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쉬인 썸머타임,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 중 왈츠
뮤즈>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오락가락, 싱숭생숭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들으면 좋을 클래식 각각 한 곡 씩 골라봤습니다.
디오니소스> 날씨도 오락가락하고 마음도 싱숭생숭한 요즘!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선 지금에 들으면 딱 좋을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첫 곡은 아마 재즈나 팝으로 더 많이 들어봤을 곡입니다. 미국 작곡가 ‘죠지 거쉬인’의 서머타임입니다.
디오니소스> 아? 썸머타임이요? 그거 가요에도 있는데?
뮤즈> 네... 혹시 “우리 함께한 이 여름 썸머타임!!! 널 영원히 사랑해 알러뷰? 이 곡?"
뭐 지나간 가요부터 최신곡까지 여름에 나오는 가요 대부분엔 이런 제목이 있죠. 그런데요 이 썸머타임이 클래식에도 있습니다. 바로 미국 작곡가 거쉬인이 만든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디오니소스> 거쉬인? 전 잠깐 거인으로 잘못 들었네요.. 하하하
뮤즈> 네 클래식 토크에서 처음 소개하는 작곡가예요. 죠지 거쉬인 데요 그는 1898년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거의 세기말에 태어났죠. 왜 세기말 적에 태어난 사람들은 뭔가 범상치 않죠. 그는 대중적인 음악부터 클래식까지 모든 장르를 두루 섭렵했어요. 게다가 재즈 기교에 의한 수준 높은 관현악곡과 오페라까지 만들어서 현대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측면을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은 반항기들이 많잖아요, 남들 하는 대로 안 하고 독보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라... 딱 거쉬인이 그런 사람입니다.
저처럼 소심해서 모범적인 사람들이 굉장히 부러워하는 캐릭터인데요,. 이 거쉬인은 정규적인 교육보다 개인교사에게 작곡을 배우고, 16세 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는 19세 때부터는 극장 전속 피아니스트로 근무했습니다. 그렇게 했으면서도 24세 때에는 우리 모두 다 아는 클래식에 재즈의 기법을 가미한 피아노 협주곡 《랩소디 인 블루》를 내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밖에도 고전음악과 경음악을 조화시켜 피아노 협주곡 F장조, 랩소디 인 블루 그리고 오늘 들으실 오페라 포기와 베스(1935) 등의 클래식과 영화음악을 작곡하였는데 안타깝게도 1937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뇌종양이 발병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디오니소스> 오페라 ‘포기와 베스’는 어떤 내용인가요?
뮤즈> 네 1930년 대 미국 남부의 흑인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인데요, 고기 잡는 어부와 목화솜을 따며 삶을 이어가는 흑인들의 삶을 역설적이지만 아름답게 표현하는 노래들이 곁들여 있습니다. 등치 큰 어부 크라운의 정부 베스와 그를 안타깝게 여기며 돌보는 포기의 이루지 못하는 사랑이야기가 줄거리인데요, 뭐 대부분의 러브스토리들이 사랑하는 상대를 위하다가 꼭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갔다가 나와서 그 상대를 그리워하며 찾지만 이미 상대는 멀리 떠나가 버리죠. 여기서도 포기라는 남자가 베스의 정부 크라운을 살해하고는 감옥에 갔다가 다시 나와서 자신의 진정한 사랑 베스를 찾아 멀리 뉴욕으로 떠납니다.
디오니소스> 아 그럼 이게 그렇게 밝은 내용은 아니군요?
뮤즈> 네 사실 채플린이 그런 말을 했잖아요.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 오페라에서도 제 1막에 옆집 어부 제이크의 아내 클라라가 막 태어난 갓난아이를 재우면서 이 썸머타임을 자장가로 불러줍니다. 이것을 2막에서는 주인공 베스가 또 부르죠. 가사 내용을 보자면 좀 서글픈 사실인데 우리가 노래로 듣긴 좋아요. 약간 끈적끈적하게 재즈 풍으로.
디오니소스> 이 곡이 아이 재울 때 부르는 자장가라고요? 의외네요...
뮤즈> 네 가사를 한번 들어볼까요?
여름날, 사는 게 모두 편안해
물고기는 펄쩍펄쩍 뛰고, 목화는 쑥쑥 자라는구나.
오 네 아빠는 부자이고 네 엄마는 미인이지, 그러니 쉿! 아가야, 울지 말아라.
아이한테 뭐든 걱정 말고 편안하게 잠들라고 엄마가 상황을 좋게 표현한 거죠.
원래 이 곡은 가사가 이런데요, 많은 연주자나 편집자들이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을 해서 연주합니다. 오늘은 오리지널 버전은 너무 쳐지고 슬퍼서 피아노로 편곡한 버전을 준배해 봤어요.
디오니소스> 역시 엄마들은 아이를 평안하게 하는 마법을 잘 부려요.
그럼 여기서 거쉬인의 아리아 ‘썸머타임’ 피아노 편곡 버전 들어보겠습니다.
디오니소스> 싱숭생숭 8월 마지막 주 여름 끝자락에 아주 좋습니다. 거쉬인은 클래식 작곡가이면서도 재즈곡도 일가견이 있었네요. 클래식이지만 재즈 분위기도 나고 듣기 좋네요. 자! 다음 두 번째 곡 들어볼까요?
뮤즈> 네 다음 곡도 싱숭생숭 에 어울리는 작곡가예요.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입니다.
디오니소스> 선생님께서 ~스키, ~ 프 이런 발음의 이름은 러시아 작곡가라고 하셨는데, ' ~비치'도 러시아네요.
뮤즈> 맞아요. 그러고 보니 이 음악도 어떤 면에선 굉장히 디오니소스적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1906년에 태어나서 세계 1,2 차 대전을 모두 겪은 세대예요. 전쟁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참혹함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음악학자들은 쇼스타코비치를 일컬어 20세기 베토벤이라고 하는데 시대정신을 가지고 사회에 대항하는 예술가라 그런 별명을 얻은 것 같아요. 이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이 많은 예술가들을 앞세워 정치 선동을 할 때 은밀한 방법으로 항거를 하는데 그게 바로 재즈 형식입니다. 그는 궁정광대 또는 ‘성스러운 바보’라는 뜻의 유로지비(Yurodivy) 작곡가로 불리는데, 사실할 말은 다 하는 거예요.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그러니까 이런 말을 하죠.
‘나는 히틀러뿐만 아니라, 스탈린의 파시즘에도 구역질이 난다!’
디오니소스> 성스러운 바보! 어쩔 수 없이 시대의 슬픔을 안고 갔던 예술가에게 붙은 별명이라 그런지 슬프네요.
뮤즈> 네... 시대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 거죠. 사실 이 음악은 영화를 통해서 굉장히 우리에게 친숙하게 됐어요. 제가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말한 건 바로 이 영화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텔 미 썸씽’ 그리고 니콜 키드먼과 탐 크루즈가 아직 부부였을 때 찍은 ‘아이즈 와이드 셧’입니다.
디오니소스> 아! 그 음악이군요. 저 금방 알 것 같아요.
뮤즈> 제목은 몰라도 들어는 봤을 음악이죠. 재즈 모음곡 2번의 ‘왈츠’입니다. 특히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을 음악과 함께 잘 묘사했는데, 클래식 마니아로도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안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음악이 굉장히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져요. 아직 안 보셨으면 꼭 한번 봐보세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볼수록 매력 있는 영화예요. 참고로 19금입니다. 하하하!
디오니소스> 오락가락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영화 한 편 봐야겠네요. 이번에도 역시 저희가 주변에서 자주 들어 봤던 클래식을 재미나고 쉬운 이야기로 잘 들어봤습니다.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 2번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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