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할보르센 파사칼리아, 라흐마니노프–첼로 소나타 3악장
뮤즈> 요즘 혼자 사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홀로 즐기는 문화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정말 혼자 조용히 있길 바라다가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따로 있고 싶다가도 같이 있고 싶은. 자유가 좋으면서도 고독이 무서운.
사람처럼 음악에서도 악기들이 그런 관계에 있습니다. 혼자서 솔로로 연주하는 곡이 아니고 다른 악기와 함께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솔로 역할이 비중이 큰!
그래서 오늘은 ‘따로 또 같이’라는 주제로 두 곡 골라봤습니다.
디오니소스> 아! 정말 저를 위한 두 곡의 클래식이 아닌가 싶네요. 지금 저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한 주제예요. 따로 또 같이!
뮤즈> 뭐 이건 꼭 대놓고 솔로인 분들을 위해서라기 보단 어쩌면 인간의 속성이 다 이러지 않나 싶어요. 어울려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또 심심하고. 그래서 따로이면서도 같이 있으려면 두 관계를 잘 조율할 필요성이 있죠. 오늘 이 곡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먼저 첫 번째로 헨델이 작곡한 곡을 작곡가 할보르센이 편곡한 ‘파사칼리아’를 소개해 드릴게요.
디오니소스> 음악의 어머니 헨델? 많이 들어봤어요. 바흐와도 대립을 이루는 작곡가 맞죠?
그런데 완전히 헨델의 작품이 아니고 할보르센이라는 사람이 편곡을 한 곡이라고요?
뮤즈> 네... 할보르센은 그리그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작곡가인데요(1864년에 태어나 1935(년에 죽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뛰어난 바이얼린 연주자였기 때문에 현악기나 오케스트라 곡을 주로 많이 다뤘어요. 그리그가 집대성한 노르웨이 민족음악을 발전시켰으나, 그리그와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스타일로 작곡했어요. 그리그의 여러 개의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하였는데, 그중 하나를 그리그의 장례식에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이 곡도 원래 헨델이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한 곡인데 바이얼린과 첼로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거죠. 간혹 첼로를 대신해서 비올라가 연주를 하기도 합니다. 바이얼린이 고음의 멜로디를 연주하면 비올라나 첼로가 저음을 연주합니다.
디오니소스> 제목이 ‘파사칼리아’라고 하셨는데 그건 뭔가요?
뮤즈> 클래식이 팝이나 가요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구체적인 제목이 따로 있지 않는 대신 장르명으로 제목을 대신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제목처럼 쓰이는 ‘파사칼리아’도 사실은 클래식 음악의 한 장르예요. 베이스 그러니까 왼손의 음들이 거의 규칙적으로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방식이죠. 원래 ‘파사칼리아’란 행진곡이라는 뜻의 ‘파사칼레’에서 유래된 춤을 일컫는 말입니다. Pasear ‘걷다’와 calle ‘거리’라는 스페인어의 결합이죠. 짧은 멜로디를 약간씩 변조해가며 계속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누구의 파사칼리아...
이런 식으로 작곡가의 이름을 붙여 가며 구분합니다. 그래서 이 곡 같은 경우는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로 부르는 거죠.
디오니소스> 정말 클래식 설명을 듣다 보면 제가 교양을 더욱 많이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뮤즈> 저도 모르는 게 많은 건 마찬가지예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도 솔솔 하니까요, 우리 너무 자책하지 말고 알아보도록 해요. 조금 더 말씀을 드리자면요 파사칼리아는 17세기 초엽 에스파냐에서 발생한 느린 3 박자계의 무곡인데, 프랑스 궁정 발레에서도 사용되다가 점차 독립된 기악곡으로 발전합니다.
디오니소스> 대부분의 클래식은 궁정에서 발달되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네요. 어려운 음악인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뮤즈> 그럼요. 원래 클래식이 로마의 최상위 계급인 ‘클라시쿠스’에서 어원을 찾는 걸 보면 어려운 음악이 맞긴 맞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계급 사회는 아니니까 우리 모두 품격 있는 교양인으로 살기 위해 음악을 들어 보도록 해요.
디오니소스> 그럼 품격 있는 교양인을 위한 음악 헨델- 할보르센 편곡의 ‘파사칼리아 들어볼까요?
헨델- 할보르센 ‘파사칼리아’
Julia Fischer & Daniel Muller-Schott - Handel-Halvorsen Passacaglia
디오니소스> 보통 현악기 음악은 피아노 반주랑 함께 들었는데 피아노 없이 두 악기로 연주하는 곡들은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네요. 뭔가 싸우는 것도 같다가 화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뮤즈> 맞아요. 바로 그 점입니다. 각각 다른 음색과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하나의 음악으로 연주되는!
이 곡 첫 부분 들으면 두 남녀가 정말 격하게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디오니소스> 듣고 보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뮤즈> 저는 이 음악 듣다 보면 두 악기의 다른 음색이 격렬하게 다투다가도 하나로 이루어지고 첼로의 저음이 계속 반복하면서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곡에 ‘사랑과 전쟁’이라는 별칭을 붙였어요.
디오니소스> 딱 기억되기 좋은 별칭이네요. ‘사랑과 전쟁!’ 저도 이렇게 부르렵니다.
자... 그럼 두 번째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첫 번째 곡이 조금 격렬했다면 두 번째 곡은 잔잔한 곡으로 서로 다른 두 악기의 하모니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악장입니다.
디오니소스> 라흐마니노프요? 저희 처음 만나보는 작곡가지요?
뮤즈> 맞아요. 라흐마니노프는 약간 우수에 젖은 멜랑콜리한 음악을 많이 작곡했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 바람이 스산해지면 감동이 더 배가 됩니다. 첼로라는 악기와도 너무 어울리는 작곡가이기도 하고요.
디오니소스> 라흐마니노프. 이름을 들어보니 러시아 작곡가 같아요.
뮤즈> 이름만 들어도 대충 짐작이 되시죠? 러시아 작곡가들의 이름은 대부분 ~스키 ~ 프 ~ 이렇습니다.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글라주노프, 라흐마니노프 등등. 발음에 유의하면서 말해야지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어요!
라흐마니노프는 영화음악에도 상당히 많이 쓰였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도 쓰였죠. 그는 1873년에 태어나서 1943년에 죽은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입니다. 원래 굉장히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버지의 낭비벽으로 인해 집안이 몰락하고 두 누이가 갑작스럽게 죽는 바람에 우울한 유년기를 보냅니다. 아마 그의 음악 전반에 애수가 깔려있는 건 이런 성장기의 영향도 있다고 보여요. 키가 굉장히 크고 손도 굉장히 컸어요. 거구증이라고 불리는 유전병 마판증후군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죠.
디오니소스> 키가 너무 커도 문제군요.
뮤즈>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커도 불편하잖아요.
디오니소스> 자 그럼 곡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인데 왜 이 곡이 ‘따로 또 같이’에 어울린다고 고르셨나요?
뮤즈> 라흐마니노프는 본인이 뛰어난 실력의 피아니스트라 그런지 낭만 작곡가 쇼팽처럼 피아노 부분에 주력을 합니다. 보통 첼로가 주요 멜로디이고 피아노가 반주를 하면 첼로 소나타라고만 부르는데, 이건 거의 피아노 소나타라고 부를 정도로 피아노의 비중이 큽니다. 그래서 저희 피아니스트들끼리 하는 농담으로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는 고생을 너무 많이 하니까 반주비를 더 받아야 한다!”라고 얘기해요. 아무튼 이 곡이야말로 독주 악기 첼로를 위한 소나타지만 피아노와 함께였을 때 훨씬 돋보입니다. 그래서 골라봤어요, 혼자일 때 보다 둘이어서 더 아름다운.
디오니소스> 보통은 소나타라고 하면 3개나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장 유명한 악장이 1악장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곡은 3악장이네요?
뮤즈> 아주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소나타는 3개나 4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전체 하나의 곡이 되는 거고, 보통 1악장이 주요 악장입니다. 그런데 간혹 2악장이나 3악장이 제일 유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는 2악장이나 3악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작곡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디오니소스> 그러군요. 선생님은 특별히 이 곡을 언제 들으시나요? 첫 번째 헨델 할보르센의 곡을 싸우고 난 다음에 듣고, ‘사랑과 전쟁’이라는 별칭을 붙인 것처럼 말이죠.
뮤즈> 음... 이 곡은 특정한 경우에 듣는 건 아닌데요, 굳이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누군가와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고 나서 ‘우리가 그대 왜 헤어졌을까?’ 하고 이유를 알고 싶을 때 들으면 어울릴 것 같아요. 곡의 첫 부분에 피아노가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3개의 질문을 하는 것처럼 묻거든요, 그럼 첼로가 나름 자기만의 이유를 대고 그러다가 피아노와 첼로가 같은 멜로디를 겹치면서 연주합니다. 각자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둘 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어요. 저에겐 이 음악이 세상의 모든 남녀의 대화처럼 들려요. 따로 또 같이!
디오니소스> 뭔가 묘한 느낌으로 음악을 감상하게 될 것 같아요... ‘따로 또 같이’, ‘자유가 좋으면서도 고독은 무서운’ 이런 문구들이 와 닿는데, 그런 마음으로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들어보겠습니다.
라흐마니노프–첼로 소나타 3악장 듣기
Gautier Capucon 3rd mvmt cello sonata Sergei Rachmaninoff https://youtu.be/3CF-xSm9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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