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스키 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뮤즈> 오늘의 주제는 ‘하루키, 클래식을 만나다!’입니다.
디오니소스> 오호 하루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작가지요?
뮤즈> 뭐 월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썼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하루키가 클래식 마니아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가 쓴 글 안에서 발견되는 음악이 아주 많은데, 오늘은 대표작인 상실의 시대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이지요. 그 소설 속에 나오는 클래식 두 곡 골라봤습니다.
디오니소스> 하도 유명한 작품이 많아서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상실의 시대는 읽었어요. 어떤 말씀을 듣게 될지 기대되는데요, 어떤 곡인가요?
뮤즈> 첫 번째 곡은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작곡한 ‘세헤라자데’ 중에서 ‘칼렌다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디오니소스> 세헤라자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건데요?
뮤즈> 음... 이 단어를 듣고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데 공주가 생각나실 거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우리나라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가 떠오르실 거예요. 둘 다 맞는 말인데요, 오늘 소개하는 세헤라자데는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작곡한 교향적 모음곡 작품번호 35의 제목입니다. 이 작곡가가 아라비안 나이트 그러니까 천일야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교향악곡입니다.
일단 작곡가 소개부터 할게요. 예전에 제가 말씀드렸죠? ~프, ~스키 붙으면 러시아 사람이라고. 림스키 코르사코프! ~ 프 붙었으니 러시아 사람 맞아요. 1844년에 태어나 1908년에 죽은 러시아 작곡가입니다. 이 사람은 원래부터 음악을 공부한 작곡가가 아니라 해군 장교였어요. 명문가 자제였던 이 작곡가는 굉장한 엄친아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음악도 좋아했는데, 전문적으로 음악을 전공하진 않았어요. 12살에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서 해군 장교가 되는데, 나중에 발라키에프라는 유명한 음악가한테 음악을 배워서 본격적인 활동을 합니다. 이 발라키에프는 러시아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러시아 5인조’의 리더인데, 림스키 코르사코프도 이 러시아 5인조의 일원으로 활동을 합니다. 아무튼 위인들은 천재에 엄친아가 너무 많아요. 이제는 너무 많아 부럽지도 않습니다.
디오니소스> 아... 정말 다들 엄친아네요. 해군 장교인데 이런 멋진 음악을 작곡하다니! 칼 오르프도 군인으로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고 하셨잖아요?
뮤즈> 맞습니다. 하나를 잘 하면 다 잘하나 봐요.
디오니소스> 저는 말씀 듣고 보니 김연아 선수 경기 때 들었던 음악이 떠오르네요. 그 음악 맞죠?
뮤즈> 네 맞아요. 우리한테는 2009년 김연아 선수 덕에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이 곡은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교과서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곡입니다. 교과서만 제대로 살펴봐도 유명한 클래식은 모두 섭렵 가능합니다.
세헤라자데는 전체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음악을 자세히 들어보면 발견하시겠지만 선율이 굉장히 비슷비슷해요. 1악장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 2악장 칼렌다 왕자의 이야기, 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바다-난파-종결 이렇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음악으로 듣는 아라비안 나이트’라고 할 수 있죠. 그중에서 오늘 들을 2악장이 가장 유명하고 많이들 좋아하세요.
전체 곡은 45분에서 1시간 정도 연주됩니다. 재미난 제목들이 붙어 있는데, 원래 작곡가는 이런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가 나중에 붙인 거라서 여러분들이 상상하면서 자유롭게 들어도 별 상관없습니다. 1888년 작곡가 나이 44세에 작곡된 곡이고, 정말 본능적인 감각으로 빼어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작곡가라고 할 수 있어요. 아쉽게도 멋진 이 관현악 곡을 작곡한 이후로는 별다른 관현악 곡을 작곡하지 않아요.
디오니소스> 오르프도 니체를 읽고 곡을 작곡했다고 했는데, 림스키 코르사코프도 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거군요.
뮤즈> 그렇죠. 오늘의 주제인 ‘하루키, 클래식을 만나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예요. 문학과 음악, 음악과 문학, 그림과 음악! 세상 모든 예술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느 하나으로는 부족하죠.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죠. 자신은 음악에서 글의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하루키의 소설이 인기가 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겁니다. 글을 읽지만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도시형 소시민의 삶을 세련되게 표현하면서 균형 잡힌 교양인의 인생 태도를 쿨하게 묘사하죠. 하루키는 자신의 장기인 글을 통해 다른 문화를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아... 오늘을 하루키의 이야기에 음악이야기까지 듣고 싶은 말이 정말 많네요.
림스키 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중 2악장
칼렌다 왕자의 이야기
Rimsky-Korsakov: Scheherazade /
지휘 발레리 게르기에프 /연주 비엔나 필하모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05
Gergiev · Vienna Philharmonic · Salzburg Festival 2005
디오니소스> 바이얼린 선율의 음악이 굉장히 관능적인 데요?
뮤즈> 맞아요. 이 주제는 전 악장을 통해서 계속 반복됩니다. 이게 사랑하는 세헤라자데 공주와 왕의 로맨틱 플롯이에요. 남녀가 나오니까 관능적 사랑이 빠지면 안 되겠죠? 음악가 입장에서 하루키가 세헤라자데를 상실의 시대에 소개한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봅니다. 그 소설도 상당히 관능적인 부분이 많아요.
아무튼 사실 하루키 이야기도, 세헤라자데도 오늘 방송 한 번으로 끝내기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하루키 시리즈도, 러시아 음악 시리즈도 이야기해 드릴게요.
디오니소스> 뮤즈님이 세헤라자데 같아요.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들! 두 번째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세헤라자데! 이거 마음에 드는 데요? 내년엔 뮤즈에서 세헤라자데로 바꿔 볼까요? 자! 두 번째 곡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입니다.
디오니소스> 오늘은 둘 다 주인공이 공주네요.
뮤즈> 어머 그렇군요. 우연의 일치인가요? 첫 번째 세헤라자데는 자신의 입담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두 번째 왕녀는 안타깝게도 죽었어요. 물론 지병으로 죽었습니다만, 아무튼 이 곡은 라벨의 소품 중에서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디오니소스> 그래요, 좋습니다. 작곡가 라벨? 그 사람 궁금합니다. 어떤 분인가요?
뮤즈> 일단 이름이 라벨인데 이 단어를 발음을 잘 해야 해요. 라벨~~! Label과 Ravel! 상품명 및 상품에 관한 여러 사항을 적힌 그 라벨 아닙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남 작곡가 라벨은 1875년에 태어나 1937년에 죽은 후기 인상주의 초기 현대음악의 선두주자입니다. 인터넷에서 라벨을 찾아보시면 항상 정장을 입고 빗질을 잘한 알 파치노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알 파치노가 늙고 살이 많이 쪘지만 대부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심쿵하죠. 카리스마가 확 느껴지면서.
이 라벨도 그래요. 성격도 장난 아닙니다. 대충 입고 나가는 법도 없고 못 생긴 사람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원래 자기가 패셔니스타면 평민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라벨은 고향이 피레네 산맥 근처였어요. 스페인하고 프랑스 국경이니까 남프랑스 출신이죠. 그래서 정서가 양가적이에요. 프랑스와 스페인 둘 다 가지고 있어요.
디오니소스> 라벨도 처음 만나는 작곡가죠?
뮤즈> 맞습니다. 라벨은 우리가 첫 곡으로 들은 림스키 코르사코프처럼 관현악 곡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지요. 오늘은 그가 작곡한 피아노 곡 중에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곡을 듣겠습니다. 1900년에 출판된 곡인데 지금은 관현악 곡으로도 편곡돼서 많이 연주됩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왕녀 마가레타의 초상이라는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입니다. 라벨은 이 곡을 옛날 ‘스페인 궁전에서 춤을 추었을 어느 어린 왕녀를 위한 기억’이라고 설명했어요.
디오니소스> 음악과 그림, 그림과 음악! 라벨도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게 맞군요.
뮤즈> 음악 들으시면서 벨라스케스의 그림도 함께 보세요. 이 왕녀는 펠리페 4세의 딸인데 정략결혼을 했고 삼촌뻘인 남자랑 결혼을 해요. 그리고 22살에 넷째 아이를 낳다가 죽습니다. 공주 치고는 얼굴이 그리 밝지는 않은데 약간 주걱턱이고 유전병도 있었어요. 애잔함이 느껴지는데, 이 음악도 그렇습니다.
디오니소스> 상실의 시대 어느 부분에 이 음악이 등장하나요?
뮤즈>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음악들은 자세한 설명보다는 분위기 조성용이 많습니다. 음악을 살면 앞뒤 문맥이 더 자세하게 이해가 되는 상황이랄까요? 이 책은 1989년에 세상에 나와 한국에서도 대 히트를 쳤어요. '와타나베‘ 1인칭 시점의 소설인데, 주로 대학시절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는 성장소설이죠. 고교 때 절친 기즈키와 그의 여자 친구, 나오코 이렇게 셋이서 '삼총사'였고, 기즈키가 자살하게 됩니다. 와타나베는 '친구의 친구' 그러니까 나오코를 사랑하게 됩니다. 시대의 배경은 1987년에 주인공이 18년 전의 이야기를 회상하듯 풀어갑니다. 즉, 1969년쯤의 도쿄가 중심이죠.
구체적인 대목을 말씀드리자면 첫 곡은 P. 223에서 주인공 와타나베가 레이코 여사한테 세헤라자데 같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에 나오고요, 두 번째 라벨의 곡은 P.462에서 나옵니다.
/ 그리고 그녀는 기타용으로 편곡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드뷔시의 <월광>을 정중하고 아름답게 연주했다./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https://youtu.be/oPHSHZss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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