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쇼팽 이별의 곡 op.10-3, 이별의 왈츠 op. 69-1

by 피아니스트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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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쇼팽, 1810-1849 폴란드>


뮤즈> 11월 마지막 주예요. 11월은 10월인 가을과 12월인 겨울 사이에 있어서 어찌 보면 무척 애매한 시간인데요, 저는 오히려 그런 시간이 좋습니다. 왠지 남들이 별 관심 없을 것 같은 시간이 되려 제겐 자성의 시간이더라고요. 남은 마지막 한 달을 차분히 준비할 수도 있고요.

불교에서는 음력 10월 중순부터 그러니까 거의 이즈음이죠,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가시잖아요. 가끔은 저도 아무 생각 없이 동안거에 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습니다. 현실적으론 어렵겠지만요...

오늘은 11월과 이별하는 의미에서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주제를 가지고 두 곡 들어볼게요.


디오니소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 어떻게 해야 이별을 잘하는 건가요?

가능하다면 전 이별은 하고 싶지 않은데...

뮤즈> 우리 디오니소스님은 이별이 두려우세요? 한때는 저도 아주 심각하게 이별이 두려웠어요. 지금은 덜 하지만...

보통 이별이라고 하면 연인과의 이별이 제일 먼저 떠오르죠. 우리는 살면서 사람이든 사물이든 혹은 시간이든 뭐든 간에 이별을 경험합니다. 굉장히 슬프고 애달프죠. 적절한 치유법을 못 찾으면 언제나 자기만 상처받아요. 만나서 헤어지는 일.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오늘 저는 피아노의 시인인 쇼팽이 어떻게 이별에 대처했는지 음악으로 느껴볼 거예요. 첫 곡은 여러분 너무나 잘 아시는 ‘이별의 곡’입니다. 원래 이 곡은 연주용 연습곡 작품번호 10의 3번입니다. 쇼팽은 전체 27곡의 연습곡을 작곡했는데, 작품번호 10세트 안에 12곡, 작품번호 25세트 안에 12곡 나머지 3곡은 유작입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연습곡이 바로 이별의 곡이죠. 이것도 쇼팽이 제목을 직접 붙인 건 아니고요, 후세의 사람들이 별칭으로 붙인 것입니다.


디오니소스> 쇼팽은 피아노 곡을 많이 작곡해서 ‘피아노의 시인’인가요? 그리고 이곡이 연습곡이라고 하셨잖아요, 보통 저희가 알고 있는 연습곡은 학원에서 배우는 하농, 체르니 이런 곡인데.

뮤즈> 네 맞는 말이에요. 피아노라는 악기로 시인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해서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호칭이 붙었어요. 그리고 쇼팽의 작품은 거의 피아노 곡입니다. 다른 작곡가들처럼 여러 장르에 관심이 있진 않았죠.

연습곡에 대한 질문도 아주 의미 있는 질문인데요, 우리가 학원에서 배운 하농, 체르니는 모두 사람 이름입니다. 그 연습곡들이 단순하게 기계적인 손가락 훈련을 위한 곡이었다면 쇼팽의 연습곡은 연주를 위한 연습곡인 거죠. 주로 19세기 초에 유행하던 경향입니다.

쇼팽이 처음으로 출판한 연습곡집 Op.10은 1833년 쇼팽 나이 23살에 출간한 것인데, 1829년부터 1832년 사이에 작곡한 것입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 이런 대곡들을 작곡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쇼팽은 조국 폴란드를 20살에 떠났는데, 이 곡은 조국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는 곡입니다.


디오니소스> 피아노의 시인은 조국에 대한 향수를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음악 들어볼까요?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쇼팽 이별의 곡 op.10-3 피아노 머라이 페라이어

https://youtu.be/EmQBFLJAIcY


디오니소스> 이 멜로디 너무 아름답고 애절하네요. 피아노 연주는 못하겠지만 노래로는 바로 흥얼거려지네요.

뮤즈> 그렇죠? 실제로 이 곡에 가사를 붙여서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쇼팽의 이별의 곡처럼 우리 가곡에도 같은 제목의 곡이 있습니다. 바로 박목월 선생님의 시에 김성태 선생님이 곡을 붙인 ‘이별의 노래’인데요, 나중에 시간 되시면 이 곡도 한 번 들어보세요. 가을에 듣기 참 좋습니다.


디오니소스> 가곡도 들어봐야겠네요. 두 번째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이 곡도 역시 쇼팽의 작품인데요, 작품번호 69-1 ‘이별의 왈츠’입니다.


디오니소스> 아니 쇼팽은 유난히 이별에 관한 곡을 많이 작곡했네요? 인생에 슬픈 이별이 많았나요?

뮤즈>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일단 조국을 떠나왔으니 조국과 이별을 했고, 남겨진 가족들과도 이별을 했겠죠. 음악원 같이 다녔던 친구들 거기서 만난 첫사랑 콘스탄체 글라디코프스카, 약혼녀 마리아, 마지막 여인인 조르쥬 상드 그리고 절친인 티투스까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사랑과 이별은 영원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이 곡은 1829년에 작곡된 곡인데, 죽고 나서 발견된 유작이라서 작품번호가 좀 늦습니다. Op.69-1이니까요. 작품번호 69세트 안에는 2곡이 있는데 69-2번도 아주 좋습니다.


디오니소스> 쇼팽은 몇 살에 죽었나요?

뮤즈> 39살인 1849년에 파리에서 죽었습니다. 지금 파리 20구 지역에 위치한 ‘페르 라셰즈’라는 공동묘지에 묻혀있어요. 이곳은 나폴레옹이 세운 정원식 묘지인데, 당시의 파리 대주교인 ‘페르 라셰즈’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쇼팽 말고도 프랑스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많이 묻혀있으니 나중에 파리 여행 가시면 꼭 들러보세요. 이번 여름에 유럽 출장 갔을 때도 다녀왔는데, 역시나 쇼팽의 무덤 앞에는 꽃다발과 촛불이 많더라고요. 관광객들한테 인기가 좋습니다. 잘 생겨서 그런가?


디오니소스> 저한테 이별이 두렵냐고 물으셨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음악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어쩌면 ‘영원히 함께’라는 건 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쇼팽의 음악도 그가 남기고 간 것이라 더 절실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듯이요.

뮤즈> 맞아요. 너무 놓지 않으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더 상처받고 괴로운지도 몰라요. 가는 시간도, 떠나는 사람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하는 하잖아요. 아마도 모두 흘려보내야 하는 게 맞을 겁니다. 아침부터 제가 너무 애늙은이 같은 소리 하나요?


디오니소스> 가끔 철학자 같아요. 그런데 왈츠인데 왜 이렇게 우울한가요?

뮤즈> 우리가 아는 왈츠는 비엔나 왈츠라고 해서 좀 밝은 곡들이 많죠. 예를 들면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처럼 4분의 3박자의 경쾌한 곡이죠. 주로 19세기에 유행이었어요. 그런데 이 쇼팽의 왈츠는 춤을 추기엔 상당히 느립니다. 그래서 이 곡은 주로 기악 연주용 왈츠예요.


디오니소스> 아 그렇군요. 오늘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주제로 쇼팽의 이별의 곡 연습곡과 왈츠 두 곡 설명 들어봤습니다. 거의 쇼팽 특집이었네요.

뮤즈> 워낙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라 사심이 들어갔습니다. 피아니스트들이 대부분 쇼팽을 좋아해요. 아참 그리고 혹시라도 쇼팽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한 분들은 ‘쇼팽의 음악과 사랑’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쇼팽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쇼팽이 쓴 편지가 많이 담겨있는데, 구절마다 왜 이런 음악을 작곡했는지 이유가 납득이 되더라고요. 가볍게 읽힐 겁니다. 저는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쇼팽 이별의 왈츠 듣기 op. 69-1 피아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https://youtu.be/hlzF_jLZOL4

https://youtu.be/bBELcBzBh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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