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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책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

하던 대로 똑같이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by 차밍

오늘도 난 책의 노예가 되었다.

눈으로 글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한 문장을 여러 번 보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니 책 읽는 게 괴로워진다.

봤던 문장을 다시 보고 또 봐도 이해는 잘 안 되고 시간만 잡아먹고 있었다.


이대로 책에게 내 시간을 뺏길 수 없다. 앞으로는 책에게서 더 이상 놀아날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냥 보고 넘기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책 페이지 전체를 눈으로 훑기만 하고 미련 없이 바로 넘기는데 중점을 맞추는 것이다.

내용을 이해하려고 전혀 애쓰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뇌가 책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가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에 맞춰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다.


그래서 읽고 있던 책의 남은 100p를 읽을 때는 책 페이지 전체를 한번 쭉 훑어보기만 하면 내용이 이해가 안 되더라도 미련 없이 책장을 넘겼다. 그렇게 하니 1시간이 안돼서 100p를 다 넘길 수 있었다.

당연히 머릿속에 책 내용이 남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책 쪽수만 한 장 한 장 넘긴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뭔가 뿌듯했다.


책 한 권을 2시간 동안 50p 읽으면서 30퍼센트가량 이해한 것보다 30분 동안 이해를 전혀 못했더라도 100p를 다 넘긴 것이 성취감이 더 들었다.


어차피 난 책 한 권을 3번 읽는다.

처음에는 내용을 이해하며 천천히 읽고, 두 번째는 내용을 다시 읽으며 요약하고, 세 번째는 내용 요약한 걸 보면서 책을 훑어보듯 읽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책을 처음 읽을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책이 시간을 잡아먹는 도구로 전락되고 있다.

그래서 이젠 방법을 바꾸겠다.


처음 읽을 때 최대 2시간 안에 책 전체를 훑어보듯이 읽는다. 아니 읽는 게 아니라 그냥 보기만 한다.

무조건 2시간 안에 끝낸다.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전체를 그냥 훑어보고 페이지를 넘기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이때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변화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하던 대로 똑같이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아인슈타인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은 했지만 그래도 당장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독서를 할 때도 지금 당장 속독이 안되더라도 지금 방식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모르게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3개월을 보냈지만 내 독서실력은 거의 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방법이 문제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 이젠 정말 방법을 바꿔야 된다.

방법을 바꿔서 행동에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책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데도 눈으로 그냥 글씨 형태만 훑어보고 책장을 넘긴다는 게 쉽지 않았다.

이해가 하나도 안 되는데 이렇게 책장만 넘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책 페이지 전체를 눈으로 훑어만 보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서도 마음은 불편하고 찝찝했다. 내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책 페이지를 한눈에 보고 넘기기기만 하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책 페이지를 끝까지 넘기고 책을 덮으니 왠지 기분이 좋고 성취감이 들었다.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이때까지 책한테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서 책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내가 책을 갖고 노는 느낌이었다.

내가 책에 맞추는 게 아니라 책이 나에게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이제부터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책을 읽어봐야겠다.

처음에는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한눈에 페이지 전체를 훑어만 보고 넘기는데만 초점을 맞춰 책 페이지를 끝까지 한 장 한 장 넘긴다.


두 번째 읽을 때 책 내용을 이해하며 요점을 정리하면서 읽는다.

세 번째 읽을 때는 요약한 내용을 보면서 책을 훑어보며 읽는다.


이제까지 책에게서 패배한 느낌이 들어 괴롭고 스트레스가 많았다.

이제는 더 이상 책에게서 패배하지 않겠다. 더 이상 책에게 내 시간을 뺏기지 않겠다.

이제 책이 나의 노예가 되도록 하겠다.


책이 읽히지 않고 시간만 낭비해서 너무 스트레스받았는데 그나마 마음속이 조금 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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