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뮤즈가 필요한 당신에게

쇼팽- 녹턴 op.9-1 , 녹턴 op.posth 20

by 피아니스트조현영


뮤즈> 항상 제가 여러분의 뮤즈, 뮤즈 하는데 막상 그 역할을 잘하나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뮤즈가 필요한 당신에게’라는 주제로 쇼팽의 곡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원래 뮤즈라는 신은 춤과 노래ㆍ음악ㆍ연극ㆍ문학에 능하고,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을 말하잖아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신이 뮤즈라 하니 제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많이 느껴서 여러분께 진정한 영감을 전해드리도록 애쓰겠습니다.


chopin01_k334005.jpg <프레드릭 쇼팽 1810~1849 폴란드>


디오니소스> 저희도 선생님과 함께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뮤즈가 필요한 당신에게’ 첫 곡 설명 들어볼까요?

뮤즈> 음... 곡 설명하기 전에요 저 질문이 있는데요....

디오니소스님은 특별히 어떤 순간에 뮤즈가 필요하신 가요?


디오니소스> 글쎄요... 전 예술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특별히 뮤즈가 필요한 순간은 없는 것 같고요

다만 밤이 되면 이런저런 생각이나 영감이 좀 떠오르더라고요.

뮤즈> 아!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해가 떠 있는 순간보다는 달이 있는 시간에 훨씬 집중을 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주 늦은 밤이나 칠흑 같은 어둠이 있는 새벽에 전문용어로 ‘필빨’이 생겨요.

제가 좋아하는 황현산 선생님이 쓰신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 있는데, 전 그 제목 격하게 공감합니다.

밤은 많은 걸 가르쳐주고 떠오르게 하더라고요.


디오니소스> 밤 이야기하시는 것 보니 이거 밤의 음악인 가요?

뮤즈> 빙고! 오늘 소개할 첫 번째 곡은 쇼팽의 녹턴입니다. 예전에 쇼팽 녹턴에 대해 잠깐 소개한 적 있어요.

녹턴이란 용어가 라틴어 ‘녹스’에서 나왔는데 이게 ‘밤’이라는 뜻입니다. 녹턴은 야상곡이라고 하는데, 쇼팽은 21곡의 밤의 음악 녹턴을 작곡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저 녹턴 9-2 엄청 좋아하는데? 그 곡 듣나요?

뮤즈> 쇼팽이 작곡한 21곡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이 바로 그 곡이죠.

그런데 그 곡은 이미 저희가 한번 들었고요, 이번엔 그 앞 작품인 9-1 들어보겠습니다.

이 곡은 내림 시 그러니까 흰건반 시에서 반음 내려온 검은건반 시 플랫에서 시작하는데요, 1831년에 작곡된 곡으로 카뮈 플레이엘 부인에게 헌정되었습니다. 평론가 니크스는 ‘밤과 그 정적에서 생겨나는 정감을 암시한다’라고 평했는데요, 사실 전 9-2 보다 이 곡을 훨씬 좋아합니다.


디오니소스> 아... 녹턴도 여러 가지가 있었군요. 전 가요처럼 한 제목에 곡이 하나만 있는 줄 알았어요.

뮤즈> 아.. 그럴 수 있어요. 클래식은 한 장르 안에 아주 많은 곡이 있기도 해서 장르명만 가지고는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디오니소스> 네, 이번에 또 하나 배우면서요 쇼팽의 녹턴 중 작품번호 9-1 들어볼까요?


쇼팽- 녹턴 op.9-1

Chopin - Nocturno en si bemol menor Op 9 Nº 1

https://youtu.be/GZbuA7r17uk




디오니소스> 이건 우리가 아는 녹턴 9-2 보다 더 애절한 느낌인데요?

뮤즈> 이 음악은 쇼팽의 나이 21살에 작곡된 곡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옛날 사람의 감성이 지금보다 훨씬 깊은 느낌이 들어요.


디오니소스>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21살에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저는 그 나이에 그저 노느라고 정신없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미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한 느낌이에요.

뮤즈> 제 생각엔 아마도 쇼팽이 20살에 조국 폴란드를 떠나면서 일찍 애어른이 되서가 아닌가 싶어요. 일찍 사랑의 감정도 느꼈고 일찍 철도 들고 세상의 달고 쓴 경험을 모조리 다 해버려서 말이에요.


디오니소스> 암만 그래도 21살의 이런 감성은 정말 어른스럽네요. 그런데 뮤즈님은 특별히 어떤 이유 때문에 이 곡을 좋아하세요?

뮤즈> 아.. 저는 두 가지 이유예요. 하나는 연주자 입장에서 이 곡을 연주하다 보니까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고요, 다른 하나는 제가 굉장히 힘들 때 이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그러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던 곡입니다. 이 곡을 연주하다 보면 오른손, 왼손이 딱딱 맞아떨어지지가 않아요. 이런 걸 보고 잇단음표라고 하는데 보통 우리가 피아노 연주할 때 양손이 맞지 않으면 되게 불편하게 여겨지거든요. 엇박자로 대충 융통성 있게 밀고 당기면서 연주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인생도 꼭 딱 맞아떨어지진 않잖아요.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고! 착하게 살았는데도 고통이 많이 따를 때가 있고, 규칙을 지켰는데도 오히려 손해를 볼 때도 있고 말이에요. 예전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일어나는 이런 인생의 일들에 화가 많이 났는데, 이 곡 연주하면서 마음의 응어리가 많이 풀렸어요.


디오니소스> 아 뮤즈님이 좋아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군요... 자 그럼 두 번째 음악 이어서 이야기해볼까요?

뮤즈> 두 번째 곡은 쇼팽의 유작 작품번호 20입니다.


디외소스> 유작이라면, 살아있을 때 발표된 곡이 아니란 말이죠?

뮤즈> 네 맞습니다. 쇼팽이 죽고 난 후에 발표가 된 곡이라 유작 20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음악은 여러분들이 영화를 통해서 이미 많이 들으셨어요.


디오니소스> 어떤 영화죠?

뮤즈> 폴란드 영화 ‘피아니스트’입니다. 예전엔 쇼팽 발라드 소개할 때 이야기한 적 있어요. 폴란드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피아니스트 스필만의 생애를 다뤘던 영화인데, 시대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이었죠. 독일 장교와 유태인 피아니스트와의 예술적 교감과 인간애를 다루는 전반적인 장면에서 이 녹턴이 흐릅니다.


디오니소스> 아... 뭔가 애절한 느낌이 더 묻어날 것 같은데요.... 훨씬 심쿵 하는 음악 아닌가요?

뮤즈> 맞아요... 곡 처음에 쿵하고 누르는 그 코드부터 이미 마음이 쿵!

중간중간에 끊어질 듯 말듯하면서 음표보다 쉼표가 훨씬 분위기를 긴장하게 만들어요.


쇼팽 녹턴 유작 20번

From "The Pianist": Chopin Nocturne C sharp minor (Arjen Seinen)

https://youtu.be/aS4YDuTfJ7Y


디오니소스> 음악 들으니까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처참하게 변해가는 그 피아니스트 얼굴이 떠오르네요.

뮤즈> 이 곡은 원래도 좋았지만 그 영화 때문에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게 됐죠.

이제는 쇼팽 하면 떠오르는 ‘녹턴’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곡이 됐어요.

멜로디가 멜랑콜리해서 그런지 가을이나 밤에 들으면 더 느낌이 강하고요, 드라마 BGM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얼린 편곡으로도 많이 연주됩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들 스테이크 드시러 레스토랑 가시면 십중팔구 나오는 음악 중에 하나예요.


디오니소스> 맞아요. 레스토랑에서 많이 들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 곡이 선생님께 주는 영감은 어떤 건가요?

뮤즈> 저는 이 곡을 무대에서 연주할 때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떠올라요.

자신들이 꿈꾸는 예술이 세상에서 빛을 드러내기까지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의 숙명 같은 애잔한 느낌.

예술이라는 건 사랑해서 빠져 들었지만 헤어 나오기도 힘든 그런 술 같아요.


디오니소스> 아... 저희를 멜랑콜리하게 알쏭달쏭한 예술의 세계로 빠지게 만드시는군요.

‘뮤즈가 필요한 당신에게’ 이 제목 입에서 자꾸 맴도는 데요, 햇빛 사각거리는 요즘 일상 속에서 뮤즈를 한껏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피아니스트조현영#조현영의피아노토크#아트앤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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