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하이드리히 '생일 축하 변주곡'
천운아!
어느새 너와 내가 함께한 시간이 2년째구나. 천운이가 엄마에게 처음 왔던 날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도 컸단다. 하지만 우리는 24개월, 17,520 시간, 1,051,200 분을 별 탈 없이 통과했지.
정말 감사할 일이야.
그동안 너는 낮과 밤을 구분했고, 엄마가 곁에 눕지 않아도 혼자서 새근새근 잠을 잘자는 아가가 되었어. 모유에서 이유식으로 그리고 이젠 밥도 냠냠 맛있게 먹어줘서 무척 고맙단다. 처음으로 배밀이를 하는 게 신기해서 파티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넌 이미 뛰는 것을 준비하더구나. 차츰 기저귀가 필요 없게 되는 너를 보면 대견스럽고 고맙단다. 많이 부족하고 서투른 엄마지만 엄마가 앞으로도 더 노력할게. 오늘 너의 생일상을 차리면서 엄마는 참 많은 생각을 했단다. 이기적인 한 여자가 엄마가 되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이게 다 천운이가 엄마에게 주는 선물인 것 같아. 네가 나중에 커서 엄마의 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날이 되면 우리도 많이 변해있겠지? 우리 오래오래 서로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으로 지내자구나.
엄마에게 와줘서,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너의 두 번째 생일에 사랑하는 엄마가...
사실 이렇게 날마다 아름다운 이야기만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자아실현해보겠다고 지방에 갓난쟁이 데리고 혼자 내려온 나로서는 매일매일이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 달리기에서부터 각종 댄스스포츠까지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좋아하고, 배우는 것도 즐기고, 바깥에서 사회생활하는 것도 좋아하던 내가 완전히 직장과 집에 얽매이게 된 시간들이었다. 남편도 서울에서 주말마다 내려오는 게 힘들었겠지만, 나만 했을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짐 싸들고 다시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자아실현하기 전에 내가 먼저 꼬꾸라 자빠질 것 같아서.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이거니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 방법도 대안도 없던 나로서는 일기 쓰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난 바람직한 육아를 하겠다고, 있던 텔레비전도 처분해서 TV도 볼 수 없었다. 어쩌자고 그런 무모한 결단을 했는지. 친구들은 대부분 미혼이었고, 동네 엄마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놀러 오라고 집에 부를 친구들도 없었다.
24개월이 돼 가면서 아이는 자기 독립성도 강해지고 말도 많아졌다. 뭐든 혼자서 해보겠다며 자신의 영역을 나타내기도 했다. 블록 쌓기도 자주 하고, 자기만의 이상한 말을 사용하며 책을 읽어 내기도 했다. 얼추 그림만 보고 내용을 대충 때려 맞추는 식이었지만 찬찬히 지켜보고 있으면 놀라웠다.
게다가 천운이는 한동안 스티커 붙이기에 푹 빠져서 온통 집에 스티커들이 나뒹굴었다. 심지어 이 놈의 스티커는 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위치에 달라붙어 사람 민망하게 하는 건 십상이었다. 희한하게도 스티커는 항상 엉덩이 주변에 달라붙어 있어서, 남들이 함부로 떼주지도 못한다. 그럼 난 그것도 모른 체 머리에 꽃 꽂은 사람 마냥 엉덩이에 큼지막한 캐릭터 스티커를 붙이고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들어온다. 집에서 옷 갈아입을 때서야 발견하는 이 허망함.
나도 모르게 옷에 붙이고 다니는 밥풀떼기와 스티커가 늘어났고, 수유하느라 뭉개진 보디라인과 나의 나잇살이 늘어가는 동안 아이는 하루하루 커갔다. 그렇게 해서 오늘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한 것이다.
아직 아이는 무슨 선물을 해줘도 모를 나이라 두 번째 생일부터 해마다 편지를 쓰기로 했다. 혼자 쓰는 일기도 좋지만 아이가 나중에 커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꼭 손편지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멋지고 솜씨 좋은 문장은 아니지만 뻔한 내용의 편지라도 쓰다 보면 그게 큰 선물이 되리라 믿었다. 아이와 내가 함께 먹을 미역국과 아이가 좋아하는 소고기 동그랑땡, 조기구이, 세 가지 나물, 팥 고명이 듬뿍 올려진 시루떡 그리고 케잌을 차려냈다. 남편이 없는 생일상이 은근이 슬프기도 했지만 아이는 케잌에 꽂힌 두 개의 초를 불며 마냥 신났다. 아무튼 아이들은 촛불 끄는 건 정말 좋아한다.
촛불을 끄자마자 원시인처럼 우걱우걱 케잌을 집더니 내 얼굴에 묻혀 준다. 어디서 봤는지 얼굴에 묻은 케잌을 보며 배꼽 잡고 웃는다. 엄마 거울 좀 봐보라며 혼자 손가락질까지 한다. 그래 아가야! 이렇게 별 거 아닌 소소한 너와 나의 행복에 오늘도 우린 웃음 짓는구나. 앞으로도 밥 잘 먹고, 잘 웃고, 잠 잘 자고 순간순간이 즐거운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래. 아이의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하루 종일 들었던 음악이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너의 마흔 번째 생일에도 이 엄마가 건강하게 곁에 있어주길 기도하면서 이 음악을 계속 들었다.
피터 하이드리히 '생일 축하 변주곡'
우리가 아는 생일 축하 노래를 편곡한 클래식 작품이다. ‘피터 하이드리히’ 라는 독일의 작곡가가 그 노래를 주제 선율로 해서 여러 버전으로 변주를 한 곡이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영화음악 버전, 재즈, 탱고, 헝가리 차르다쉬(집시 음악 버전) 등 14개의 스타일로 변주를 했다. 특별히 공부하고 듣는 곡도 아니고, 누구나 귀에 익숙한 멜로디이기에 흥얼거리면서 들을 수 있다. 피터 하이드리히는 이 곡의 완벽한 편곡 하나로 일약 대스타가 된 셈이다. 유태인 명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씨와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이 연주는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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