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헨델 ‘할렐루야'
뮤즈> 매년 그렇지만 올 한 해도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이 모든 게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회의론자는 아닙니다만, 2017년을 마무리하려니 정해진 것들 ‘운명’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로 운명에 관한 강렬한 두 곡 골라봤습니다.
디오니소스> 저희가 지난번에도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소개하면서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죠. 운명과 관련된 강렬한 곡이라고 하니 뭔가 음량도 크고 대곡일 것 같은데, 어떤 곡인가요?
뮤즈> 첫 곡은 칼 오르프가 작곡한 ‘카르미나 부라나’ 중에서 ‘오 운명의 여신이여’입니다.
디오니소스> 칼 오르프! 이 작곡가는 정말 생소한 이름입니다. 어떤 사람인가요?
뮤즈> 이 오르프라는 사람에 대해선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칼 오르프(CARL ORFF)는 1895년 독일 뮌헨에서 출생한 현대 작곡가이고 교육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오르프 교수법의 창시자입니다. 이 분도 천재 중의 천재였는데요, 어릴 때부터 각종 악기를 다뤘고요 심지어는 자작 인형극에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독일 사람들이 니체를 중독일 정도로 좋아하는데, 오르프 역시 니체의 팬이었어요. 그래서 불과 16세 때인 1911년에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대작을 완성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 책이 이해가 다 안 되는데... 제가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수학 정석 풀고 있을 때 이 분은 그런 곡을 작곡한 거죠. 역시 비범한 사람들은 달라요. 심지어는 1915년부터 1918년까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합니다. 음악가라고만 소개하기엔 업적이 다양하죠.
디오니소스> 작곡가이고 교육자이고 또한 군인으로도 활동했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니체에 심취한 걸 보면 철학에도 관심이 많았나 봐요.
뮤즈> 제가 독일에서 공부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철학이 모든 삶의 기초를 이룬다는 거였어요. 철학이 없는 예술은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예요. 오르프는 그런 철학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이들 음악 교육에도 더 신경을 썼고요.
아 그리고 이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많은 독일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와 재혼한 남편입니다. 루이제 린저는 ‘생의 한가운데’를 쓴 독일 최고의 지성인이죠. 둘이 나중엔 별거하게 되지만...
디오니소스> 본격적으로 곡 이야기 나눠 볼까요? 제목이 ‘카르미나 부라나’! 발음도 어렵네요. 어떤 곡이에요?
뮤즈> 카르미나(CARMINA)라는 말은 CARMEN(라틴어로 '노래'라는 뜻)의 복수형이고 부라나(BRANA)는 지방 이름인 보이렌(BEUREN)의 라틴어입니다. 우리가 많이 듣던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도 이 단어와 같습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보이렌의 노래집- SONG OF BEUREN’ 이란 뜻이에요.
중세 13세∼14세기에 유랑시인들이 라틴어로 적어 놓은 시가집인데, 이 노래집이 1803년 독일 뮌헨 근교의 베네딕크 보이렌(BENEDIKT BEUREN) 수도원에서 발견돼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도덕적인 풍자부터 외설적인 것까지 내용들도 다양해요. 이 노래집에는 약 250곡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24곡을 골랐어요. 거기에 오르프 본인이 작사한 독일어 몇 곡까지 포함해서 만든 극음악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맨 첫 번째와 마지막에 반복돼서 나오는 ‘오 운명의 여신이여’라는 합창곡을 듣겠습니다. 이건 설명이 복잡해서 그렇지 여러분들 많이 들어본 곡이에요.
디오니소스> 그렇군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9세기 독일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중세의 노래를 오르프가 발췌해서 만든 극음악이라는 거죠. 전체 24곡 중에서 첫 번째 나오는 운명의 여신이라는 합창곡이고요.
뮤즈> 네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셨어요.
디오니소스> 그럼 여기서 음악 들어볼까요?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운명의 여신이여’
https://youtu.be/y3cXcS49D64 영화 엑스칼리버
Excalibur • O Fortuna - Carmina Burana • Carl Orff
https://youtu.be/3hBIAgQPygY 영화 300 중에서
디오니소스> 오 이 음악이었군요. 이거 중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나 게임에서도 자주 들었는데...
뮤즈> 빙고! 영화 ‘엑스칼리버’에서 첫 장면에 바로 나옵니다. 영화에서 다루는 성스러운 검 ‘엑스칼리버’도 신비롭지만 이 음악이 깔리는 순간 타임캡슐 타고 바로 13세기 암흑시대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음악이 굉장히 강렬하죠. 가사가 라틴어라 더 신비스럽게 들려요.
디오니소스> 운명을 맞닥뜨리는 두 번째 음악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두 번째 곡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에서 ‘할렐루야’입니다.
디오니소스> 오! 할렐루야!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부르는 곡 맞죠?
뮤즈> 맞습니다. 할렐루야란 고대 히브리어인데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뜻이죠. 기독교의 찬송가에 자주 쓰이는 말이라 익숙하게 들어봤습니다.
디오니소스> 그런데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는 다른 건가요?
뮤즈> 오페라가 볼거리가 많은 음악극이라면 오라토리오는 같은 성악곡이지만 극장 무대 장치가 없고 의상도 없으며 내용이 훨씬 종교적인 음악입니다. 비용이 훨씬 경제적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죠.
디오니소스> 음악의 어머니 헨델도 바흐만큼이나 종교적인 작품을 많이 썼나요? 사업가 기질이 있는 자유로운 작곡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요.
뮤즈> 사람이 큰 일을 겪고 나면 종교에 더 많이 의지하게 되죠. 흥행불패 헨델에게도 역경이 찾아옵니다. 그가 운영하던 오페라 극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사업에 실패를 합니다. 게다가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까지 겹쳐서 나중엔 실명에 이르기까지 하죠.
1731년 헨델의 나이 57세! 이래 저래 괴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더블린으로부터 자선음악회 제안이 들어옵니다. 때마침 영국의 시인 찰스 제넨스로부터 그리스도의 일대기를 다룬 대본을 받아두었던 헨델은 바로 새 오라토리오 ‘메시아’ 작곡을 시작합니다. 메시아는 1부 예언과 탄생, 2부 수난과 속죄, 3부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곡은 헨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곡입니다.
디오니소스> ‘운명을 맞닥뜨리다’에 이 곡을 선택하신 이유를 이해하겠어요.
그러니까 헨델은 사업실패와 성인병까지 겹친 악재 속에서 이 곡으로 새롭게 재기에 성공한 거네요?
뮤즈> 그렇죠. 힘든 일은 한꺼번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그냥 좌절하고 포기하죠. 그런데 우리 헨델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도전적이고 낙천적인 그의 성격이 좋은 영향을 끼친 겁니다. 57살에 재기해서 74세까지 장수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같은 해에 태어난 바흐보다 더 오래 살았어요. 오래 살았다는 바흐도 65살에 죽었는데 헨델은 가족도 없이 혼자 먼 이국땅 영국에 살면서도 장수합니다. 성격이 낙천적일 필요가 있어요.
디오니소스> 이 곡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는데, 할렐루야는 어떤 부분에 나오나요?
뮤즈> 메시아는 전체 52곡인데, 할렐루야는 제 2부 수난과 속죄 편에 나옵니다. 이 곡을 듣고 있던 왕 죠지 2세가 할렐루야가 나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고 해서 지금도 간혹 연주 도중에 할렐루야가 나오면 서서 듣는 경우가 있어요.
디오니소스> 아니 얼마나 감동이었으면 왕이 듣다가 기립을 했을까요?
뮤즈> 그러게요. 헨델 본인도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어요. 오죽하면 ‘하늘이 열리며 위대한 신의 모습이 보였다’라고 본인이 이야기했겠어요. 그런데 헨델 말처럼 이 곡을 듣다 보면 온 몸에 성령이 죽 감기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분도 직접 이 음악은 들으면서 하늘이 열리고 위대한 신의 모습이 보이는 감정을 함께 느껴보세요.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
''Hallelujah'' chorus, from Händel's Messiah - Mormon Tabernacle Ch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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