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에 일어나서 지저분해진 집을 정리한 후, 잠깐 쉬기 위해 침대에 다시 누워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유튜브를 보고 나면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는 마음에 항상 죄책감이 든다.)
그리곤 다시 일어나서 부모님이 해주신 밑반찬과 김, 얼려놓은 밥을 데워 먹었다.
이렇게 먹고 나면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단 훨씬 건강하고 깔끔한 아침식사가 된다.
아무리 일요일이라도 오전에 생산적인 활동 뭐 하나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글을 하나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에 오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블로그 글을 열심히 쓰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하루 3끼 집에서 먹으려는 의지는 순식간에 없어지고 어떤 맛있는 걸 사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동네에 있는 맛집인 버거집에서 모차렐라치즈 버거를 포장해 와서 먹으며 홍콩영화를 보기로 했다.
안락한 집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여유 있게 아무 걱정 없이 영화를 볼 생각을 하니 너무 좋았다.
비록 일주일 중 이틀만 가능하지만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소중했다.
오후 3시쯤 맛있는 버거를 포장해 와서 영화를 결재하였다.
영화는 양조위와 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를 골랐다.
평소 자제해 오던 콜라도 마음껏 마시며 쾌락을 누렸다.
(완전히 나를 놓지 않으려는 최후의 발악으로 젤로콜라로 주문했다.)
평일동안 계획대로 살아온 나를 일요일 오후엔 완전히 놓아버렸다.
영화시작 20분 만에 버거를 다 먹어버렸다.
너무 많이 먹어 더부룩해진 속을 콜라로 시원하게 풀어주며, 편하게 소파에 기대어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중간정도까지 보다 잠이 와서 영화를 멈추고 다시 침대에 가서 눈을 붙였다.
일어나 보니 저녁 8시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꿀잠을 자서 머리가 개운해지고 상쾌했다.
하지만 점심에 먹은 햄버거가 양이 많았는지, 속이 여전히 더부룩했다.
냉장고에서 하나 남은 사과를 깎아 먹으니 속이 상쾌해졌다.
아빠가 사다 준 사과인데, 나를 천국으로 보내주는 맛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어두운 침묵과 고독함으로 가득 찬 우리 집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다시 TV를 켰다.
연예인 조기축구 프로그램인 '뭉쳐야 찬다'를 봤다. 영국 프리미어 축구경기만큼 재미있었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TV를 보고 나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매일 브런치스토리를 작성하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요일이 끝나기 전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스토리를 작성 중이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공간에 글을 써 내려가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얹고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건 여전히 나에게 고통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일요일 저녁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이때까지 먹고 싶었지만 참아왔던 망고빙수를 배달주문 해버렸다....
낮에 보다 만 화양연화를 보면서 먹어야겠다.
얼마 남지 않은 일요일 저녁에 최후의 만찬을 즐기려 한다.
(맛있는 거 먹으며 영화 보기가 집돌이의 주말엔 필수다.)
일요일인 오늘은 남의 간섭 없이 내가 온전히 하고 싶은 대로 보낸 날이었다.
이런 날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주말에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월급을 주는 직장에도 감사해야겠다.
(마지막 줄을 쓰고 나니 바로 망고빙수가 도착했다! - 먹고 나니 돈이 아까웠다. 사과한 개가 이만 원짜리 망고빙수보다 훨씬 맛있었다..)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버거집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