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 셋과 오랜만에 강남 양고기집에서 저녁 모임을 가졌다.
며칠 동안 못한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하다 결국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늦었다.
이미 친구들은 약속시간 안에 도착해서 먼저 양고기와 함께 술을 먹고 있었다.
양고기 식당은 빌딩 지하 1층에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건물외부에 식당간판이 없었다.
요즘 폰으로 식당 정보나 위치를 알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건물 밖에 간판이 없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양고기 가격은 우리 생각보다 배로 비쌌다.
양고기집이 다 비슷하겠지 했는데 강남이라 그런지 거의 1인분에 4만 원 정도였다.
그것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었다.
친구 둘은 결혼해서 자녀가 벌써 2명씩이나 있고, 한 명은 이혼 소송 중이고 나는 아직 미혼이다.
친구들은 전부 안전하고 든든한 직장 회사를 다니고 있다.
(CJ, 대학교 교직원, LG 디스플레이)
친구들 회사 직원복지에 대해 들었는데 LG 직원복지가 상상 이상이었다.
숙소와 하루 세끼를 무료로 제공하고, 제공하는 식사를 원하지 않을 때는, 식료품 및 간식을 받을 수 있단다.
관리비는 전기, 가스 사용량 상관없이 한 달에 3만 원.
월급도 많은 데다 밥값, 집값 지출이 전혀 없이 생활할 수 있으니 돈 모으는 데 최고였다.
게다가 일주일 채워진 근무시간만 채우면 출퇴근시간이 자유롭다고 했다.
역시 대기업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은 내가 제2의 인생을 위해 휴직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요즘 내가 독서와 글쓰기를 하며 지내고 있다는 걸 듣고는 cj 친구가 옛 동창이름을 꺼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 동창도 우리 모임 친구들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 동창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와 다르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머리가 좋았다.
cj 친구는 그 동창이 고등학교 기숙사 시절 즐겨 읽던 읽던 책 이름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참고로 그 동창은 중, 고등학교 시절 전교 1,2등을 다퉜고 서울대를 갔다.)
그 친구는 요즘 구글에 이름을 검색해도 나올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잘 나간다.
예전에 기자를 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강남에 있는 회사의 증권 매니저라고 나왔다.
CJ 친구는 내게 예전부터 책을 좋아했고 기자생활하며 글도 많이 써 온 그 동창에게 뭔가 조언을 받아보라고 했다.
(난 최근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면 동창은 어릴때부터 책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읽는 사람이다.)
주위 가까운 곳에 나의 관심사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 거의 10년 만에 바로 그 자리에서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이 되자 난 전혀 서먹함 없이 "너에게 글쓰기에 대한 도움을 받고 싶어 전화했다"라고 얘기했고
그 친구는 "내가 글 써본 경험이 많으니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
우린 설 명절 연휴 지나고 평일 점심시간에 친구의 강남회사 근처에서 만나 글쓰기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다.
그 동창 목소리는 우리 어렸을 때 시절 목소리와 똑같았다.
그렇게 양고기 집에서 시간을 보낸 후 2차로 근처 이자카야 술집으로 갔다.
거기서 내가 대화 주제 스타트를 잘못 끊어버렸다.
요즘 이슈인 정치얘기를 한마디 꺼낸 것이다.
정치에 대해 친구들은 의견이 각자 달랐고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우린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정치얘기는 그만하고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정치얘기는 술자리에서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으로 실감했다.
LG 친구는 내가 요즘하고 있는 블로그를 한번 보여달라 했다.
블로그를 친구에게 보여줄 정도의 자신감이 없었지만 내 블로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필요하기에 용기를 내어 보여줬다.
역시 친구는 내 블로그를 보고 나서 블로그 평가에 대해 말을 아꼈다.....
내 생각보다 반응이 더 안 좋았다.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단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밤 12시가 다 되어서 우린 각자 헤어졌다.
집까지 1시간 30분 거리라 택시비가 아까워 막차 버스를 탈 수 있을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도 버스를 타고 집까지 올 수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어 너무 편하고 고마웠다.
이전에는 기름값 걱정 없이 먼 거리를 차로 왔다 갔다 했지만 이젠 휴직을 해서 월급이 거의 없다 보니
버스를 타며 돈을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버스를 몇 번 타다 보니 버스라도 앉아서 갈 수만 있다면 차보다 편하다는 걸 알았다.
진작부터 이렇게 버스 탔으면 기름값 많이 아꼈을 텐데.....
우리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에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