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쉘 위 댄스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헝가리 무곡 1번

by 피아니스트조현영

%BA%EA%B6%F7%BD%BA%C0%DA%C0%E5%B0%A11.jpg <요하네스 브람스 1833~1897 독일>

뮤즈> 여행 좋아하세요?


디오니소스> 그럼요... 여행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저는 자유롭게 이곳저곳 여행 다니는 분들 보면 굉장히 부러워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삶. 모두의 로망이죠.

뮤즈> 후유증이 무섭긴 하지만, 일상을 잊고 새로운 감정을 충전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이에요. 오늘은 이처럼 뭔가 새로운 생각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을 통해 작곡된 두 곡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 1번과 5번입니다.


디오니소스> 오, 브람스! 보통 브람스 음악은 어둡고 진지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댄스도 작곡했나 보군요.

뮤즈> 네. 브람스가 헝가리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감정을 음악으로 실현한 겁니다. 진지한 사람이 작곡한 댄스라 더 기대되는데요, 오늘 ‘쉘 위 댄스’라는 주제로 두 곡 설명해 드릴게요.


디오니소스> 브람스 헝가리 무곡에 맞춰 쉘 위 댄스라... 제목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의 제목이 떠오르기도 하고, 예전에 읽었던 프랑소아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소설의 이미지도 그렇고 브람스 하면 정말 뭔가 베일 속에 있는 인물 같았는데, 브람스는 어떤 사람인가요?

뮤즈> 한 마디로 브람스는 나쁜 남자! 밀당의 대가! 아니면 바게트 같은 남자!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디오니소스> 밀당, 나쁜 남자는 대충 짐작이 되는데 바게트 같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뮤즈> 브람스를 바게트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요, 정말 맛있는 바게트를 보면 겉은 딱딱하지만 안은 물기를 머금은 듯 말랑말랑해요. 그 딱딱한 껍질을 벗기면 부드러움이 드러나듯 브람스는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하고 말이 없지만 그 내면은 굉장히 부드럽고 다감한 사람입니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죠.


디오니소스> 여자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네요.

뮤즈> 그렇죠.. 연애할 때는 저도 이런 캐릭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하고는 일반적인 결혼 생활은 불편할 것 같아요. 워낙 무뚝뚝해서...

본격적으로 브람스에 대해 살펴보자면요, 브람스는 1833년에 독일 북부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나서 189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죽었어요. 보통 항구 도시하면 경제가 많이 발달하는데, 브람스는 빈민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7살 연상의 여인이었어요. 무능력한 아버지 탓에 어려서부터 아버지 대신 생계를 이끌었던 브람스라 빨리 애어른이 됐습니다. 고향 함부르크 영향도 있었고 집안 환경도 그렇다 보니 그의 음악은 대체적으로 자연히 어둡고 진지했어요.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일찌감치 천재 신동으로 음악적인 역량을 펼친 것도 아니라서 무명이 상당히 길었어요. 그러다가 레메니라는 친구를 따라 헝가리 여행을 하면서 그의 인생은 변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친구 따라 여행 갔다가 유명해진 건가요?

뮤즈>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친구 따라 여행 갔다가 유명해진 경우죠. 레메니는 바이얼리니스트였는데 피아노 반주자로 브람스를 데리고 헝가리로 연주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면서 집시 풍의 헝가리 음악을 접한 브람스가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21곡의 헝가리안 댄스를 작곡했어요. 그의 나이 36세였어요. 좀 늦은 유명세였죠.


디오니소스> 좋은 친구 덕에 성공한 거네요?

뮤즈> 음...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요.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지휘:구스타보 두다멜

https://youtu.be/ynCEvFaJCZg


디오니소스>이 음악 엄청 많이 들어봤는데....

뮤즈> 익숙하죠? 우리가 알게 모르게 클래식을 정말 많이 듣고 있어요. 총 21곡 중에서 5번이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어서 먼저 이 곡을 들었습니다. 원래 이 헝가리 무곡은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연탄곡으로 작곡되었는데 요즘은 관현악곡이나 바이얼린 독주곡으로 많이 연주됩니다. 어떤 악기로 연주되느냐에 따라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 상당히 다른데요, 피아노 곡도 좋지만 관현악 곡이 집시 캐릭터를 살리기엔 더 적격인 건 같아요.


디오니소스> 헝가리 하면 집시! 집시 하면 자유 영혼이 떠올라요. 저도 피아노보다는 바이얼린이 더 듣기 좋아요.

뮤즈> 바이얼리니스트 레메니가 좋은 친구인지 아닌지 설명해 드린다고 했죠? 궁금하지 않으세요?


디오니소스> 궁금해요.. 이유가 뭐였나요?

뮤즈> 음악가들은 천성적으로 질투가 굉장히 심해요. 레메니 덕에 헝가리를 여행했는데 그 뒤에 작곡한 헝가리안 댄스로 브람스가 유명해지니 레메니가 법적 소송을 겁니다. 이 곡들은 헝가리 민속음악인데 브람스가 자기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거죠. 사실 브람스는 헝가리 민속음악에 받은 영향이 있었기에 자기 작품 번호를 붙이지도 않았고 브람스 편곡이라고 썼으니까 잘못이 없는 건데도 말입니다. 결국 브람스는 레메니와의 소송에서 이겼어요. 친구가 잘되니 배가 아팠던 거죠. 레메니가 좋은 친구인지 나쁜 친구인지는 여러분들의 자체 판단에 맡길게요.


디오니소스> 그런데 전 인간적으로 레메니의 질투심도 일정 부분 이해가 됩니다.

뮤즈> 그래요. 저도 인간적인 레메니의 마음이 이해돼요.


디오니소스> 헝가리 댄스 5번은 멜로디가 민속 선율이라 그런지 따라 부르기가 정말 쉽네요. 흥겹기도 하고.

뮤즈> 아이들도 이 음악 들으면 금방 기억해요. 특히 5번은 만화 속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바’에서도 이 음악이 자주 연주돼요.


디오니소스> 이어서 두 번째 곡 들어볼까요?

뮤즈> 1번을 들어볼 건데요, 5번은 올림 바단조 곡이고 1번은 사단조 곡입니다. 조성 음악은 어느 조로 작곡되었는지에 따라 느낌이 각각 다른데요, 두 곡 들으면서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느끼셨다면 클래식에 많이 가까워진 겁니다.


디오니소스> 조성 음악이라고요? 그건 뭔가요?

뮤즈> 조성 음악이란 말 글대로 조성이 있는 음악을 말하는데요, 쉽게 생각해서 일반적으로 많이 듣는 음악은 모두 조성 음악입니다. 현대음악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체적으로 조성이 없는 무조성 음악이거나, 조성이 여러 개가 합쳐진 복조성 음악이고요. 아무튼 들어서 멜로디들이 잘 들리는 음악은 조성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장조는 밝고 경쾌하고 단조는 어둡고 슬프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런 일반적인 느낌도 좋지만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이 훨씬 중요해요. 편하게 자기 식으로 한번 들어보세요. 헝가리안 댄스 1번입니다.



헝가리안 댄스 1번


https://youtu.be/a3Y-P9nE1K4 지휘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디오니소스> 이건 또 5번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네요. 뭔가 더 긴장감이 느껴져요. 왜 그렇죠?

뮤즈> 음악이 주는 느낌이 각각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아주 좋은 감상인데요, 전 개인적으로 5번과 1번의 리듬이 많이 달라서라고 생각해요. 5번은 같이 가는 형태인데 1번은 엇박자 리듬이 많이 나와요. 약간 절름발이 느낌이랄까요? 밀고 당기는 엇박자 느낌이 훨씬 긴장감 있죠. 브람스 소개할 때 처음에 밀당의 대가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이유예요. 그리고 아마도 젊을 때 항구의 선술집 피아노 바에서 즉흥 연주를 많이 한 경력도 있고 하니 리듬에 있어서는 굉장히 자유로웠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다른 작곡가와 색깔이 달라요.


디오니소스> 클래식 작곡가라 엄격할 줄만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이 있군요.

뮤즈> 작곡가가 어느 한 색깔만 표현했다면 재미가 없었을 텐데 브람스는 음악적 색채가 아주 다양해요. 브람스 매니아들도 이런 이유에서 많이들 좋아합니다. 특히 방금 들은 헝가리 댄스 1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께서 앵콜곡으로 많이 연주하는 곡이죠. 이번 유럽 출장 때 파리에 오래 머물렀는데 특히 프랑스 사람들이 정명훈 선생님 아주 좋아합니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을 하시면서 세운 공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해요.


디오니소스> 그렇군요. '쉘 위 댄스' 주제로 헝가리 댄스 두 곡 들어봤습니다.

음악 들으면서 서서히 몸을 움직여 보세요. 클래식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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