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요술 램프 오르프

- 좋은 선생님이 엄마를 이긴다.

by 피아니스트조현영

#EBS육아학교 칼럼 '피아니스트 엄마의 클래식 육아'에 연재 중입니다. 그 밖의 다른 글은 EBS육아학교 앱에서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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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을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는 처음 봤다. 너무 일찍 보내는 건 아닌지 걱정을 했는데, 아이는 신나게 잘 다닌다.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침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어린이집 재미있어?”

“네, 엄청 재미있어요. 선생님이 날마다 신기한 램프 보여주세요.”

날마다 신기한 게 대체 뭘까? 어린 아들이 말한 신기한 램프가 궁금해지면서, 나도 출근 대신 어린이집에 가보고 싶었다.


선생님께서 부르지 않는 한 웬만해선 어린이집 방문을 안 했다. 날마다 자세히 기록해서 알려주시는 알림장 덕택에 별로 궁금한 게 없었다. 알림장을 꼼꼼히 읽고 아이의 하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그땐 어련히 알아서 부르실 거라고 믿었다. 아이를 맡긴 이상 최대한 선생님을 신뢰하고 아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껏 특별히 갈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이는 잘하고 있는 걸까?


아들과 같이 등원한 나는 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을 번갈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이가 밖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아이에겐 어린이집도 사회생활이니 내가 안 보는 시간들을 알아보기로 했다.


진정 아이를 사랑한다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어린이집에 궁금한 건 딱 두 가지였다. 밥을 잘 먹는지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정작 수업시간에 뭘, 얼마나 배우는지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 안 했다. 그런데 실제로 공개수업을 지켜보니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아이들 음악놀이 수업은 꽤 자세히 보였다. 내 전공이 음악교육이다 보니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리는 게 많았다. 때마침 그날은 오르프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30분 정도 하는 오르프 수업을 보니 아이가 말한 신기한 램프가 뭔지 알았다. 아이는 오르프를 신기한 요술 램프라고 했다.


신기한 요술 램프 오르프!


일단 이 교육프로그램은 엄마랑 집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전문자격증을 가진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이 함께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이는 친구들과 섞여서 까르륵 까르륵 웃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대학에서 가르칠 때는 전문성에 대한 요구만 했었다. 더 많은 이론과 더 많은 악기 사용법을 익히고 숙지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수업을 보니 가르칠 선생님이 재미있는 분이어야 한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프로그램의 관건은 어떤 선생님이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달려있다. 선생님 스스로가 재밌어하면 아이들도 그걸 보고 진짜 재미있어한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재밌게 활동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엄마가 음악교육 전공자여도 어린이집 오르프 선생님과는 비교가 안 됐다.

난 저렇게 재미있게 가르칠 자신이 없다. 하하하!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부분의 음악교육프로그램은 미국이나 유럽의 것이다. 한때는 미국 교육법이 유행이다가 90년대 이후부턴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선생님들이 많아지면서 유럽교육법이 보편화됐다. 오르프나 달크로즈 등의 프로그램은 문화센터나 어린이집의 인기 있는 영유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교육법은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오르프는 칼 오르프라는 사람이 만든 교육법인 거다.


유리드믹스로 더 알려진 달크로즈 교수법도 자크 달크로즈가 만든 교육법이다. 독일의 작곡가 겸 지휘자이자 교육가인 오르프는 음악과 체육을 결합시켰다. 오르프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음악에 몸 쓰는 체육이 결합돼서이다. 오르프는 1895년부터 1982년까지 90살 가까이 산 장수한 작곡가다.


리듬을 중시하여 타악기를 많이 이용하고, 거기에다 단순 명쾌하고 반복되는 선율을 사용해서 기억하기가 쉽다. 오르프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영향이 음악에도 나타난다. 그의 음악에는 힘차고도 원시적인 효과가 많다. 아이들은 원시적인 걸 참 좋아한다. 원시인, 인디언, 우가차카 우리 아들이 딱 좋아하는 코드다.
보통 아이들이 3세 이전에는 그저 음악을 수동적인 입장에서 듣는다.
아이 스스로 악보를 본다거나 연주를 하긴 어려우니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고 나서 3세 이상이 되면 손근육이 조금 발달되면서 타악기를 연주하게 된다. 영아들이 타악기를 이용한 음악수업을 하면 어려서부터 음감과 리듬감을 몸으로 익힐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아이들이 음악을 타악기부터 시작하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좋다.


음악의 기본은 리듬인데 한번 잘못된 리듬감은 익숙해지면 고치기가 어렵다. 게다가 리듬감은 몸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어서 걷고 뛰는 행동과 연결된다. 독일에서 교수님이 박자를 잘 못 느끼거나 리듬을 제대로 타지 못해서 연주가 어색할 때마다 자꾸 일어나서 걸어보라고 한 게 다 이유가 있었다.


오르프를 하다 보면 노래를 많이 부른다. 같이 따라 부르거나 이어 부르거나 하면서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노래 부르는 연습을 한다. 정확하게 노래 부르는 것이 몸에 익숙해지면 그 아이는 커서도 노래를 아름답게 부른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잘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 능력이 생기고 말귀를 알아들으면 교정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오르프 교육법은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움직이고,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거나 말과 글로 표현한다. 음악을 위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과 함께 음악을 느끼는 작업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난 아이의 공개수업을 보면서 선생님의 웃는 인상과 손짓 하나하나가 인상 깊었다. 아이들과 혼연일체가 돼서 몸을 움직이고 동작을 크게 하면서, 음악에 맞춰 준비해 온 여러 가지 악기로 반주를 하시는 그 모습에 감동했다. 오르프는 오르프를 위한 악기가 따로 있어서 선생님이 준비해야 할 교구가 상당히 많다. 이 모든 것을 집에서 엄마가 혼자 할 수는 없다.


아이가 피아니스트 엄마를 뒀지만 어린이집 오르프 선생님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선생님은 진정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 같았다.


신기한 램프 오르프의 지니 요정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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