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피아니스트 남과 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by 피아니스트조현영


뮤즈> 봄이 되면 모든 남녀들에게 사랑의 기운이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슬슬 연애를 해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오늘은 ‘피아니스트 남과 여’라는 주제로 두 곡 듣겠습니다. 결국 우리는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가를 통해서 듣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는 건 연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한 작곡가의 연주도 여러 명의 버전을 비교해 가며 감상하시죠. 오늘은 음악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좀 나눠보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디오니소스> 어떤 연주자인가요?

뮤즈> 첫 번째 소개할 연주자는 2011년에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쿨에서 2위로 입상을 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입니다.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30대의 피아니스트이죠. 피아니스트들이 밟는 전형적인 과정과는 좀 다르게 일반적인 중학교를 다녔고, 국내에서 공부를 하면서 세계적인 유수의 콩쿨에서 두각을 드러냅니다. 교사인 어머니와 서울로 레슨 다니면서 차 안에서 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살면서 도움을 많이 줬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독일 하노버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죠?

뮤즈> 네, 지금은 연주뿐만 아니라 평창 대관령음악제부감독도 맡고 있고 예술의 전당 홍보대사로도 많은 활동 중입니다. 음악계의 김연아 선수죠. 걸 크러시 피아니스트.


디오니소스> 피아니스트가 바라 본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는 어떤 가요?

뮤즈> 개인적으로 아주 일찍 모든 걸 이룬 젊은 예술가들은 삶의 철학과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게 없으면 쉽게 무너지거든요. 그런데 손열음 씨는 철학이 있는 피아니스트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합니다. 게다가 전 글 잘 쓰는 피아니스트를 좋아하는데, 손열음 씨는 연주도 잘하고 글도 아주 잘 써요. 사실 한 연주자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음악이란 게 굉장히 사적인 해석이라서 저와 다른 견해를 갖고 계실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같은 악기를 하는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디오니소스> 손열음 씨의 어떤 연주를 듣나요?

뮤즈> 대부분 피아노 콩쿨의 마지막에 이 곡이 곡 들어갑니다. 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입니다. 차이코프스키 콩쿨이 3라운드인데 그 해에 2위 에 입상한 손열음 씨도 3위에 입상한 조성진 씨도 모두 이 곡을 연주했어요. 그리고 벌써 작년이네요. 2017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씨도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을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연주와 그녀의 스승인 김대진의 지휘로 들어보겠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 라단조 작품번호 30

피아노 손열음 /지휘 김대진

https://youtu.be/l0IoPQM1HlU


디오니소스> 음표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이런 걸 어떻게 다 연주하죠? 음악으로 들어도 어렵게 들리네요.

뮤즈> 왜 이 곡이 명망 있는 콩쿨의 마지막에서 연주되는지 이해가 되시죠.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을 4곡을 작곡했는데 본인이 피아노를 장난감처럼 다뤘던 사람이라 별로 어렵지 않았나 봐요. 하하하! 하지만 저희 같은 일반 피아니스트들에겐 꼭 넘고 싶은 에베레스트 산 같은 곡이에요. 난공불락!


이 곡은 2번과 함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인데 기인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 ‘샤인’에서도 등장합니다. 이 곡 연주하다가 정신을 잃고 혼절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실제로 이 곡 연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볼셰비키 혁명 이후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말년엔 LA 서쪽의 비버리 힐즈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고국을 떠나기 전인 1909년에 미국 데뷔를 위해 작곡했던 곡인데, 자기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맞게 울트라 슈퍼 스펙터클한 곡을 작곡합니다. 워낙에도 작곡가이면서 피아니스트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미국에서는 피아니스트로서 더 굳건히 자리매김을 합니다.

<영화 '샤인' 포스터>

디오니소스> 영화 ‘샤인’. 거기서 나온 곡이군요. 아니 그런데 손열음 씨는 체구도 그리 크지 않던데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올까요?

뮤즈> 피아니스트끼리 농담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장어 수십 마리는 먹고 쳐야 한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손열음 씨가 몸을 아주 잘 쓰는 피아니스트인 것 같아요. 소리를 내는데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요. 가끔 어떤 연주자는 실제 연주장에서 들으면 버거워하는 모습에 듣기 힘들 때가 있는데, 손열음 씨는 피아노 앞에선 정말 거인입니다. 이 곡을 끝까지 들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저는 운전할 때는 이 곡 절대 안 듣습니다. 엑셀을 계속 밟게 돼서 실제로 과속 카메라에 찍힌 적도 있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

디오니소스> 다음은 누구를 소개하실 건가요?

뮤즈> 눈치채셨겠지만, 손열음 씨가 2위를 할 때 3위를 했었고 이후 쇼팽피아노 콩쿨에서 당당히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한 분이죠. 조성진 씨입니다.


디오니소스> 두 분 다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의 예술가들이네요.

뮤즈> 차이코프스키, 퀸 엘리자베스, 반 클라이번 콩쿨 등은 악기들이 번갈아 가면서 대결을 펼치는데, 쇼팽 콩쿨은 오직 피아니스트만을 위한 콩쿨입니다. 그래서 다른 콩쿨에서도 그 작곡가의 작품을 많이 연주하긴 하지만 오롯이 한 작곡가의 작품만으로 승부를 거는 콩쿨은 많지 않아요. 5년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의 기일에 맞춰 10월 경에 열리는 콩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동민 임동혁 형제가 입상을 한 적이 있고요, 조성진 씨가 2015년에 우승을 하셨죠. 당시에 21살이라고 했으니까 정말 대단한 거죠.


디오니소스> 어른 아니고 20살 청년이라고 해도 될 나이에 과업을 이뤘군요.

뮤즈> 대단했죠. 입상만 해도 대단한 건데, 우승 그러니까 일등을 한 거잖아요. 동계스포츠에 취약했던 우리나라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 따는 거랑 비슷합니다. 조성진 씨가 마지막 결선 무대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는 모습 여러분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전 지금 봐도 어쩌면 21살이 저렇게 덤덤하게 소리를 낼 수 있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연습하면 저런 연주가 나오지? 하면서 궁금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역시 예술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군요. 뭔가 천재성이 있어야 할 듯 합니다.

뮤즈> 물론 예술이란 게 노력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그걸 빛나게 해 줄 성실한 연습이 없다면 불가능해요. 조성진 씨는 타고난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런 성실함과 진중함이 묻어나오는 연주를 하더라고요.


디오니소스>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답게 협주곡도 피아노 협주곡 단 두 곡만 작곡했습니다. 작품번호 11과 21인데요, 사실 2번이 먼저 작곡됐지만 쇼팽은 1번을 더 마음에 들어했기에 먼저 발표합니다. 두 곡 모두 주옥같은 멜로디로 마음을 울리는데, 1번의 2악장은 예전에 비련의 자매가 주인공인 아침드라마의 OST로 흐르기도 했어요.

협주곡 1번은 쇼팽이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폴란드를 떠나면서 초연을 했던 곡입니다. 그때 나이가 20살이었는데 어쩌면 조성진 씨는 쇼팽의 빙의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비슷한 나이의 두 청년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사이에 두고 교감을 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디오니소스> 쇼팽이 폴란드 사람이라 한이 많았을까요? 저는 쇼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슬퍼요.

뮤즈> 우리가 설득을 할 때 필요한 3요소를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로 분류하잖아요. 전 쇼팽의 음악은 전적으로 파토스 그러니까 감정의 호소가 강하다고 느껴요. 다른 작곡가의 작품보다도 훨씬 설명이 필요 없는 그야말로 감정이 이끄는 대로 듣게 되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녀의 사랑도 에토스나 로고스보단 파토스적인 게 강하잖아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op.11

피아노 조성진

https://youtu.be/xi90jCt3O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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