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울음소리는 어떤 음일까?

by 피아니스트조현영

직업 탓인지 개인적인 예민함 때문인지 수술대에 누워 마취를 한 상태였지만 아이의 울음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울음소리가 대충 ‘높은 도’ 정도 되는 듯하다. 소리가 아주 높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다. 남편은 애 울음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지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사람 얼굴은 기억 못해도 목소리는 유난히 잘 기억하는 나에겐 울음소리가 중요하다. 어린아이들의 음성은 대체적으로 높이가 높다. 울음소리로도 아이의 성향이 어떤지 대충 짐작이 간다. 소리가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면 엄마가 더 많이 안아주고 노래 불러주면서 아이를 안정시켜야 한다.


태어나서 36개월 정도까지 엄마의 역할은 거의 전부이고, 사실 본격적인 감성교육은 지금부터다. 독일에서도 피아노 연주만큼이나 음악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를 꽤 많이 했다. 한 인간의 정서라는 건 단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가 세상에 빛을 본 바로 그 순간부터 배운 대로 실제화하겠다며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출산 후 며칠 동안은 몸이 괴로워서 이틀 후에야 비로소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젖을 물리면서 요리조리 뜯어보니 정말 신기하다. 이 아이가 뱃속에서 10달 동안 나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소리를 듣고 세상에 반응을 했다는 게 영화 같았다. 모성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야심 차게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모유가 불가능하면 어쩔 수 없이 우유를 먹이겠지만 아이는 내 품에 딱 달라붙어서 맛있게 잘도 먹는다. 다행히 나도 모유가 풍부했다. 실루엣 걱정하는 내 친구는 곧 죽어도 모유는 안 된다고 했지만, 이래저래 탈 많은 분유 성분을 가려내는 건 더 힘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 아이는 내가 아니면 밥줄이 끊기는 거다. 헉! 그야말로 내가 우리 아이의 밥줄을 쥐고 있구나. 얼마 지나면 이 아이가 내 밥줄을 좌지우지할 텐데! 하하하!


모유를 주다 보니 아이를 안고 있는 시간이 꽤 많았다.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서도 하루 일과는 모두 아이의 밥과 연결되는 일이다. 아이와 분리되어 있어야 산모가 편히 쉴 수 있다고 했지만, 생각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진 않다. 무슨 군대에 들어간 이등병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규칙적인 일상과 할 일이 있었다. 20대의 젊은 산모들과도 안면을 트고, 나이 50에 처음으로 엄마가 됐다는 산모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은 일찍 했지만 복잡한 이유로 이제야 아이를 갖게 됐다고 하면서, 자기는 지금 이 모든 순간이 기적 같다고 했다.


그래 우리 모두에게 아이는 기적이다.


점차적으로 몸이 편안해지자 임신 때 써 내려간 일기를 이어서 쓰기로 했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모든 주어가 ‘나’였는데, 이젠 내가 아이를 대필하는 느낌이다. 죄다 아이의 감정 변화와 행동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아이의 이름은 우리가 생각했던 발음에 뜻을 맞추어 작명소에 가서 지었다. 아직도 동양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서인지 난 아이가 이름대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태명도 ‘천운’이라고 지었다. 살면서 억지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실상 별로 없다, 모든 게 하늘의 뜻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편해진다. 아이가 하늘에서 받은 복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천운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신생아실에 누워 있는 아이들은 얼핏 보면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지만, 엄마들은 다 안다. 어느 아이가 내 아이인지... 보통은 생김새로 분간하지만 난 울음소리를 들으면 바로 분간이 됐다. 아직 말은 못 하지만 울음 하나로도 많은 것을 내게 전달한다. 그리고 실제로 같은 아이라도 본인의 상태에 따라 음의 높이가 달라서, 음향학적으로도 감정상태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많다. 울음은 아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모종의 신호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긴 힘들지만 자세히 들으면 들린다. 아이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엄마다. 하물며 어른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가?


아이의 소리를 잘 들어주면 나중에 아이도 엄마의 소리를 잘 듣는다. 그래서 엄마의 청지각력이 특히 중요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눈빛만 봐도, 웃음소리만 들어도 아이의 감정을 읽어내는 엄마가 돼야 한다. 주의 깊게 보고, 사랑으로 이해하고 아이와 소통하는 연습을 하는 거다. 그러면 아이는 분명 엄마에게 안정적인 정서를 느낀다.


울음소리를 구분해야 하는 몇 가지 중요한 경우가 있다. 바로 배고픔과 통증 그리고 불편한 상태다. 일단 통증은 배고픔보다 훨씬 쥐어짜는 소리가 난다. 아픈 건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인데 배고픔보다 통증을 느낄 때 기본 주파수가 증가한다. 그리고 호흡도 빨라진다. 소리가 커지면서 높아지고 숨이 가파지는 상태가 되면 이건 아이 입장에선 엄청난 고통인 거다. 엄마들은 이런 아이의 소리가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어느 음에 해당되는지 잘 들어야 한다. 진동수가 많으면 높은음이고, 진동수가 적으면 낮은음이다. 진폭이 작으면 높은음 진폭이 크면 낮은음이다. 쉽게 말해 진동수는 진폭과는 반대다. 물론 음향학적 이야기를 하자면 한없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우린 분석을 할 정도로 깊이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의 울음소리가 어느 음인지, 어느 정도의 음량인지, 어떤 색깔인지를 잘 구분하면 감정을 읽어내는 일이 쉬어진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소리도 잘 알아둬야 한다. 제일 좋아하는 건 당연히 엄마 목소리다. 원래 목소리가 아나운서처럼 좋은 엄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대한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를 대하는 게 좋다. 이름을 부르면서 노래도 불러주고, 대화하듯 말을 하는 게 좋다. 아이도 엄마의 목소리에서 감정을 읽어낸다. 이미 발달된 청력은 바람소리, 빗소리, 아빠 목소리 등 많은 소리를 구분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부부싸움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엄마 아빠의 목소리에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많은 음악을 들려줬는데, 이 음악에 처음으로 웃음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겐 역시나 모차르트의 음악이 최고다. 반짝반짝 작은 별~ 따라 부르기도 쉬어서 나도 계속 흥얼거린다.

오늘 아이의 울음소리는 아주 안정적인 톤(Tone)이다.


유튜브 검색어: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

Mozart -12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K. 265


피아노 정명훈

https://youtu.be/MYSk2r9YqeU


Mozart: 12 Variations In C, K.265 On "Ah, vous dirai-je Maman"

피아노 클라라 하스킬

https://youtu.be/jeu9hU0MW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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