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리 샤콘느,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뮤즈> 그림 좋아하세요? 그림을 보러 가면 대부분 클래식이 흐릅니다. 전 어릴 적에 부모님 따라 미술관에 자주 갔는데요.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래서 '미술관 옆 클래식'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께 비탈리와 베토벤 두 곡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디오니소스> 그림과 클래식이 관계가 있나요?
뮤즈> 그럼요. 많은 화가들이 작곡가에게 영향을 주었고요. 또 작곡가들은 화가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동적이고 시간 예술인 음악에 비해 그림은 정적이며 지속성의 예술입니다. 어릴 적 그림의 제목도 화가에 대한 정보도 전혀 몰랐지만 그저 보고 좋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림들의 인상은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어떤 그림과 음악인 가요?
뮤즈> 첫 번째 곡은 토마소 비탈리의 샤콘느입니다. 비탈리는 유명한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비탈리에 대한 해석은 많지 않지만 비탈리 하면 샤콘느를 떠올릴 만큼 유명한 곡입니다.
디오니소스> 비탈리 하니 왠지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가 떠오르는데요. 혹시 이탈리아 사람인가요?
뮤즈> 맞습니다. 비탈리의 풀 네임은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예요. 안토니오 비발디와 발음이 좀 비슷하지요. 그래서 비발디와 비탈리를 혼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비탈리는 1663년부터 1745년까지 이탈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디오니소스> 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았군요. 그런데 샤콘느가 무언가요?
뮤즈> 대부분 클래식에서 나오는 제목은 사람 이름이거나 춤의 이름입니다. 원래 샤콘느는 17~18세기에 유행하던 기악곡의 형식으로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춤곡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 곡은 원래의 춤곡과는 다른 이미지이지만 바이올린의 처절하게 슬픈 음색으로 인해 비통함마저 느끼게 하는 명곡입니다.
디오니소스> 그럼 이 음악은 어떤 그림과 어울리나요?
뮤즈> 그림을 보고 어떤 음악을 떠올리느냐는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애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떠오릅니다.
디오니소스> 뭉크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그 그림이요?
뮤즈> 네 맞아요. 바로 그 그림입니다. 애드바르 뭉크는 노르웨이 태생의 유명한 화가인데, 평생을 우울증과 허약 증세로 고통받았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다섯 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 뒤에는 누이마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큰 충격은 가족의 죽음이라는데 뭉크에게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은 심각한 트라우마였습니다. 평생 뭉크의 삶은 불행과 비극의 연속이었기에 최대 걸작인 ‘절규’가 탄생하게 됩니다.
디오니소스> 아. 그런 삶을 살았군요. 그런데 비탈리의 샤콘느와 뭉크의 절규가 무슨 관계인가요?
뮤즈> 누군가 비탈리의 샤콘느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그 슬픔이 뭉크의 ‘절규’를 연상하게 했었어요.
Zino Francescatti - Vitali Chaconne in G minor 바이얼린 지노 프란세스카티
디오니소스> 음악이 진짜 슬프네요. 유난히 바이올린 소리가 더 슬프게 들리는가요?
뮤즈> 바이올린 음색이 ‘한’이나 슬픔 같은 비극적 정서를 나타내기에 적합한 것 같아요.
이 음악은 세기의 거장 ‘지노 프란세스 카티’의 연주예요.
디오니소스> 두 번째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이번에는 동양화에 어울리는 서양 음악 클래식으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악장을 골라봤습니다.
디오니소스> 서양 음악에 동양화라고요?
뮤즈> 예술이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거슬러서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최고 화가인 신윤복의 ‘월화정인’이라는 그림 많이 보셨지요? 그림의 제목 그대로 달빛 아래 두 정인이 몰래 만나 사랑을 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뭐가 닮은 거지요?
뮤즈> 둘 다 달이 나와요 푸하하... 달이라는 게 밤에만 뜨잖아요. 낮에 뜨는 해와는 뉘앙스가 다릅니다. 저희가 달밤에 체조한다고 하잖아요. ‘월화정인’은 달밤에 두 남녀가 만나거든요. 베토벤의 월광도 달밤에 루체른 호수를 보고 생겨난 제목이거든요. 그래서 전 신윤복의 그림을 보면 베토벤 월광이 떠오릅니다. 이 곡은 베토벤 본인이 직접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아니지만 누가 들어도 느껴지는 조용하고 묵상적인 분위기가 휘영청 밝은 달밤의 고요함을 상상하게 만들지요. 달밤의 정취와 여백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신윤복의 ‘월화정인’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그야말로 베토벤의 시대인 18세기 후반 지구 반대편의 화가 신윤복이 느꼈던 달밤의 정취도 베토벤의 곡만큼이나 보는 이를 황홀하게 합니다.
디오니소스> 베토벤이네요.
뮤즈> 네, 베토벤은 총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는데요. 8번 비창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곡이 14번 월광입니다. 총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악장이 제일 유명하지요.
디오니소스>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뮤즈> 베토벤은 1801년 그의 나이 31살에 줄리에타 귀차르디라는 여성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꿉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베토벤 역시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병인 귓병이 악화되면서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연을 당합니다. 극도의 괴로움이 쌓여 가던 바로 그 시점에 <환상곡풍의 소나타>라는 명곡을 작곡합니다.
베토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인데요, 귓병이 악화되면서 자살을 하려고 유서를 쓰기 시작합니다. 이 <월광> 소나타는 그 유서를 쓰기 전에 작곡한 곡으로 그때 죽었으면 지금 저희는 이 음악 못 들어요. 흐흐흐
다행이지요. 유서를 쓰기만 했지 죽지는 않았어요. 이 유서 이후로 수많은 명곡들이 탄생합니다.
디오니소스> 이 곡은 다른 장르에서도 많이 편곡되지 않았나요?
뮤즈> 맞습니다. 가요나 팝송에도 엄청 편곡되었습니다.
디오니소스> 미술관 옆 클래식! 베토벤의 월광 들으면서 신윤복의 ‘월하정인’ 떠올려 봐요.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피아노 블라디미르 호로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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