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현악 4중주 '종달새', 임긍수-강 건너 봄이 오듯
뮤즈> 날씨가 오락가락하지만 분명히 봄은 오고 있습니다. 봄비를 보면서 오랜만에 주말에 시집을 읽었는데요, 참 좋더라고요. 오늘은 ‘들리나요, 봄이 오는 소리’라는 주제로 두 곡 소개하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 들리나요?라고 물어보는 그 질문부터가 정말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합니다. 봄! 때론 마음이 겨울일수록 더욱 진하게 봄을 갈망하기도 합니다. 어떤 곡인가요?
뮤즈>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란츠 요셉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입니다. 제목부터 봄에 관한 곡임을 바로 알 수 있죠. 봄 하면 떠오르는 새가 바로 종달새잖아요.
디오니소스> 종달새! 참새과에 속하는 겨울새죠?
뮤즈> 맞아요. 요즘은 이래저래 환경오염 탓에 자주 보긴 힘들지만 예전엔 정말 겨울에 흔히 볼 수 있는 새였죠. 참새처럼 생긴 겨울새인데, ‘종다리’, ‘노고지리’라고도 불리는 그 녀석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동요 ‘종달새의 하루’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하늘에서 굽어보면 보리밭이 좋아 보여 / 종달새가 쏜살같이 내려옵니다 / 비비배배 거리며 오르락내리락 / 오르락내리락하다 하루해가 집니다 /"
윤석중 선생님의 작사로 이은렬 선생님이 작곡하신 곡입니다. 잠깐 들어볼까요?
동요 ‘종달새의 하루’
디오니소스> 오랜만에 동요 들으니까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봄은 사람을 어려지게도 하네요.
뮤즈> 이렇듯 동서고금의 예술가들이 ‘봄’을 노래할 때 ‘종달새’를 많이 등장시켰어요. 요셉 하이든도 종달새를 현악 4중주로 표현하면서 우리에게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하이든은 1732년부터 1809년까지 활동하면서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해서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지만, 사실 ‘현악 4중주’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음악사에서 어떤 기틀을 확립한 사람을 두고 ‘~~의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하죠. 서양음악의 전반적인 기틀을 확립한 바흐를 가리켜 ‘서양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듯이요. 하이든은 교향곡뿐만 아니라 현악 4중주의 초석을 다졌고 확장시켰습니다.
디오니소스> 현악 4중주.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장르인가요?
뮤즈>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가요도 보면 여러 기준으로 발라드, R&B, 테크노, 랩, 댄스 등으로 나누죠. 그렇듯 클래식에서도 교향곡, 독주곡, 실내악 등으로 나누는데, 실내악 중에서도 연주하는 악기의 조합으로 피아노 3중주, 현악 4중주 등으로 나눕니다.
현악 4중주는 일단 4개의 악기가 등장하는데 현악기만으로 구성되었고, 음악 전반의 요소를 이끄는 반장 역할의 제1바이올린, 그리고 부반장 역할의 제 2 바이올린, 중간 음역에서 전체를 조율하는 비올라, 어른스러우면서 묵묵한 맏언니 같은 역할을 하는 첼로 이렇게 4명의 연주자가 함께 합니다.
디오니소스> 현악 4중주는 작은 교향곡이군요.
뮤즈> 맞아요. 제 생각에는 하이든이 작품의 규모가 크고, 동일한 악기 여러 명이 연주를 하는 교향곡을 많이 작곡하면서 현악 4중주의 핵심을 잘 짚어낸 것 같아요. 그래서 각 악기군의 대표 선수 1명을 뽑아서 만든 음악이 현악 4중주가 된 것이죠. 현악 4중주는 작은 교향곡이다! 이게 딱 정확한 표현입니다.
디오니소스> 봄의 전령사 종달새가 들려주는 음악입니다. 하이든 현악 4중주 작품번호 64의 no.5 제 1악장입니다.
하이든- 현악 4중주 ‘종달새’ op.64 no.5 1악장 6‘
(연주 –에머슨 현악 4중주단)
연주 보로딘 현악 4중주단
디오니소스> 처음에 나오는 소리는 마치 종달새의 울음소리 같네요.
뮤즈> 사실 제목 ‘종달새’는 하이든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고, 처음에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노래하면 아래서 첼로가 현을 튕기면서 피치카토 기법으로 연주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종달새’라는 제목이 붙었어요.
하이든이 저희 이야기 들으면 정말 기뻐할 거예요. 자기 음악에 대해서 이렇게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현악 4중주는 하이든 말기 작품인데요, 1790년 하이든의 나이 60세에 가까운 시점에 작곡된 곡입니다.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의 나이에 인생을 돌이켜보니, 봄을 노래하는 흥취에 젖어 사는 삶이야말로 행복하더라!
디오니소스> 두 번째 봄 소리는 어떤 음악인가요?
뮤즈> 종달새 같은 목소리의 소유자 조수미 선생님이 부른 ‘강 건너 봄이 오듯’이라는 가곡입니다.
디오니소스> 이 곡 많은 분들이 좋아하셔서 봄 되면 꼭 들어야죠.
뮤즈>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 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 누나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거나/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송길자 선생님의 시가 가사라서 운들이 입에 착착 달라붙어요. 어쩌면 이런 표현을 하시는지. 한국말로 작곡된 우리나라 동요, 가곡 정말 사랑해야 해요. 아무리 슈베르트가 가곡의 왕이라고 해도 독일어 가사인지라, 우리에게 와 닿은 부분은 제한적이죠.
디오니소스> 문학 장르 중에서도 시는 유난히 함축적인 표현도 많고, 읽는 독자에게 여백도 주더라고요. 다 설명하지 않고, 나머지는 듣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느끼게 하는 편안함이 있어서 좋아요.
뮤즈> 그런 면에서 시와 음악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아요. 다른 장르보다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게 음악도 그렇거든요. 그리고 말에도 리듬이 있고 템포가 있어요. 소리를 내는 음표만 음악이 아니라 쉬어가는 쉼표도 음표만큼이나 중요하고요. 그게 바로 띄어 읽기나 끊어 읽기 같은 역할이죠.
디오니소스> 앞강에 살얼음이 풀리고 종달새가 노래하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물 흐르듯 나부끼면서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봄비가 내리니 이게 봄입니다.
뮤즈> 홍진에 묻힌 분네 이 내 생애 어떠한고
옛사람 풍류를 미칠가 못 미칠가
천지간 남자 몸이 날만한 이 하건마는
산림에 묻혀 있어 지락을 모를 것가
수간모옥을 벽계수 앞에 두고
송죽 울울리에 풍월주인 되어셔라
학교 다닐 때 입이 마르도록 외운 조선시대 최초의 가사 불우헌 정극인 선생의 상춘가입니다. 정말 옛사람의 풍류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가사야 말로 봄을 부르죠.
임긍수-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
(노래- 조수미)
테너 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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