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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해 주는 후배직원들과의 술자리

by 차밍

직장 후배직원들과 술약속이 있어 버스를 타고 홍제동에 있는 노포 분위기가 나는 삼겹살 집에 갔다.

나를 좋아하는 후배직원들과의 술자리라 기대되고 설렜다.

먼저 고깃집에 도착해서 자리를 맡고 후배직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식당 직원분들이 혼자서 기다리고 있는 내가 심심해할까 봐 친근하게 몇 마디를 걸어주셨다.

한 분은 60~70대처럼 보이시는 분이셨는데 흥이 많으시고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이 식당에서 일한 지가 10년이 되셨다고 해서 비결을 묻자 25년 일하신 분도 계신다고 했다.

식당 내 직원들 분위기가 가족 같아 일하는 게 즐겁다 하셨다.

직원분들이 기분 좋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난 배고플 후배들을 생각해서 미리 목살을 주문해서 굽고 있었다.

고기가 중간쯤 익었을 때쯤 후배직원들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처음 후배직원들을 봤을 땐 무뚝뚝한 이미지 였다.

알고 보니 동생들은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완전 반대였다.

첫인상은 다가가기 힘든 포커페이스 표정에 차가운 분위기였는데 먼저 말 걸어 대화해보니

동생들의 포커페이스 표정이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예의 바르고 마음이 선하고 귀여운 남자들이었다. 처음에 낯을 많이 가렸던 것뿐이었다.

내가 먼저 말 걸어본 게 너무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쉽진 않지만 먼저 웃으며 다가가는 게 서로 관계가 가까워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술을 먹으며 서로 형, 동생처럼 지내기로 하며 남자들 간의 우정을 쌓아갔다.

각자 느꼈던 첫인상과 고마웠던 점, 직장생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들었던 얘기 중 놀랐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 나도 평소 무표정으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나도 내가 평소 표정이 그 정도일 줄 전혀 몰랐다. 충격이었다.

웃는 표정으로 지내려 노력했는데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대화할 때만 웃는 얼굴을 했고, 평소 돌아다닐 땐 나도 모르게 본모습이 나왔었나 보다.


술 먹은 그날 후배들이 나를 너무 좋아해 줘서 내가 몸 둘 바를 몰랐다.

앞으로 후배들을 실망시키면 어떡하나 걱정도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도 있겠지만 그만큼 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괜찮은 형이 될 수 있다.


내가 다가갔을 때 마음을 열고 웃으며 예의 바르게 나를 대해준 후배 동생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나를 너무 좋아해 줘서 감사하다.

소주 한 병이 주량인 내가 그날 3병 반을 먹었는데 다음 날 몸이 힘들어서 술 조절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대신 술자리를 통해 동생들과 이전보다 더 편한 사이가 되어서 뜻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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