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직원편이 되어줬던 상사

by 차밍

1월 넷째주는 약속이 많은 한 주였다.

넷째주 금요일은 이전 부서에서 같이 근무했던 동생과 팀장님과의 술자리 약속이 있는 날이다.

난 며칠 전 과음으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그 후로 술을 안 먹고 있다.


팀장님은 정년 퇴직 하시고 관리실에서 화재감시 근무를 하고 계신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는데 이미 후배동생이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동생은 술 안먹는 나를 위해 콜라를 주문했다. 15분쯤 뒤 마침내 팀장님이 오셨다.


술을 안 먹고 고기를 먹으니 술보다 음식 맛에 더 집중하며 먹을 수 있었다.

난 술 자체를 좋아하지 않고 술 분위기를 좋아하는게 확실히 맞나보다.


며칠 전 팀장님은 내가 직장 그만둔걸로 잘못 알고 놀라셔서 나에게 전화를 했었다.

난 직장을 그만둔게 아니라 내 길을 찾기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 휴직한거라 말씀드렸다.


팀장님은 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며 나를 응원해 주셨다.

우린 고기와 술을 먹으며 우리 셋이 같이 근무했을 때의 추억을 안주 삼아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 중 인상깊었던 내용이 있었는데 후배동생에게 악성 민원전화가 왔을 때였다.

악성 민원인이 동생에게 전화로 무례하게 대했고 동생도 화가 나서 감정으로 맞받아쳤다.

악성 민원인은 팀장을 바꿔라고 소리쳤고 동생은 어쩔수 없이 팀장님에게 전화를 돌렸다.


팀장님은 전화를 돌려받고 악성민원인의 내용을 들은 후

'선생님께서 과도한 요구를 우리에게 하신거다'라며 동생편을 들어줬다.

동생은 그 때 팀장님께 감사했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에서 내가 팀장이었다면 팀원 생각보단 민원인 달래기에만 신경썼을텐데 이 얘기를 듣고

앞으로는 민원인도 중요하지만 팀원도 같이 챙길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난 팀장님이 퇴직 후 생활이 어떠신지 궁금해서 '퇴직하시고 직장생활이 그립지 않으신지' 여쭤보았다.

팀장님은 "직장생활 때 몸바쳐 헌신적으로 일했고 그래서 그때가 그립다"고 하셨다.


얼마 후 팀장님과 친하신 또 다른 퇴직자 한분이 자리에 합석하셨다.

그 분도 우리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셨지만 나와 동생과 같이 근무했던 적은 없다.


그 분도 오자마자 본인의 옛날 직장생활 얘기를 주로 하셨다.

"나때는 직장생활이 대단했다"며 옛 직장생활 무용담을 떠올리며 행복해 하셨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근무했던 추억이 아니고 본인만의 추억이라 재미없고 지루했다.

자기만의 얘기가 아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하는게 중요하단 걸 느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직장생활을 그리워 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향친구 모임을 통해 떠오른 나의 글쓰기 조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