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보러 갔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가친척
할머니는 혼자 경주 시골집에서 지내시다가, 몸이 안 좋아지셔서 고양에 있는 고모집에 와계신다.
몸이 많이 안 좋으신 할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 삼촌이 할머니 자녀들이 있는 고양으로 모셔왔다.
앞으로 2~3일 동안 할머니를 간호할 사람이 없어 아빠가 고모집에 가기로 했다.
고모집과 가까이 사는 나와 남동생도 할머니 뵈러 고모집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할머니가 남동생 아내와 아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이 날 남동생 가족이 다함께 오기로 했다.
나와 아빠가 고모집에 왔을 때는 할머니, 고모부, 사촌 조카 이렇게 셋이 집에 있었다.
다행히도 이전에 봤을 때 보다 할머니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저번에 봤을 땐 할머니가 많이 야위어 보여서 놀랬는데, 이번에 보니 살이 더 찐 것 같았다.
먼저 할머니와 고모부께 새배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는 아빠에게 경주 시골집과 밭은 지금 어떤지 물으셨다.
아빠에게 듣기로 요즘 할머니가 경주 고향집이 그리워서인지, 외로우신지 밤에 자주 우신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때는 할머니는 내게 무서운 분이셨다.
화를 잘 내셨고, 무뚝뚝한 성격이셨지만 항상 먹을 거를 많이 챙겨주셨다.
이번에도 본인 몸이 불편하신데 계속 먹을 것을 찾아 주셨다.
아빠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내 왔다'고 할머니에게 말하면서 눈물을 조금 흘리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늙어서 많이 야윈 할머니를 보는 아빠의 마음이 많이 힘들 것 같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우리 부모님의 많이 야윈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괴롭고 힘들다.
사촌 조카는 초등학생 1학년 정도 나이의 여자 아이인데
얼굴과 몸이 귀염 통통하고 눈이 동그래서 볼에 뽀뽀하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난 얼굴 통통한 애기들을 보면 볼에 뽀뽀하고 싶어진다.
옛날 내 남동생과 여동생이 어릴 때도(특히 여동생) 볼에 뽀뽀를 엄청 많이 했다.
몇 년이나 못 봤던 어린 사촌조카들을 최근 한 달 안에 여러 명을 봤다.
예의 바른 많이 성숙하지만 옛된 초등학교 6학년 나이의 여자아이, 볼통통의 귀엽고 쑥스러움 많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 활발한 6~7살의 남자아이, 3살의 남동생 아들을 보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얘기 키우기가 워낙 힘드니 갖고 싶단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귀여운 조카들을 보면 딸하나 갖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든다.
난 왠지 자녀가 생긴다면 딸일 것 같다.
친구들도 내가 자식을 낳으면 딸이 나올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아들이든 딸이든 내 2세가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하다.
정말 귀엽고 이쁜 아이일 거라 거의 확신이 든다.
남동생은 제수씨가 요리한 갈비찜, 과일선물세트 등 명절선물을 많이 챙겨서 고모집에 왔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가 얼마나 귀여울지 기대했는데 보자마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못 본동 안 키가 많이 컸고 볼살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2~4살 때가 제일 귀여운 것 같은데 내 조카는 3살이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볼살이 적으니 귀여워 보이진 않았다.
1년 전으로 돌아가 볼이 통통하고 쪼그마했던 귀여운 조카를 안고 볼뽀뽀를 엄청 하고 싶었다.
그런데 조카가 행동하는 걸 보니 조카에 대한 내 마음이 변했다.
조카는 우리 친가 친척들을 처음 보는데도 낯을 전혀 가리지 않고 발랄하게 행동했다.
심지어 고모품에 안기기까지 했다. 아빠와 몇 번 보지 않았는데도 아빠한테 잘 안겼다.
그리고 tv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며 따라서 춤추는 모습은 정말 너무 귀여웠다.
내가 볼에 뽀뽀하면 '뽀뽀하지 마'라고 애기 목소리로 어눌하게 말하는 것도 귀여웠다.
고모는 우리 가족을 위해 집에 있는 고급반찬들로 점심을 차려주셨다.
우리 가족은 따로 나가서 외식하려 했지만 고모는 '외식하면 비싸기만 하고 먹을 것은 없다'며
우리가 외식하려는 걸 극구 말리며 점심을 차려주셨다.
곰국, 간장게장, 새 김치 등 정말 외식보다 훨씬 건강하고 고급진 음식들을 공짜로 먹었다.
고모는 냉장고에 있던 그 비싸고 맛있는 간장게장을 남기지 않고 거의 다 꺼내주셨다.
간장게장은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지만 양이 적고 비싼 음식이라 아껴 먹었다.
할머니는 원래 방에서 잘 안 나오시지만 내 동생 가족을 보러 부엌까지 나오셔서 같이 식사를 하셨다.
고모부는 우리에게 와인을 주시려고 했고 우리는 괜찮다며 공손하게 사양했다.
이렇게 친척들이 모이니 설날 명절 분위기가 났다.
나중에 아빠는 '할머니가 다행히 이날 최고 컨디션이 좋으셨다'라고 했다.
할머니가 더 아프기 전에 조카와 제수씨를 봐서 정말 다행이다.
점심 먹은 후 아빠, 나, 남동생 가족은 아파트 단지 내 카페에 갔다.
카페로 가는 길에 고모집으로 오고 있는 삼촌과 지하 출입문에서 마주쳤다.
우리는 삼촌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고, 삼촌은 조카에게 용돈을 쥐어주고 작별인사 후 고모집으로 올라갔다.
아파트 내 단지 카페를 보고 놀랬다. 밖에 있는 웬만한 카페보다 깔끔하고 세련되었기 때문이다.
카페 안에 키즈놀이터까지 있었다.
내가 조카와 놀아줬는데 너무 힘들었다. 내 자식이 생기면 이게 정말 걱정이다..
카페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남동생 가족은 집으로 가고, 아빠와 나는 고양 창릉 공공분양 아파트가 나온다 하여 현장을 가보기로 했다.
예전부터 고양 창릉지구에 살고 싶었는데 막상 분양 시기가 다가오고 직접 현장을 보니 그리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아빠와 나는 고양에 내가 혼자 사는 집으로 와서 휴식을 취하고 저녁엔 라면과 김밥을 사 와서 같이 먹었다.
이날 저녁에 손흥민 소속팀인 토트넘 축구경기 생중계가 있는데 우리 집에서 보려면 유료결제가 필요했다.
아빠가 좋아하는 손흥민 축구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게 아빠 몰래 스포츠 tv 프로그램을 결제했다.
나와 아빠는 같이 축구경기를 편하게 시청했고 게다가 우리가 응원하는 손흥민 팀 토트넘이 이겨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날 저녁 내가 좋아하는 직장 후배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술먹고 내 생각 나서 전화했다고 한다. 얼마나 감동있고 고마운 일인가
이 날 딱히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 같아 어떤 일상을 글로 쓸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 날 정말 알찬 하루를 보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내가 보낸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내게 고마움을 일깨워 준다는 걸 다시 한번 마음 깊이 깨닫는다.
("특별해서 쓰는게 아니라 쓰니까 특별해지는 거다."
- 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책 문장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