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과 2악장
뮤즈> 저는 이번 주말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놀러라도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어딘가를 가기엔 너무 늦어버려 집에서 그냥 독서로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있어 보니까 편하게 책을 읽기도 더없이 좋았어요. 책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책을 읽기로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정말 필연인지 우연인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스인 조르바’ 가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그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내 운명은 뭘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 곡을 고르게 되었어요. 운명과 관계된 아주 유명한 곡이죠? 자 이쯤 되면 제가 무슨 곡을 설명하려고 하는지 눈치채셨죠? 힌트를 하나 더 드리자면 ‘빠빠바 빰~~!’
디오니소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요?
뮤즈> 딩동댕동! 맞습니다. 바로 음악의 성인이라고 일컫는 베토벤 선생의 운명교향곡입니다.
디오니소스> 저는 ‘너는 내 운명’이라는 주제로 곡을 고르셨길래, 선생님께 운명처럼 다가온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줄 알았는데, 베토벤 선생의 작품이군요.
뮤즈> 베토벤은 저에게 운명처럼 다가왔어요. 요즘따라 베토벤이 정말 좋아요. 나이가 들수록 가슴에 더 와 닿는 작곡자가 베토벤입니다. 디오니소스님은 운명을 믿으시나요?
디오니소스> 글쎄요.... 운명을 믿는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단순하게 답하긴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뮤즈님은 믿으세요?
뮤즈> 네 저는 운명을 믿는 편이에요. 살다 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게 있잖아요. 마음도 그렇고 자기가 선택하는 일도 그렇고 하물며 만나는 사람들부터 거의 모든 게 이미 정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도 주인공이 작가인데 아테네에 와서 사업을 하게 되고, 그러는 와중에 자신과는 정반대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서 인생의 의미도 느끼고 이러잖아요. 모든 게 운명 아닐까요? 제가 너무 극대화했나요?
디오니소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운명이고, 만나는 사람 모두가 운명이다...
뮤즈> 의미가 좀 거창해지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저희는 모두 운명처럼 이렇게 만났습니다.
베토벤 작품 이야기하려다 이렇게 멀리 와버렸는데요, 집중적으로 작품 이야기를 해 볼게요.
디오니소스> 사실 이 곡은 너~~~ 무 유명하다 보니 앞부분의 멜로디 4음만 기억하고 제목만 알고 있는데 어떤 곡인가요?
뮤즈> 원래 등잔 밑이 어둡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걸 제일 모를 때가 있잖아요. 하나씩 살펴보도록 할게요. 일단 이 곡의 제목인 운명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건 아니고요, 그의 제자이자 친구인 안톤 쉰들러가 1악장 서두의 주제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라고 했다고 한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이 '운명'이라는 별칭은 다른 나라에서는 쓰이지 않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주로 쓰여요. 베토벤이 직접 붙인 건 아니고 쉰들러가 마케팅 차원에서 그런 별칭을 붙인 거라지만 여하튼 그 덕에 이 곡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해졌습니다.
디오니소스> 운명이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우리는 누구나 다 자신의 운명을 궁금해하는데, 막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베토벤은 자신의 운명을 알았을까요?
뮤즈> 베토벤 역시도 자신의 운명이 어떤지 잘 모르다가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죠. 그가 음악의 성인이라는 호칭을 얻게 된 것은 청력 상실이라는 절체절명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했기 때문인데요, 이 교향곡 5번이 작곡된 때가 1802년 그의 나이 32살입니다. 이때 베토벤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게 자신의 운명과 싸우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최고의 음악가가 청력을 상실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좌절이고 시련이었죠. 그래서 하일리겐슈타트라는 곳에 가서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썼는데, 마지막에는 그런 잔혹한 운명도 받아들여요. 이 곡은 유서 사건 이후에 빈의 파스콸라티 하우스에서 작곡되었습니다.
디오니소스> 우리가 베토벤을 음악의 성인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군요. 운명을 받아들이고 극복했던 사람에 대한 존경 같은 거네요.
뮤즈> 네.. 저는 뭐든 좋은 방법으로 승화한 사람들을 존경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은 최고라고 할 수 있죠.
베토벤 운명 1악장 지휘 구스타보 두다멜
디오니소스> 오랜만에 이 곡을 들으니까 아침인데도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뭔가 거센 감정이 제 안에서 요동치는 것 같아요. 약간 베토벤이 화가 나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뮤즈> 바로 그 감정을 베토벤이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 1악장은 실제로 연주시간이 10분 정도 되는데 거의 쉬지 않고 연주가 됩니다. 10분 동안 계속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고뇌에 대한 원망을 막 내뿜는 거죠. 우리도 뭔가 불행한 일이 닥치면 신을 원망하면서 화내게 되잖아요. 그런 마음이죠.
잘 아시다시피 베토벤은 어릴 때부터 아빠의 술주정과 엄마의 나약함 그리고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런데 신이 그마저도 뺏어가려고 하는 거잖아요. 베토벤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하죠! 그러니 저렇게 첫 음부터 입에서 불을 내뱉듯이 빠빠빠 빰!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가끔 이 부분이 “도대체 왜!! 왜 또 나야!” 이렇게 들려요... 막 환청처럼.
디오니소스> 이렇게 말로 설명해 주시니까 더 감정이 와닿네요. 사실 음악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듣는 사람의 느낌으로 인지하는 거라 저처럼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감정 전달이 잘 되진 않거든요. 그런데 이런 구체적인 표현을 해주시면 좀 느낌이 옵니다. 입에서 불을 내뿜는다는 표현! 도대체 왜! 왜 또 나야! 이런 표현 딱입니다.!!!
뮤즈> 이곡은 가능하다면 악보 놓고 마디 하나하나씩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설명드리고 싶네요. 조모조목 따져보면 베토벤이 하고 싶은 말들이 음표에서 글로 변환해서 보일 때가 있어요.
디오니소스> 1악장은 들었고 나머지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뮤즈> 총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곡은 1악장뿐만 아니라 모든 악장이 다 유명해요. 베토벤은 교향곡을 모두 9개 작곡했는데, 교향곡을 포함한 그의 모든 작품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 바로 이 교향곡 5번일 겁니다. 아이들도 막 장난하면서 노래할 만큼 멜로디가 강렬하니까요. 클래식하면 바로 떠오르는 곡 중 하나죠. 전체가 4악장인데 방금은 1악장 들으셨고요, 2악장에서는 다시 찾은 평온함을 3악장에서는 쉼 없는 열정을 4악장에서는 도달한 자의 환희가 느껴지는 곡입니다. 총 연주시간은 35분 정도 걸립니다.
디오니소스> 2악장에서 다시 평온함을 찾는군요.
뮤즈> 곡을 들으면 아시겠지만 1악장은 모든 악기가 한꺼번에 같이 빠빠빠 빰 연주하는 것에 반해 2악장은 비올라와 따뜻한 악기 첼로가 살살 달래주듯 연주합니다. 이제 그만 화내고 진정하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아요. 그냥 받아들이자고... 기왕 이렇게 된 것 어쩌겠어.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해야지... 너무 괴로워하지 마... 뭐 이렇게 말입니다. 제가 혼자 베토벤으로 빙의해서 내레이션을 붙여보면 이렇다는 거예요.
디오니소스> 정말 뮤즈가 아닌 베토벤 선생님인 듯합니다.
뮤즈> 올해 2017년이 베토벤 서거 190주년 되는 해예요. 베토벤이 1770년에 태어나서 1827년에 죽었거든요. 그래서 도처에서 베토벤 작품이 연주되는데 많이들 감상하면 좋겠어요. 자주 듣다 보면 베토벤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디오니소스> 운명을 받아들여 예술로 승화시킨 베토벤을 기억하겠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 지휘 미하엘 플레트네프 Beethoven 5th Symphony 2nd movement Pletnev RNO 2009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전악장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정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