안 포항에서 엄마, 아빠와 같이 보내서 너무 편하고 좋았어
같이 며칠 지내다 지금 혼자 있으니 적응 잘 안 되고 약간 우울한 것 같기도 하네.
말은 못 하고 있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엄마,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