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op.71

by 피아니스트조현영


호두까기 인형.JPG


뮤즈> 연인들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벌써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인데요,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예전 같으면 거리에서 캐롤이 많이 들렸을 텐데, 아쉽게도 요즘은 거의 들을 수가 없죠. 캐롤과 더불어 12월이 되면 공연장에서 어김없이 들리는 클래식이 있습니다.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인데요, 즐거운 성탄을 기대하며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차이코프스키 모음곡 들어보겠습니다.


디오니소스> 12월이라 그런지 유난히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이 듣고 싶어요.

뮤즈> 차이코프스키는 우수와 멜랑콜리로 표현되는 19세기 후반의 작곡가입니다. 대부분 그의 작품들이 고상하고 우아한 선율인데 반해 호두까기 인형은 좀 다릅니다. 귀엽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예외적인 작품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40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나 1893년에 죽었는데, 처음에는 법을 전공했다가 나중에 음악을 공부하게 된 사람이죠. 보통 법을 전공한 분들이 서류를 많이 봐서인지 문학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가 굉장히 잘 생겼다고 했는데, 보기에 예쁜 것들에 대해 대단한 호감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발레 같은 예술 장르죠.


디오니소스> 러시아 하면 또 발레를 빼놓을 수가 없죠. 마린스키, 볼쇼이 발레단 등 내한하는 유명 발레단들도 정말 많죠. 어릴 때 부모님 손잡고 발레 보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뮤즈> 부모님들은 참 예술을 좋아하셨네요. 발레 공연을 본다는 게 생각보다 흔한 일은 아닌데. 요즘이야 어린 친구들이 취미로 발레 많이 배우고 어른들도 몸매 관리를 위해 배우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발레는 왕실의 문화였습니다. 오늘은 발레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 나눠 볼게요.


디오니소스> 클래식을 듣는 데 발레도 한몫하는군요?


뮤즈> 맞아요. 보통 클래식을 접하는 순서랄까 단계가 있는데, 처음에 유명한 선율이 있는 기악 음악에서 성악과 오페라를 듣고, 다음 단계에서는 발레를 봅니다. 음악이 빚어내는 서사 위에 발레 동작이 색깔을 입히는 거죠. 발레 역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발레의 역사는 세계사와도 연관이 됩니다.


디오니소스> 세계사와도 연관이 있다고요?

뮤즈> 모든 문화는 정치와 역사와 함께 움직이거든요.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발레는 16~17세기에 프랑스 궁정에서 꽃을 피웁니다. 바로 이탈리아 최대 갑부 메디치가의 까트린 드 메디치 공주 덕입니다. 이 까트린이 14살에 프랑스의 앙리 왕자랑 결혼하면서 이탈리아 음악가와 발레 무용수들을 많이 데려 와요. 이탈리아 문화를 프랑스에서도 누려야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탈리아에 있는 것은 모든 것이 프랑스에 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예요. 카트린이 프랑스 문화에 끼친 영향은 막대했어요. 역사 속에서는 그녀를 자식 잡아 먹은 검은 상복의 왕비로 악인 취급하지만 좋은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습니다. 카트린과 프랑스 역사에 관해서는 ‘여왕 마고’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왕정에서 발레가 얼마나 영향력을 펼쳤는지는 영화 ‘왕의 춤’에서도 자세히 그려져요. 태양왕 루이 14세와 이탈리아 음악가이자 무용수인 륄리의 관계를 그린 영화인데 재미있어요. 아무튼 발레가 프랑스 궁정에서 꽃을 피우고, 이 프랑스의 발레가 18세기와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기에 발전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프티파라는 프랑스 무용가와 차이코프스키가 있어요.


디오니소스> 다른 음악가들과 달리 차이코프스키는 발레 음악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네요.

뮤즈> 우리가 보통 발레음악 하면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음악이 가장 유명한데요, 이 문제는 매번 학교 다닐 때 시험에도 나왔어요. 바로 백조의 호수 (1876), 잠자는 숲 속의 미녀(1890), 호두까기 인형(1891~1892) 이렇게 세 곡이죠. 저는 앞자만 떼서 백잠호...라고 외웠어요.


디오니소스> 이 곡은 어떤 내용인가요?

뮤즈> 호두까기 인형은 여러분들 모두 잘 아는 줄거리예요. 엄마들 중엔 아이들 동화책으로 읽어 주신 경험들이 다 있을 겁니다. 여자 주인공 클라라와 그의 오빠 프리츠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다 준 드로셀마이어 할아버지 등이 나옵니다. 할아버지가 사다주신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독일 극작가 E T A 호프만의 환상 동화를 각색하여 만든 15곡의 모음곡입니다. 1892년에 초연 당시에는 혹평을 금치 못했죠.


디오니소스> 그럼 여기서 일단 음악부터 먼저 들어볼까요? 그 모음곡 중에서 어떤 곡을 들어볼까요?

뮤즈> 발레는 1시간 30분 가까운 공연인데 기악 연주곡은 모두 8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평균 30분 정도 걸립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두 번째 곡 행진곡과 세 번째 곡 사탕 요정의 춤을 이어서 감상해 보실게요.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op.71 중

행진곡과 사탕 요정의 춤곡

행진곡-> https://youtu.be/hmSoXMfoLeI

사탕 요정의 춤곡 -> https://youtu.be/XuH3cofT-XI



디오니소스> 이 행진곡만 들으면 무용수들이 무대 뒤에서 뛰어나와 행진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사탕 요정의 춤은 광고에서도 자주 들었던 것 같고요.

뮤즈> 항상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정말 많은 클래식을 듣고 있어요. 행진곡은 장면이 머리에 그려지는 상황이고, 세 번째 사탕요정의 춤은 지금 티비에서 자주 등장하는 배달 광고 음악으로 쓰이기도 해요.


디오니소스> 광고가 생각나요. 우아한 발레 음악으로 그렇게 재미난 광고를 만들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의 명작이 초연 때는 실패를 했다니 사람들의 보는 관점이 많이 달랐나 봐요.

뮤즈> 일단 주인공이 마리라는 여자 어린이인 것이 사람들은 싫었어요. 보통은 예쁜 공주나 왕자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주인공 설정 자체가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거죠. 그랑 파트되. 그러니까 남녀 두 주인공인 무용수가 서로 춤을 추는 장면이 그려지질 않는 겁니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그랑 파트되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원작에 재안무가 가미되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 왕국의 여왕인 사탕 요정의 춤이 겹쳐지면서 인기를 몰아갑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954년에 미국에서 공연을 하게 된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죠. 바로 가족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으레 껏 공연 하나쯤은 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부터 호두까기는 연말 단골 상품이 됐다고 봅니다.


디오니소스> 그런 이야기가 얽혀 있었군요. 다음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곡 전체 구성은 작은 서곡- 행진곡- 사탕 요정의 춤- 러시아 농부의 춤 (트레팍)- 아라비아의 춤- 중국 춤- 갈잎 피리의 춤- 꽃의 왈츠 8곡입니다. 앞서 들은 두 곡과 더불어 트레팍과 마지막 곡인 꽃의 왈츠가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러시아 농부들의 춤인 트레팍을 묘사한 부분도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템포도 빠르고 신나거든요. 오늘은 마지막 곡 꽃의 왈츠 들을 건데, 드라마에서 꽃처럼 예쁜 인물들이 나오면 자주 나오는 음악이에요. 이 음악 들으면 발레 배우고 싶어져요.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https://youtu.be/s3JjU4LWF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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