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과 함께 보낸 소중한 3일 기록

by 차밍

사촌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온 김에

포항에 며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미 유부남인 남동생은 포항에서 조금 쉬다가 내려온 그날 바로 올라갔다.

내려온 김에 가족들과 하루라도 더 이따가 올라가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육아로 고생하고 있는 남동생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말리지 않았다.


다음 날 점심에 엄마, 아빠는 결혼 전 둘을 서로 주선해 주셨던 아빠고모님 장례식에 가서

나와 여동생은 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미스터피자에 갔다.

나에게는 미스터피자가 피자 중에 최고 맛있다. 그 외 다른 피자를 먹었을 때 만족했던 적이 없었다.

피자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회사생활로 스트레스받고 있는 여동생에게 네이버 블로그를 해보라고 추천했고

여동생도 내 얘길 듣고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여동생이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미스터피자 리뷰글을 블로그에 올려보자고 했다.

여동생이 나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하기로 한 리뷰글은 작성하지 않고 있다.

미스터피자에서 미디엄사이즈로 시켜 6조각 중 4조각 반을 내가 먹었다. 역시 피자 중엔 미스터피자였다.

포항 미스터피자 (양덕점)

다음으로 여동생이 가고 싶은 카페가 있다 해서 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다다르자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를 보니 꽉 막혀 있지 않은 줄 알았던 가슴이 뻥 뚫리고 모든 고민들이 순간 사라졌다.

바다를 보니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간 카페는 바닷가 앞에 있는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었다.

고전 유럽풍 느낌에 공간마다 특색 있게 꾸며놨다.

나중엔 엄마, 아빠까지 불러서 다 같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엔 우리 가족은 소고기 먹으러 산에 있는 외진 식당으로 갔다.

엄마는 이곳 식당 고기를 먹을 때 내 생각이 많이 나서 데려 오고 싶었다고 했다.

고기맛은 내가 아는 서울 소재 고기맛집 보다 맛은 없었지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꼭 내가 아는 소고기 맛집에 엄마, 아빠를 모시고 가야겠다.

엄마, 아빠는 맛있는 걸 먹을 때 항상 자식생각을 먼저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고 미안했다.


엄마가 해준 카스텔라

저녁을 먹은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카스텔라 빵을 해주겠다며 달걀과 우유 사러 마트에 가자고 했다. 마트에서 나와 여동생은 저녁에 소파에 편하게 앉아 영화 보며 먹을 맛있는 간식들을 골랐다.

마트에서 가족과 집에서 편히 쉬면서 먹을 간식을 고르는 일은 설레고 행복했다.

집에 도착하니 어두운 저녁이 되었고 나와 여동생, 아빠와 거실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를 봤다.

영화 중간에 야한 장면이 몇 차례 나와 민망했고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화러닝타임이 3시간이었지만 우린 끝까지 다 보았다.

다음 날 우리 가족은 하루라도 더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천 돌할매와 영천 보현산 댐 출렁다리에 가보기로 했다.

영천 돌할매는 소원을 빌고 돌을 들었을 때 돌이 안 들리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곳으로

나를 제외한 3명은 모두 돌을 못 들었다.

부모님은 내가 좋은 여자와 만나 결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소원했을 거다.

그거 때문에 영천 돌할매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여동생은 무슨 소원을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인 자기의 진로방향에 대한 소원을 했을 것 같다.

나도 요즘 외롭다 보니 최근 관심 있었던 여자랑 잘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보았다.

그런데 돌이 번쩍... 들려 버렸다....

다음으로 출렁다리로 갔는데 도착해 보니 월요일이 휴무날이라 입장할 수 없었다.


아빠는 다른 좋은 곳이 있다고 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안내했다.

오르막 임도를 차로 20분간 올라가니 산장카페가 나왔다.


산장카페는 정말 산장에 있는 나무로 지어진 집처럼 보였다.

실내는 옛날 산장집처럼 벽난로와 옛날 학교에서 쓰던 의자, 나무식탁, 식탁 위 화사한 분위기를 만드는 생화들로 꾸며져 있었다. '나는 자연인이다'프로에 나오는 집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앞마당에는 너무 이쁘고 귀여운 고양이 2마리가 얌전히 보금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고양이들 덕분에 카페에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산장카페 고양이들



카페를 끝으로 포항 집으로 와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나와 여동생은 ktx를 타고 각자의 집로 돌아갔다.

ktx 타러 가는 길에 여동생은 휴가날에도 연락 오는 직장생활이 싫다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걸 시도해보고 싶다 했다. 하지만 팀장님 반응과 부모님 반대가 제일 걱정이라 했다.

난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건 팀장님이나 부모님이 아니라 너라고 말했다.

(나 혼자 하는 것보다 여동생과 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아 우리가 갔던 식당과 카페 리뷰글 작성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보라 했다.)


내가 휴직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직장을 성실히 다니다 보면 내 인생 대부분을 가족이 아닌 직장사람들과 보내게 되고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명절뿐이다.

설날과 추석, 그 외 며칠을 계산하면 1년에 10~15일 밖에 안된다.

부모님 나이 벌써 60이신데 남은 기간 어림잡아 20년 잡아봐도 20 x 15= 300일 이면

1년도 안 되는 시간이다. 그것도 부모님이 80까지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 다니신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그래서 토, 일, 월 3일 동안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 뿌듯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 가족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모님에게 무뚝뚝한 못난 아들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