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는 거의 2,3년만에 외할머니, 친할머니를 모두 찾아뵙고 왔다.
이제 할머니 두분 다 나이가 90이 넘으셔서 몸이 많이 야위셨고, 힘이 없으시다.
(할아버지는 두 분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내가 어릴 때 항상 먹을 것 많이 챙겨주셨고, 할머니가 해주는 밥은 우리 집밥 보다 더 맛있었다.
내 인생 제일 맛있는 밥은 할머니집에서 먹었던 밥이었다.
생각해보면 같은 반찬이라도 우리집 보다 할머니집에서 먹는 게 더 맛있었다.
(특히 추어탕, 나머지 밑반찬 등 )
할머니들은 여전히 손자가 오면 먹을 것부터 챙겨주시려고 하신다.
이제 할머니에게 남은 날이 얼마 없다는 걸 알게되니 마음이 씁쓸하고 세월의 야속함을 느낄 수 있었다.
두분다 모두 몸이 안 좋으셔서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괴로우실 까봐 걱정이다.
이젠 할머니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을 것 같다.
길어야 2~3년이지 않을까?
할머니 두분다 2~3년전까진 괜찮았는데 갑자기 확 안좋아지셨다고 엄마가 말했다.
그러고 보면 노화가 서서히 오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한번에 찾아오는 거 같다.
그게 아니라면 노화가 서서히 찾아와서 실제로 그것을 알아채기 힘들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느낀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내 결혼식에 할머니 두분 다 오시는 건 힘들 것이다.
어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될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
나와 영원히 같이 살아있을 것 같았던 가까운 가족들이 이젠 멀어지려 하는 현실이 와닿았다.
내 나이 30 후반부터 내 주위 가족, 친척들 모두가 늙어가는 걸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
(며칠전 뵈었던 큰외삼촌과 고모부는 신기하게 옛날과 비교했을 때 거의 똑같았다.)
문득 나도 늙어서 몸이 아프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늙어서 자다가 죽는게 가장 큰 복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 아침 운동을 하면서 매일 꾸준히 운동하면 과연 늙어서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내 주변 가족들의 죽음이 가까워지는 걸 본다는 건 너무 힘들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