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봄에 부르는 세레나데

-토셀리 세레나데,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왈츠

by 피아니스트조현영


뮤즈> 벚꽃이 만발해서 가슴이 설렜는데 주말에 비가 오더니 조금씩 떨어지더군요. 가요를 살펴보면 해마다 그 시기에 꼭 듣는 시즌송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벚꽃이 필 때면 가사나 제목에 벚꽃 단어가 들어가는 국민가요를 듣듯이 말입니다.


디오니소스> 맞아요. 가요는 가사가 있으니까 그 단어나 문장을 들으면 바로 연상이 되고 제철 음식처럼 그때 꼭 듣고 싶은 음악이 떠오르더라고요.

뮤즈> 가요뿐만 아니라 클래식에도 그런 곡이 있습니다. ‘봄에 부르는 세레나데’ 오늘 바로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눠보려고요.


디오니소스> 봄에 부르는 세레나데!

봄이란 단어도 설레는데, 세레나데 역시 남녀의 마음을 흔드는 장르죠?

뮤즈> 창가에 서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 세레나데죠.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처럼요. 그런데 모차르트의 가장 유명한 세레나데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직’처럼 귀족의 연회를 축하하거나,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작은 실내악곡도 세레나데라고 합니다.

첫 번째 세레나데는 작곡가 토셀리의 ‘세레나데’입니다.


디오니소스> 왠지 이름이 이탈리아 사람 같아요.

뮤즈> 맞아요. 특별히 다른 곡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세레나데는 유명합니다. 1883년부터 1926년까지 활동한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토셀리는 원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다. 하지만 피아니스트의 특성상 작곡을 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교향시, 현악 4중주 등도 다수 작곡했습니다. 여기서는 사랑과 관계된 의미의 세레나데인데, 가사가 붙은 성악곡이지만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선율도 연주되기도 합니다.

디오니소스> 설명 듣다 보니 갑자기 작곡가들이 참 부럽네요. 작곡가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이렇게 멋진 곡들을 작곡해서 선물하면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감동적일 것 같은 데요.

뮤즈> 사랑 이야기가 나왔으니 작곡가 토셀리의 사랑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원래 남의 연애사가 재미있잖아요.


토셀리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형적인 이탈리아 사람처럼 생겼습니다. 어찌 보면 푸치니를 좀 닮기도 했는데, 콧수염도 길렀고 눈도 큼직합니다. 토셀리는 오스트리아의 루이제 대공비와 염문설을 뿌렸습니다. 이미 결혼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 거죠. 그녀는 작센 주의 왕이던 프레드릭 아우구스투스의 아내이기도 했습니다. 1906년에 한 결혼은 오래 가진 못했지만 이 둘의 사랑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디오니소스> 화려한 결혼이라서 더 유지하기가 힘들었을까요?

뮤즈> 토셀리의 나이 23살에 한 결혼입니다. 그땐 무서울 게 없어서 더 용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쉽게도 4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요. 전에도 사랑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랑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디오니소스> 토셀리의 세레나데야말로 노래로 표현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토셀리-세레나데

연주- 앙드레 리우

https://youtu.be/dXApBvgUNBQ


디오니소스> 연주 앞부분에 새소리가 참 인상적이네요. 무슨 새인가요?

뮤즈> 나이팅게일입니다. 새소리가 들리니 훨씬 맑은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이 곡은 새소리가 있는 버전으로 ‘나이팅게일 세레나데’라고 합니다.


디오니소스> 멜로디가 익숙한 게 많이 들었던 음악이에요.

뮤즈> 이전에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고요, 합창음악으로도 많이 불립니다. 그리고 태교음악 음반에도 꼭 실려있어요. 사실 이곡은 토셀리가 17세에 실연의 아픔을 이 노래로 표현한 거라는데, 아무튼 예술가들의 표현력은 진짜 비범합니다. 17살에 이런 노래를 작곡하다니...

모르고 들으면 사랑의 찬가인 듯한데, 가사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내용입니다.

디오니소스> 두 번째 아리아는 어떤 곡인가요?

뮤즈> 러시아의 로맨티시스트 하면 떠오르는 차이코프스키입니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에서 2악장 왈츠입니다.


디오니소스> 차이코프스키를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눈에 애수가 한가득이에요. 그래서 뭔가 위로를 해줘야 할 것도 같고, 가끔은 아이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뮤즈> 원래 순수한 사람들이 감정에 민감하다 보니 상처도 잘 받잖아요, 아이 같은 부분이 있는 게 맞죠. 특히 차이코프스키는 모차르트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존경했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글인데, 차이코프스키가 모차르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더군요.

“모차르트는 너무나 천사와 같은 존재, 아이처럼 순수한 존재였다. 그의 음악에는 도달할 수 없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맺혀 있어서 예수처럼 숨 쉬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모차르트일 것이다. 모차르트 음악에서 음악적 아름다움이 도달할 수 있는 완벽함의 최정상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는 게 내 절대적인 확신이다. 누구도 모차르트만큼 나로 하여금 그토록 흐느끼게 할 힘이 없으며 우리가 진심으로 이상향이라 부를 수 있는 바에 나 자신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황홀해서 몸을 떨게 할 힘조차 없게 된다.”


디오니소스> 극찬을 한 거군요.

뮤즈> 현을 위한 세레나데도 모차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같은 세레나데 장르이고,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처럼 현악합주용으로 만든 곡이거든요.


1880년 가을에 작곡했는데, 이 무렵에 차이코프스키는 서유럽의 음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하면서 형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을 했어요. 그런 그에게 세레나데는 다른 장르에 비해 편안하고 느슨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악장이 제일 유명하지만 나머지 2,3,4, 악장도 모두 좋습니다.


디오니소스> 차이코프스키하면 폰 메크 백작부인이 떠오르네요. 이곡에 관해서도 백작부인과 이야기 나눴을 것 같아요.

뮤즈> 우리도 뭘 만들고 나면 옆에 있는 친구나 믿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듣잖아요. 차이코프스키에겐 그런 존재가 메크 부인이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작품 중에서 가장 밝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곡을 작곡했을 때도 부인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내면적 충동에 따라 작곡했고,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되었으며,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


결국 자기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원래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지막 4악장에서는 1악장의 주된 멜로디가 반복돼서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전악장을 모두 듣는 것을 권하는데요, 듣고 있으면 수미쌍관 구조가 느껴지면서 일종의 영원회귀 현상 같은 느낌을 받아요.

곡이 끝나면 절로 브라보하고 기립해서 손뼉을 치게 됩니다.


차이코프스키-현을 위한 세레나데 다장조 작품번호 op. 48

중 2악장 왈츠

https://youtu.be/ZSGKRfEUqVk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작품번호 43 전악장

https://youtu.be/PAeXRJtxbrQ

#피아니스트조현영 #조현영의피아노토크 #아트앤소울 #차이코프스키 #봄 #세레나데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철학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