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하러 갔다가 자연에 반하고 왔다
거의 5년 만에 처음으로 새벽 산책을 나갔다.
고민이 많아 '아침 일찍 산책을 하면 좋은 해결책이 떠 오르겠지?' 하고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원래는 산책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밤새 잠이 오지 않아 몸만 뒤척이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산책하기로 마음먹었다. 군대 시절 해 뜨기 전 새벽에 바깥에 돌아다니면 상쾌하고 설렜던 기억이 났다.
해뜨기 직전이라 약간 어둡지만 앞은 훤히 보이는 새벽은 고요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지금 떠오르는 건 단지 안에 있는 나무의 가지들이다.
잎이 하나도 없는 가지들에서 이제 곧 이쁜 꽃이 피고 잎들이 자라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속살을 드러내고 여러 갈래로 당당하게 뻗어있는 나뭇가지들을 내 눈에 담고 싶었다.
거미줄처럼 웅장하고 멋있게 뻗어있는 나뭇가지들을 이제 당분간 못 볼 거라 생각하니 아쉬웠다.
평소엔 내 주변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다가 이제 남은 기간이 얼마 없을 때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꽃과 잎이 이쁘게 자란 나무들도 당연히 이쁘고 아름답지만 꽃과 잎이 하나도 없이 휑한 가지들만 있는 나무들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또 다른 매력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영감이나 신비로움이었다.
이제 꽃과 잎들이 막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더 늦기 전에 그 나뭇가지들만의 매력을 느끼고 와서 다행이다.
휴직기간 동안 새벽 산책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