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번째 소개팅을 했다.
최근 했던 작년 소개팅 상대는 2번 만나고 서로 연락이 흐지부지되면서 연락을 안 하게 되었다.
이번 소개팅은 부모님이 주선해 줬다.
엄마가 대구에 원룸을 얻으러 부동산에 갔다가 부동산 주인 딸 연락처를 받아왔다.
엄마가 꼭 만나보라면서 나에게 연락처를 보내줬다.
연락처를 저장하고 카톡사진을 보니 미인이었고 나이가 어려 보였다.
실제 나이차이는 6살 차이였다.
내가 자존감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올해 40살이 되니 그때부턴 나이가 신경 쓰였다.
서핑과 여행사진들을 보니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 같았다.
혼자 에베레스트 산을 다녀왔고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엄마에게 연락처 받은 날 상대여성과 연락해서 만날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
며칠 뒤 약속날 늦지 않기 위해 일찍 출발했다.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있어 아직 오픈을 안 한 건가 싶었는데
폰으로 확인을 해보니 오늘이 휴무였다.
내가 실수로 약속전날로 예약했던 것이다.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45분이었다.
그나마 내가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식당 주위를 돌아봤는데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영업하고 있는 식당이 많지 않았다.
국밥, 쌈밥, 떡볶이 집 정도가 다였다. 소개팅 장소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 3곳 중 한 곳을 가는 게 최선이었다.
얼마 뒤 여성분이 약속장소에 도착하셨다.
난 만나자마자 반갑단 인사가 아닌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던 것 같다.
나의 실수를 사실대로 고백하고 근처 식당에 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분은 다행히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다. 우린 약속장소 바로 근처 솥밥집으로 갔다.
상대 첫인상은 카톡프로필 사진과 많이 달랐다.
카톡 프로필은 어려 보이고 미인형이었다면 실물은 어려 보였지만 차가운 인상에 좀 더 통통했다.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여성분도 나처럼 독서와 운동으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한다는 걸 알았다.
한 달에 5권 정도 읽고 독서모임도 나간다고 했다. 나이도 어린데 나보다 독서량이 많아 놀랬다.
이전에는 서핑을 즐겼는데 2년 반전부터 독서와 운동을 거의 매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운동은 크로스핏을 한다고 해서 한번 더 놀랐다. 크로스 핏은 엄청 힘든 운동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몸이 여려 보였는데 입고 있는 코트가 튼튼한 몸을 가리고 있었나 보다.
나는 tv를 안 보려고 리모컨을 집이 아닌 차에 두고 지내는데
여성분이 집에 tv가 없다고 말하는 걸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유튜브도 자기 계발 영상 위주로만 보고 다른 영상이나 쇼츠는 안 본다 했다.
그래서 드라마나 넷플영화는 잘 모른다 했다.(난 쇼츠로부턴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것까지 나와 비슷했다.)
술도 이전에는 많이 먹었는데 자기 관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술을 끊었고 먹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나와 너무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분을 만나 많이 놀랐다.
내가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난 평범한 수준이라 생각했다
자기 관리 열심히 하며 사는 모습을 보니 결혼상대로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은 이성을 볼 때 자기 객관화 여부와 상관없이 외모를 많이 보는데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서로 공감대가 많았지만 첫 만남이라 그런지 가끔 대화가 끊겨 침묵이 흐르는 시간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식당 근처 카페에서 대화를 1시간 정도하고 나서 우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여성분이 자기 실물이 카톡프로필 사진과 비교할 때 많이 다르냐고 내게 물어봤다.
어떻게 좋게 얘기할지 고민하다가 카톡 사진은 미인형이고 실물은 귀여운 형이라고 얘기했다.
여성분에게 나는 어떤지 물어보니 카톡 프로필 사진하고 정말 똑같단다.
그리고 몇 분 뒤 우린 작변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지금 여성분을 떠올려보면 피부가 좋고 잘 웃으며 자신감이 있는 모습이었다.
서로 인연이 될 진 모르겠지만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분을 만나 신기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