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상스-죽음의 무도, 발트토이펠-스케이터 왈츠
뮤즈> 한창 동계 스포츠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컬링, 스켈레톤, 알파인스키, 피겨스케이트 등 다 재밌고 스릴 넘쳐요. 저는 여러 가지 경기 중에서도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겨 스케이팅을 좋아해요.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 덕에 많은 음악도 소개된 경기죠. 그래서 오늘은 ‘피겨는 클래식을 타고’라는 주제로 두 곡 소개하겠습니다.
디오니소스> ‘피겨는 클래식을 타고!’ 흥미로운 제목이네요. 운동 경기를 보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피겨는 발레처럼 아름다운 움직임도 보고 음악도 감상할 수 있어 스포츠라기 보단 공연을 본 듯한 기분이 들어요.
뮤즈>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을 정확하게 표현한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케이팅이 몇 가지 있죠. 빙판 위에서 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 스케이팅, 동작의 예술적인 부분을 가리는 피겨 스케이팅, 그리고 짧은 구간 안에서 속도의 순위를 겨루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등이 있습니다. 뭐 우리나라 선수들은 쇼트트랙 스케이팅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존재들이죠.
피겨스케이팅에도 길이가 짧은 곡에 맞춰하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두 종류가 있는데, ISU에서 정한 쇼트프로그램의 제한시간은 2분 40초에 10초의 가감이 허용되며, 프리스케이팅은 남자 4분 30초, 여자 4분에 10초의 가감이 허용된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김연아 선수 쇼트 출전곡으로 알려진 생상스의 곡과 스케이터 왈츠라는 재미난 제목의 곡 이렇게 두 곡 들어보겠습니다.
디오니소스> 김연아 선수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곡이죠? 진하고 검은 눈매에 검은색 옷을 입고 카리스마 있게 연기했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생상스 작품이었군요?
뮤즈> 그 곡이 바로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입니다. 원어로 말하면 ‘댄스 마카브르’. 댄스는 춤을 의미하고, 마카브르는 ‘섬뜩한, 죽음을 연상시키는’이란 뜻의 형용사입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죽음의 춤이라고 말하죠.
디오니소스> 죽음과 춤이라는 두 단어의 결합이 아이러니한데요. 이런 주제를 예술에서는 많이 사용했나요?
뮤즈> 누구든 태어난 이상 죽음이라는 것을 피할 수는 없죠. 죽음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해골인데, 이 해골이란 사물은 서양의 중세 말에서 근대 초에 걸쳐 유행한 ‘죽음’을 주제로 한 아이콘 도상 중의 하나예요. 14세기 중엽 서양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페스트의 대유행을 계기로, 사람들이 죽음에 관해 생각을 하게 되죠. 신분,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인간이란 죽음 앞에 허망한 존재임을 여실히 느꼈으니까요. 음악, 그림, 문학 등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등장합니다. 음악에서도 보면 생상스뿐만 아니라 리스트, 슈베르트 음악에도 등장해요. 독일의 판화가 볼게무트의 작품에도 ‘죽음의 춤’이 있어요. 음악 들으면서 함께 보면 좋을 겁니다.
생상스-교향시 ‘죽음의 무도’ 작품번호 40
바이얼린 정경화 지휘- 샤를 뒤트아
연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디오니소스> 음악이 이렇게 사람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귀로 듣기만 했는데도 해골들이 제 눈 앞에서 막 움직이는 것 같아요.
뮤즈> 그렇죠. 방금 들은 버전은 교향시로 오케스트라 곡인데 원래 이 곡은 가사가 붙은 노래였습니다. 1872년에 생상스가 작곡한 자신의 가곡을 나중에 오케스트라 곡으로 만든 겁니다. 그 밖에도 바이올린 독주곡이나 피아노 듀오 곡으로도 다양하게 편곡됩니다. 참고로 김연아 선수는 경기에서 길 샤함이라는 미국의 바이얼리니스트 연주를 사용했습니다. 쇼트 경기에서 썼던 곡이라 원곡보다 짧은 2‘40 정도로 줄였습니다.
디오니소스> 생상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요.
뮤즈> 동물의 사육제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죠. 1835년에 태어나 1921년에 죽은 프랑스 작곡가로 19세기 후반에 활동을 했어요. 이 사람 인생이 꽤 재밌습니다. 프랑스에서 ‘모차르트의 재래’라고 할 만큼 천재적인 사람인데, 엄마가 반대하는 여자랑 결혼을 했다가 힘들어합니다.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낳은 두 아들이 같은 해에 죽어요. 그런데 생상스 어머니가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아들에게 기대면서 살았던 탓인지 손자들의 죽음을 며느리 탓으로 돌립니다. 그래서 이 복잡한 상황이 힘들었던 생상스는 알제리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객사를 하죠. 역시 남자들은 괴로우면 동굴로 숨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힘들 게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디오니소스> 맞아요. 남자들은 이래저래 괴로우면 일단 숨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까 음악에서 잠깐 실로폰 소리가 나오던데 맞나요?
뮤즈> 정확히 들으셨어요. 이 음악이 원곡인 성악보다 관현악 버전이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아주 묘사가 다양해요. 12시가 되면 잠들어있던 해골들이 하나씩 등장합니다. 그 미묘한 분위기의 시계 소리를 하프가 연주하죠. 그러고는 해골들이 덜거덕 거리는 소리를 실로폰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대까지만 해도 오케스트라에 실로폰이 들어가는 게 흔하지 않았거든요. 자기가 생각하는 장면을 오케스트라 악기 하나 하나로 연결시킨 점에선 정말 천재다운 면모가 드러나요. 아무나 그렇게 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이 곡이 생상스의 여러 교향시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한 곡입니다.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자리스 (Henri Cazalis)의 시에 바탕을 두고 있고, 왈츠 리듬이 기본입니다.
디오니소스> ‘피겨는 클래식을 타고’라는 주제로 곡 들어보고 있습니다. 다음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이 곡은 작곡가가 유명하거나 작품이 아주 대중적이진 않는데요, 음악이 재미있어서 소개해 드리는 곡입니다. 에밀 발트토이펠이라는 작곡가의 ‘스케이터 왈츠’ 예요.
디오니소스> 제목에서 음악이 들리네요. 스케이트 타면서 들으면 딱 좋을 음악 같은데요.
뮤즈> 에밀 토이펠도 앞서 들은 생상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프랑스 작곡가예요. 1837년에 태어나 1915년에 죽었는데, 프랑스 북동쪽에 위치한 스트라스부르크 출신입니다. 이 도시는 알자스 지방의 주도로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그 도시예요. 독일과 인접하고 있어서 독일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발트토이펠에 관한 자료가 많진 않지만 1882년에 작곡된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의 왈츠는 아주 유명합니다.
디오니소스> 설명이 필요 없는 음악일 것 같네요.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꼭 스케이트 타면서 이 왈츠 듣고 싶습니다.
에밀 발트토이펠-스케이터 왈츠
연주- 슬로바키아 필하모니 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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