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베 마리아 특집

슈베르트 '아베마리아', 바빌로프 아베 마리아

by 피아니스트조현영


5.jpg <프란츠 슈베르트 1797~1828 오스트리아>

뮤즈> 인간으로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을 겪을 때마다 기도를 하게 되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로 꼭 오늘 듣고 싶은 두 곡입니다. ‘아베 마리아 특집’을 준비해 봤습니다.


디오니소스> 두 곡 모두 제목은 ‘아베 마리아’이고 작곡가는 누구인가요?

뮤즈> 첫 번째 곡으로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부터 들어볼게요. 아무리 제목이 같아도 작곡가에 따라 뉘앙스 그러니까 느낌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디오니소스>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의 작곡가 맞죠?

뮤즈> 네~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많은 가곡을 작곡했습니다. 겨울 되면 꼭 들어야 하는 겨울 나그네 그리고 백조의 노래,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등 정말 많은 연가곡을 작곡했죠. 하지만 그런 노래 말고도 자장가나 들장미 그리고 세레나데 같은 감미로운 곡도 많이 작곡했습니다. 물론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위한 기악곡도 많이 작곡했고, 실내악이나 교향곡도 많이 작곡했어요. 슈베르트 아버지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 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는데, 아들이 평범하게 음악교사로 살길 바랬대요. 그런데 음악가들이 워낙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 괴로워하잖아요... 결국은 아버지가 반대를 했지만 음악교사 대신 작곡가로 살아가요. 내일 죽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 뭐 이런 거죠... 안정적인 삶 대신 가슴 뛰는 삶을 택한 건데요.... 그런 슈베르트가 안타깝게도 단명했습니다. 1797년에 태어나서 1828년에 죽었어요. 몇 년 살았나요?


디오니소스> 31살? 아 정말 일찍 죽었네요. 아쉬워라.

뮤즈> 그러니까요... 저의 31살을 생각해보면 마냥 어리기만 했던 것 같은데 슈베르트는 이미 그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음악사에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기고 말이에요. 너무 작곡을 많이 해서 일찍 죽었나 싶기도 해요.


디오니소스> 일을 너~~~ 무 많이 하면 안 돼요... 일찍 죽습니다. 일찍 죽었다니 슈베르트가 아주 불쌍해지는 데요 이쯤에서 ‘아베 마리아’ 노래 한번 들어볼까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Sumi Jo - Franz Schubert - Ave Maria - Paris, 2006

https://youtu.be/cqoP8rkNIsY


디오니소스> 구노의 아베 마리아와는 또 다른 느낌이군요. 작곡가들도 신에게 빌고 싶은 것이 많았나 봐요.

뮤즈> 그럼요... 그들도 인간이니까요.. 이 곡은 슈베르트 작품번호 839번인데요, 원래 제목은 〈엘렌의 세 번째 노래(Ellens Gesang III, D. 839, Op. 52, No. 6)〉입니다. 프란츠 슈베르트가 월터 스콧의 서사시 《호수의 연인》을 가사로 하여 1825년 발표한 가곡인데, 앞부분에 아베 마리아라는 가사가 나오다 보니 그냥 ‘아베 마리아’로 알려지게 됐어요.

서사시 중에서 호수의 연인 엘렌이 성모 마리아에게 드리는 기도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어요. 본래 가사 대신 라틴어로 된 성모송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듣다 보면 종교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돼요.

곡 시작하기 전에 들리는 반주도 잔잔하고 그 위에 얹어지는 멜로디도 듣기가 좋습니다. 이 노래는 피아노 반주로도 부르고 오케스트라 반주로도 부르는데요,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로 연주돼서 남자가 부르든 여자가 부르든 모두 듣기 좋습니다. 특히 저는 이 노래를 성악가 조수미 선생님의 목소리로 자주 들어요. 좀 됐는데요, 2006년에 프랑스 공연할 때 조수미 선생님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도 연주를 강행했는데, 공연 마지막 앙코르에 이 곡을 불렀습니다. 정말 신에게 아버지를 바치면서 간절히 노래하는 것 같았어요. 연주 영상을 보면 그 감정이 진심으로 전달됩니다. 여러분도 나중에 한번 봐 보세요. 저도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디오니소스> 조수미 선생님한테는 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가 참 위안이 됬겠어요.

두 번째 아베 마리아는 누구의 작품인가요?

뮤즈> 두 번째 곡을 고르면서 상당히 고민했어요. 좋은 아베 마리아가 너무 많아서 단 두 곡만 들려드리는 게 아쉽더라고요. 사실 여러분들이 좋아하실 곡으로는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라고 알고 있던 곡이죠.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아베 마리아가 또 있거든요. 유명한 곡은 아닌데 너무 좋아요.


디오니소스>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 알아볼까요?

뮤즈> 이 곡은 작곡자 이름과는 상관없이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하고 말한 주인공. 기억나시죠?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인기와 함께 이 음악도 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역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은 음악들은 장면과 함께 봐서 그런 지 기억을 잘하게 돼요.


디오니소스> 맞아요. 저는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음악 멜로디는 생각납니다. 굉장히 강한 인상을 줬었어요.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뮤즈> 이 음악을 천국의 계단 OST로 알고 계시는 분도 많은데요, 원래 이 곡은 1925년부터 1973년까지 살았던 바로크 음악 연구가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작품입니다. 바빌로프가 워낙 무명이어서 옛날 작곡가 카치니의 이름을 빌어서 음반을 발표했다는 설과 바빌로프 친구가 카치니 것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는데요, 아무튼 중요한 것은 카치니의 작품이 아니라 바빌로프의 작품이라는 거죠.. 전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도 좀 들어요. 사람이 참 간사하구나. 어차피 같은 곡인데 작곡가 이름 하나로 느낌을 달리 받고 있잖아요. 일단 유명해져야 하는 건지.


디오니소스> 듣고 보니 좀 씁쓸한데요. 카치니가 아닌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 이젠 정확히 기억하겠습니다. 오랫동안 카치니로 알고 있었는데, 바빌로프한테 좀 미안하네요.

그런데 이 곡은 드라마 속 아니라 그냥 들어도 뭔가 분위기가 극적이더라고요. 아주 높은 음도 나오고 실제로 부르기 어려울 것 같던데 어떤가요?

뮤즈> 연주자 입장에선 부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음도 많고요. 이 어려운 노래를 라트비아 출신의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가 멋지게 부르면서 더 많이 알려졌어요. 사실 사람들에게 너무 알려진 곡일수록 부담이 심해요. 실제로 성악가들하고 얘기해보면 호흡 조절이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워낙 경건한 느낌으로 긴장감을 갖고 끝까지 불러야 하는 곡이라... 저희들끼리 농담으로 진짜 잘 부르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부르는 곡이라고 해요.


디오니소스> 재밌네요. 들을 땐 단순하게 멜로디만 듣고 좋아하는데 그런 애로 사항이 있군요. 정말 예술가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살다가 기도가 필요한 순간에, 정말 절실해지는 순간에, 신의 도움이 필요한 날에 들으면 좋을 아베 마리아였어요. 뮤즈님이 추천하고 싶다던 다른 아베 마리아 설명 들어볼게요.

뮤즈>이건 아직까지 대중적이진 않지만 들으면 금방 매력에 빠지는 아베 마리아예요. 윌리엄 고메즈라는 지브롤터(Gibraltar) 출신의 기타리스트가 만든 건데요, 남미 쪽,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의 가톨릭 교회 신자라면 누구라도 부를 수 있을 만큼 널리 애창되는 복음성가예요. 제가 좋아하는 메조소프라노 엘레나 가랑차가 불러서 널리 알려졌는데 이 음반도 꼭 한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가수의 매력적인 저음으로 들으면 꼭 감동하실 거예요.


디오니소스> 윌리엄 고메즈의 아베 마리아도 기억하시고요, 오늘은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 듣겠습니다.


https://youtu.be/3mJH18OWbDQ INESSA GALANTE & Michel Legrand - Ave Maria - Caccini -



바빌로프 아베 마리아/ 노래 안드레아 보첼리

https://youtu.be/SqBJFDbE2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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