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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벽을 허무는 최고의 도구

by 차밍

아침부터 후배가 팀장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잠깐 커피 마시러 나가자고 했다.

평소 나에게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는 후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후배를 위해 기꺼이 나갔다.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우린 엘리베이터를 탔다.

한층 내려가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고, 다른 부서 과장님, 팀장님, 청소하시는 여사님이 합류했다.

청소 여사님이 청소도구와 휴지통과 함께 타셨는데

과장님은 그런 여사님께 종이컵에 커피를 얼른 비워야겠다고 웃으시며 얘기하셨고,

여사님도 웃으시며 괜찮으니 천천히 드시라고 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한층 더 내려가서 멈췄고 이번엔 이전에 나와 같이 근무했던 다른 부서 여직원 2명이 합류했다.

엘리베이터 안 잠깐의 침묵이 흐르는 도중, 난 이전 같이 근무했던 직원에게 인사겸 대화를 건넸다.

"이번에 승진하시겠네요?^^" ,

"글쎄요, 제가 승진심사 하는 게 아니라서~"

"그러네요, 죄송해요 ㅋㅋ"

이 세 마디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웃음꽃을 피웠다.

대화 내용이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던 것 같은데 당시 상황이랑 분위기가 한몫한 것 같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과장님과는 같이 근무했던 적이 없고,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전에 길을 가다 서로 마주친 적이 많았지만 난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속으로 나를 안 좋게 생각할 것 같았다.

내가 무례하다 생각했을 법도 한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의 대화를 듣고 활짝 웃으시니

나도 과장님에 대한 경계가 풀리고 감사했다.


기분 좋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나와 후배직원은 카페에 갔다.

팀장님에 대한 불만을 후배직원으로부터 듣고, 맞장구를 같이 쳐줬다. 후배직원도 잘못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불만을 토로하고 답답한 속을 풀려고 나온 건데 후배의 잘못된 점을 굳이 얘기해할 순 없었다.


카페에서 15분 정도 대화를 나눈 후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인사 나눴던 직원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후배직원 얼굴 표정이 너무 어두웠는데 무슨 일 있냐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팀 내 분위기가 안 좋다 정도로만 얘기하다가 결국 팀장님과 후배가 사이가 안 좋다고 얘기했다.


얘기를 듣고 나서 그 직원은 팀장님과 후배 사이를 잘 풀어주라며 백설기떡을 줄 테니 자기 사무실로 내려오라고 했다. 그렇게 신경 써주니 너무 고마웠다. 이전에 같은 부서에 근무할 때 그 직원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갖고 있어 약간 거리를 두었었는데 그런 내가 후회됐다.

서로 중간층 계단에서 만나 떡을 건네받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무실에 돌아온 후 떡을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나눠주었다.


직장 메신저로 "팀장님 떡 드시고 있어요. 진심으로 이번에 승진되길 바랍니다ㅎㅎ"메시지를 보냈고

그 직원으로부터 "감사해요^^"라고 답장이 왔다.

이렇게 우린 서로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을 갔다.

배식 줄을 서고 있는데 5년 전에 같이 근무했던 여직원이 내 뒤에 줄을 섰다.

그 여직원과도 평소에 길을 가다 멀리서 자주 마주쳤는데, 서로 그냥 지나쳤다.

같이 근무했던 적이 오래되었고 5년 동안 서로 본 적이 없어 어색했기 때문이다.


바로 뒤에 있는 걸 보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00아 안녕, 오랜만이네~^^"

그러자 여직원은 반갑게 "안녕하세요~^^ 저 잊어버리신 줄 알고 마주쳐도 인사 안 했어요"

"당연히 기억하지, 나 그 정도로 머리 안 좋지 않아"

"담부터 이제 인사해도 되죠?^^"

"당연하지 ㅋㅋ 점심 맛있게 먹어~^^"

"네, 맛있게 드세요"


최근 2년간 서로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고 못 본 척 지나치다가 드디어 서로 인사를 다시 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와 구내식당에서 만난 서먹했던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건네며 인사를 했고,

상대방 모두 기대이상으로 화답해 주었다.

먼저 대화 건네며 인사하기는 상대방 마음의 벽을 허무는데 최고의 도구라는 것을 경험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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