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겨울 1, 2 악장/ 헨델- 울게 하소서
뮤즈>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가슴 한편이 허전해요. 마치 공연이 끝나고 텅 빈 무대에 혼자 있는 기분인데요, 이번엔 ‘남들 다 봄인데 나만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곡 준비해 봤습니다. 가끔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잖아요... 날씨도 좋고 다들 봄이라고 마냥 기분이 좋아야 할 것만 같은데, 어쩐지 나만 계속 겨울인 것 같은.
보통 그럴 땐 많은 분들이 가요를 들으세요. 자신의 심정과 비슷한 내용의 가사가 있는 그런 가요 말이죠.
그런데 클래식도 그런 곡들이 많이 있어요.
알고 보면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 보다도 더 극적이고 훨씬 본능적인 감정을 건드려 주는 음악이 클래식입니다.
디오니소스> 클래식이 본능을 건드린다! 어떤 클래식이 그럴까요?
뮤즈> 비발디와 헨델의 작품인데요, 첫 번째 곡은 비발디의 겨울입니다. 이미 클래식 토크 첫 시간에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들려드렸는데, 오늘은 ‘겨울’ 함께 들어보고 싶어요. ‘사계’는 각 계절의 느낌을 3악장씩 엮어서 모두 12악장으로 구성된 모음곡이죠. 그중에서 ‘겨울’은 가수 이현우 씨 노래에도 삽입이 돼서 ‘봄’ 만큼이나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았습니다.
디오니소스> 이 곡? 혹시 ‘헤어진 다음날’, 거기에 나오는 곡 맞나요?
뮤즈> 맞습니다. 가요 ‘헤어진 다음날’에 나오는 악장이 바로 ’ 겨울’의 2악장입니다. 당시에 연인이랑 헤어진 다음날 그 노래 안 들은 사람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곡이었죠?
보통 가요에 클래식이 조금씩 삽입된 경우는 많지만 이 곡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클래식 선율이 전반적으로 울리는 음악은 많지 않아요. 처음부터 잔잔하게 울리는 바이올린 솔로가 너무도 인상적이죠.
원래 사계는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라는 바이올린 협주곡집 중 앞에서 4번째 곡까지를 발췌한 것입니다.
그래서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솔로 악기로 바이올린이 연주를 하는 거고요.
디오니소스> 이현우 씨의 노래가 이런 클래식한 가요일 줄이야.
뮤즈> 사실 그런 클래식한 가요를 만들 수 있게 감정을 제공한 사람은 비발디지요. 빨간 머리의 사제. 천재 바이얼리니스트이자 작곡가 그리고 베네치아 피에타 음악원의 음악 선생님.
디오니소스> 비발디를 일컫는 표현이 정말 많군요.
뮤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발디는 경쾌하고 밝은 멜로디의 소유자예요.
하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평생을 천식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창백한 얼굴과 기침은 또 다른 모습의 비발디를 보여주는데요, 음악가이지만 시에 대한 감각도 풍부해서 협주 모음곡 ‘사계’에서도 각 계절에 어울리는 소네트를 직접 썼습니다.
디오니소스> 소네트요? 그건 또 뭔가요?
뮤즈> 소네트란 14행으로 쓰인 정형시를 말하는데요, 비발디는 작곡가이기도 하면서 시인이죠.
사계에 어울리는 소네트를 직접 썼으니까요.
디오니소스> 내 마음의 겨울을 표현해 준 비발디의 겨울 1악장과 2악장 이어서 들어볼까요?
비발디 사계 '겨울'-클라라 주미 강&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디오니소스> 선율이 자주 반복돼서 그런지 귀에 잘 들리고요, 분명 보지 않고 들었을 뿐인데 겨울의 장면이 눈에 그려지네요.
뮤즈> 비발디의 음악이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반복되는 음이 많고, 들으면서 그림이 그려지는 특징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음악에 제목이 있으면 이해가 좀 쉬운데요, 이런 음악을 제목이 있는 음악이라고 해서 ‘표제 음악’이라고 부릅니다.
디오니소스> 표제 음악! 두 번째 음악은 또 어떤 곡인가요?
뮤즈> 마음이 허전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실컷 울고 싶을 때 함께하면 좋을 클래식입니다. 바로 서양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이 작곡한 오페라예요. 헨델은 관현악곡뿐만 아니라 많은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는데 오늘 들으실 곡은 오페라 ‘리날도’ 중에 흐르는 아리아 ‘울게 하소서’입니다.
디오니소스> 서양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곡은 많이 들어봤는데요, 서양 음악의 어머니요? 이 두 분을 아버지 어머니로 나누는 기준은 뭔가요? 그리고 사실 헨델도 남자라 아버지라고 해야 맞지 않나요?
뮤즈>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보통 바흐와 헨델을 두고 서양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부르는데, 어떤 분들은 이 표현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정하냐는 건데, 저는 개인적으로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경우에는 이런 표현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바흐를 서양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뭔가 아버지처럼 기존의 음악을 잘 정리해서 집대성했기 때문이고요, 상대적으로 바흐와는 음악적인 성향이 반대였던 헨델은 남자지만 어머니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죠. 전반적으로 헨델의 음악이 더 감성적이고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듣기엔 헨델의 음악이 좀 더 편합니다.
디오니소스> 저는 바흐가 싫은 건 아닌데요, 왠지 종교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좀 어려워요. 헨델은 저희 클래식 토크에서 처음 만나보는 작곡가인데, 어떤 분인가요?
뮤즈> 헨델은 바흐와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도 많습니다. 일단 태어난 장소와 연도가 비슷합니다. 1685년 바흐와 같은 해에 태어났고요, 고향도 할레라고 독일 동쪽의 작은 도시예요. 바흐의 고향인 아이제나흐와 별로 멀지 않죠. 같은 해에 태어난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성향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어요. 바흐가 지극히 종교적이고 성실하며 신을 위한 작곡가라면 헨델은 21세기 지금 태어났어도 아주 잘 적응하며 살았을 것 같은 사업가적 예술가입니다. 바흐가 평생 독일을 떠나지 않고 교회에서만 있었던 것에 반해 헨델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도버해협 건너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그래서 이름도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에서 죠지 프레드릭 헨델로 바꿔요. 영국 사람들은 헨델을 독일 작곡가라고 하지 않고 영국 작곡가라고 부르고요, 지금은 런던의 웨스트 민스터 사원에 묻혀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오랜만에 거리감 느껴지는 천재 아니고, 지극히 인간적인 작곡가를 만난 기분입니다.
원대하고 거룩한 이미지가 아닌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힘을 쓰다!
마음에 들어요.
뮤즈> 저도 배울 수 있다면 헨델의 이런 현실적인 감각들을 배우고 싶어요. 예술가의 사업가적 기질!
제가 자꾸 사업가적 이미지를 말하는 이유는요, 오늘 소개할 헨델의 오페라 때문입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라고 불릴 만큼 볼거리, 들을 거리가 많은 장르였어요. 티브이나 극장이 없었던 그 옛날에는 최고의 예술이었어요. 상대적으로 ‘오라토리오’는 같은 성악 장르이지만 내용이 더 종교적이고 무대장치나 의상 같은 볼거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오페라가 훨씬 극적으로 느껴지는데, 헨델이 이 오페라 장르를 많이 작곡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디오니소스> 음악 작품으로 돈을 벌었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오페라 ‘리날도’는 어떤 내용인가요?
뮤즈> 대부분의 오페라는 주인공 이름이 제목인데요, 오늘 들을 오페라 ‘리날도’도 주인공 이름입니다. 이 오페라는 전체 3막으로 구성되었는데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전쟁인 십자군 전쟁에서 영웅 리날도가 예루살렘을 해방시키고, 싸움에서 이긴 후 그의 연인 알미레나와 결혼한다는 이야기예요. 여자 주인공 알미레나가 2막에서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가 ‘울게 하소서’입니다. 이슬람 왕 아르간테에게 납치된 알미레나가 잔혹한 운명을 탄식하며 ‘날 울게 내버려 둬' 라며 부르는 노래예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이슬람 왕에게 잡혀 성에 갇히게 되니 슬프다 이거죠. 영화 ‘파리넬리’에서도 흘러서 많은 분들이 좋아합니다.
디오니소스> 파리넬리가 영화 속에서 극적으로 부르는 장면에 나오는 그 음악이군요.
뮤즈> 영화에서도 파리넬리가 거세된 남자가 된 자신의 잔혹한 운명을 한탄하며 부릅니다.
디오니소스> 그럼 이 곡은 주로 운명을 한탄할 때 듣는 클래식인가요?
뮤즈> 뭐 굳이 운명을 한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마음이 힘들 때는 그냥 조용히 울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좀 울고 나면 마음도 정리되고요. 그래서 오늘 나만 겨울인 것처럼 느껴질 때 자기 위로를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헨델의 ‘울게 하소서’ 선택했습니다.
디오니소스> 마음이 헛헛한 분들이 계신다면 저희가 준비한 헨델 곡 들으면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헨델- 울게 하소서 영화 '파리넬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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