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

헨델 ‘옴브라 마이 피우’, 베토벤 황제

by 피아니스트조현영

<죠지 프레드릭 헨델 1685~ 1759 독일>

뮤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바로 코 앞인데요, 수험생과 그의 가족들 모두 불안해하지 말고 마음 편안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 이란 주제로 두 곡 골라봤습니다.


디오니소스> 설렘과 긴장으로 보내고 있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아주 듣기 좋을 것 같아요. 어떤 곡인가요?

뮤즈> 첫 곡은 오페라로 성공을 했다는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옴브라 마이 피우’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나무 그늘 아래서’라는 뜻이에요.

디오니소스> 음악의 어머니 헨델 작품이군요. 지난번 ‘울게 하소서’ 아리아도 너무 좋았어요. 사실 저는 헨델이 누군지 몰랐다가 처음 알게 됐는데, 그 곡 듣고 헨델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헨델에 대해 한 번 더 알아볼까요?

뮤즈> 헨델은 독일에서 태어나 바로크 시대에 활동한 작곡가입니다. 1685년 바흐와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요,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바흐에 비해서 훨씬 다국적 성향이었고, 기악뿐만 아니라 많은 오페라도 작곡했습니다. 여러 주제, 여러 장르, 여러 나라에 대한 관심 등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않았어요. 그의 대표적 오페라이자 마지막 오페라인 ‘세르세’ 중에서 ‘옴브라 마이 피우’를 들을 겁니다. 이 곡은 ‘세르세’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아리아예요.


주인공 세르세는 페르시아의 왕인데요, 참고로 대부분의 오페라 제목은 주인공 이름입니다. 이 왕은 밖으로 보기엔 굉장히 용감하고 남성적이지만 실제론 소심하고 사랑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입니다. 불안한 내면의 세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곡은 세르세 왕이 자신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플라타너스 나무에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 부분은 헨델의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선율 중 하나인데, ‘라르고’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아니 왕도 불안했다는 거죠? 하물며 나무에게 마음을 터놓은 거네요?

뮤즈> 그럼요. 원래 잃을 게 많고 욕심이 생길수록 마음이 불안해지는 법이잖아요. 왕이라 차마 겉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보일 수 없었겠죠. 우린 다 약한 인간입니다. 저는 이 세르세 왕이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을 편하게 해 주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이 곡을 불렀다는 걸 보면서 굉장히 공감했어요. 사람들은 자연을 보면 다 터놓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등산 가서 모르는 사람한테 속 이야기하는 것처럼요.


디오니소스> 맞아요... 우리가 나약한 인간이라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죠.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어떤가요?

뮤즈> 이 오페라의 무대는 지금의 이란 지역인 페르시아이고 시기는 기원전 480년이에요. 페르시아의 왕 세르세는 동생과 사랑하는 사이인 로밀다에게 반합니다. 화가 난 왕은 동생을 해외로 추방시키는데, 동생은 좋아하는 여인인 로밀다에게 편지를 보내요. 그런데 이 편지가 로밀다의 여동생 아탈란타에게 잘못 전해져요. 로밀다의 여동생인 아탈란타는 아르사메네에게 은근히 연정(戀情)을 품고 있었는데, 아탈란타는 언니와 아르사메네 사이를 갈라놓으면 되려니 생각하고 일을 꾸밉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얘기예요. 하지만 주인공들에겐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연애편지가 잘못 전해진 것이니까요. 지금 같으면 사회면에 실릴 이야기예요.

아무튼 일이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되가니 동생은 세르세 왕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로밀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로밀다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왕은 동생의 말을 안 믿고 로밀다에게 청혼을 해요. 그런데 이 세르세 왕은 또 로밀다의 동생인 아탈란타가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 그것도 자기 언니를 좋아한다니 열이 받죠. 여기서 중요한 건 세르세 왕에겐 약혼자가 있었어요. 이 약혼자도 세르세 왕의 변절에 괴롭죠. 결국 왕은 크게 뉘우치고 약혼자와 맺어지고, 세르세 앙의 동생인 아르사메네와 로밀다도 행복한 결말을 이룹니다. 어찌 보면 결말이 뻔한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무섭습니다.


디오니소스> 줄거리가 복잡해서 듣고 나니 더 머리가 아파요.

뮤즈> 저희는 오페라 줄거리보다는 노래를 통해 내 마음의 느낌이 더 중요해요. 그러니까 그냥 음악을 듣고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왕 세르세가 연인을 찾으려고 성안의 온 정원을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쉬면서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이 노래를 했다 이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네요.


디오니소스> 좋습니다. 음악 들어 볼게요.

헨델 –오페라 세르세 중 ‘옴브라 마이 피우’ (나무 그늘 아래서)

Andreas Scholl: Largo di Handel : Ombra mai fu : Aria da Xerxes HWV 40


https://youtu.be/N7XH-58eB8c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디오니소스> 멜로디 정말 좋네요. 그런데 이건 남자가 부르는 노래 맞나요? 여자 음성 같기도 한데.

뮤즈> 귀가 엄청 예리하신데요. 원래 세르세는 카스트라토 그러니까 거세한 남성 소프라노가 불렀는데 요즘은 메조소프라노나 혹은 카운터테너(Counter tenor)가 부릅니다. 카운터테너의 음색이 굉장히 이색적이면서 멋있어요.

디오니소스> 두 번째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여러분 잘 아시는 작곡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입니다.

디오니소스> 제목이 황제인 걸 보면 웅장한 음악 같은데요?

뮤즈> 황제처럼 웅장한 느낌을 주는 1악장 때문에 붙은 제목인 것 같아요. 원래 이 곡은 1악장이 가장 유명한데요, 오늘은 2악장 듣겠습니다.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을 모두 5곡 작곡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이죠. '황제'라는 제목은 사실 베토벤이 붙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월광’ 소나타처럼 제목으로 인해서 우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곡인 건 맞죠. 아무튼 이곡은 베토벤이 한 때 존경하던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서 엄청 화를 냅니다. 그래서 자신이 작곡한 ‘영웅 교향곡’의 표지를 찢어버려요. ‘황제’라는 제목은 후세의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게 확실하죠. 오늘은 2악장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에 목표를 두기로 하겠습니다.


디오니소스> 그런데 베토벤은 원래 성격이 좀 까칠하고 무뚝뚝하다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도 이런 부드러운 음악을 작곡하는군요.

뮤즈> 앞에서 들었던 세르세 왕의 이야기처럼 원래 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더 약한 경우가 있잖아요. 베토벤도 1악장에서는 강하고 웅장 아니 웅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어요. 그런 멜로디를 작곡했지만 2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좌절 이런 느낌을 표현하면서 잔잔한 파도처럼 노래합니다.


디오니소스> 천하의 베토벤도 마음이 불편했나 봐요.

뮤즈> 믿었던 정치가에 대한 배신 그리고 자기에게 연금을 줄 수 있었던 귀족들이 어쩔 수 없이 사라져서 다시 피폐해진 자신의 삶. 뭐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이런 멋있는 멜로디를 만들어 낸 거죠.


디오니소스> 클래식을 듣다 보면 음악이 아닌 한 인간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렇게 위대하다는 베토벤도 이런 음악을 작곡하면서 마음을 달랬을 테고, 저희 역시 그가 작곡한 이 음악 덕에 위안을 얻네요.

뮤즈> 1악장의 장엄한 모습도 2악장의 온유한 모습도 모두 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걸 기억해 보면 지금처럼 불안한 마음일 때 더 우리에게 와 닿을 수 있는 음악이라 여려집니다. 모든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게 평안한 마음을 음악으로서 선물해 드릴게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 Op.73

https://youtu.be/IS30yphoy50 피아노 랑랑

https://youtu.be/pEYajsa8NeM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Op.73 전악장 피아노 다니엘 바렌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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