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오펜바흐' 뱃노래'
뮤즈> 벌써 4월입니다. 일 년의 1/4이 지났어요. ‘시간수축효과’ 들어보셨나요?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가 이것에 대해 말을 했는데요, 10살의 1년은 1/10이고, 20살은 1/20, 30살은 1/30, 40살은 1/40이라고 느낀답니다. 정말 그 이론이 맞나 봐요. 갈수록 하루하루가 빨리 느껴집니다.
디오니소스> 금요일인가 했는데 월요일이고, 3월인가 싶은데 4월이 됐습니다. 갈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고 느껴질 텐데, 어쩌면 좋을까요? 가는 시간을 막을 수도 없고.
뮤즈> 가는 시간을 막진 못해도 좀 더 효율적으로 느끼며 사는 방법은 있어요.
우리가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면서,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해요. 그 이유는 20대 까진 정점을 찍고 상승하던 감정 자극 흥분 도파민이 점점 줄어서인데, 30대가 지나면 도파민 감소로 뇌가 별 반응이 없어집니다.
어릴 때는 모든 게 새로워서 신기한데, 점점 익숙한 것들이 많아지면 대충 보고 무감각하게 반응하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낯설게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날마다가 신나는 하루가 된답니다.
디오니소스> 익숙한 것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껴라! 4월 첫 음악을 전하는데, 어떤 음악을 듣게 될지 기대되는데요.
뮤즈> 오늘은 새롭게 오페라 이야기 나눠 볼게요. 주제는 ‘알고 나면 놀래는 반전 아리아’입니다.
디오니소스> 반전 아리아? 전 뻔하지 않고 반전이 들어가는 거라면 다 관심이 생기는데, 오페라에서도 그런 게 있군요. 곡 소개와 함께 오페라에 관해서 간략하게 설명 듣고 지나갈까요?
뮤즈> 오페라. 영어로 opera라고 쓰는데, 이 단어는 원래 라틴어 opus(작품이라는 뜻)의 복수형인데요, 음악 , 무용, 연극 등이 합쳐진 종합예술입니다. 오페라는 뮤지컬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음악에 연극이 합쳐진 것은 비슷한데, 오페라에 비해 훨씬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줄거리와 일반적인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오페라에 비해 뮤지컬은 더 이해가 쉽고 대중적이고 역사가 짧다고 보면 됩니다.
디오니소스> 아... 그래서 오페라에 비해 뮤지컬이 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줄거리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라 이해가 빨랐습니다. 첫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알고 나면 반전 아리아 첫 번째 곡은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 중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입니다. 지아코모 푸치니는 1858년에 태어나 1924년까지 활동했던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입니다. 오페라사에서 가장 중심적인 인물 4명, 오페라 4 man을 뽑으라면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 푸치니입니다.
푸치니는 오페라에 가장 최적화된 작곡가라고 할 만큼 극음악에 어울리는 사람이었어요. 아버지가 음악교사였는데 다섯 살부터 오르간 연주를 배우고 소년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적인 재능을 키웠습니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인간의 희로애락에 관해서도 관심이 있었던 그는 본능적인 자신의 감각을 살려 관객을 만족시킬 줄 알았던 작곡가입니다. 1893년 35살의 나이에 ‘마농 레스코’라는 작품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그전까지는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돈을 벌었던 가난한 음악가였습니다.
돈에 관해서도, 인간의 삶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에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소재를 택합니다. 바로 이것이 사실주의 오페라, 베리스모 오페라인 것이죠. 현실에서 있을 법한, 대중이 공감하는 줄거리로 오페라를 작곡했던 그는 베르디의 아이다를 보고는 큰 감동을 받아 베르디를 이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됩니다.
디오니소스> 잔니 스키키는 어떤 오페라인가요?
뮤즈> 오페라에 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은 데요, 일단 오페라 제목의 99% 이상은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피델리오, 아이다, 토스카, 카르멘, 잔니 스키키 모두 주인공 이름이에요. 잔니 스키키는 라우레타라는 딸이 있는 뛰어난 계략가입니다. 이 딸이 부호의 조카인 리누치오랑 결혼을 하려는데 돈이 없어요. 그런데다 영감은 수도원에 모든 돈을 헌납하겠다고 유언을 했던 겁니다. 가족들 입장에선 억울한 거예요. 그래서 리누치오와 그 친척들은 각자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돈 많은 도나티 삼촌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고 유언장을 다시 만들게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짜고 치는 게임인 것죠. 돈 많은 사람이 죽으면 유산 상속 때문에 많은 문제가 벌어지잖아요.
잔니 스키키의 딸은 꼭 리누치오랑 결혼을 해야 한다고 반협박을 하고, 잔니 스키키는 사문서 위조 등의 범죄를 저질러 가면서까지 유언장을 다시 꾸미고는 마지막엔 딸과 리누치오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는 것이죠. 잔니 스키키는 관객들에게 “이보다 더 유산을 잘 나눌 사람은 없겠죠?”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으로 극은 끝맺습니다.
디오니소스> 그럼 이 아리아는 언제 나오는 곡인가요?
뮤즈> 멜로디가 아름다워서 정말 효녀인 딸이 부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버지를 반협박하는 내용이에요.
‘사랑하는 아버지! 제가 그 남자랑 결혼하지 못하면 저 베키오 다리에서 떨어져 아르노 강에 빠져 죽을 거예요!’
하면서 협박을 하니 어느 아버지가 이 딸을 위한 계략에 가담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여담이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에 패키지여행 가시는 분들은 꼭 이 다리 위에서 가이드 분들이 이 아리아 들려주시면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세요. 그럼 절대 안 잊고 기억하시더라고요.
디오니소스> 내용을 들어보니 약간은 괘씸한 딸인데요, 함께 음악 들어보겠습니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오 미오 바비노 카로’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입니다.
푸치니- 잔니 스키키 중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디오니소스>이 아리아 광고에서도 자주 들었던 곡인데요, 이게 효녀가 부른 노래가 아니라니.
뮤즈> 워낙 멜로디가 좋아서 오히려 효녀를 나타내는 장면에 많이 흘렀지만 알고 보면 반전 아리아입니다.
디오니소스> 두 번째 아리아는 어떤 곡인가요?
뮤즈>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에서 뱃노래입니다. 사실 이렇게 설명하는 것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흘렀던 곡이라고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디오니소스> 좋은 아빠의 대명사 귀도가 나왔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말씀이시죠?
뮤즈> 네 맞아요. 바로 그 음악인데요, 이 곡도 워낙 멜로디가 좋아서 오페라 내용이 아름다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가 못합니다.
오펜바흐는 캉캉의 작곡가로도 알려졌는데요, 독일의 판사이자 소설가인 호프만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짧은 세 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자 주인공이 각각 달라요. 호프만이 과거의 연인 이야기를 하면서 극이 전개되는데, 이 뱃노래는 베네치아의 요부 줄리에타를 사랑했던 이야기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디오니소스> 아니. '인생은 아름다워'에 흘러서 순수한 노래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것 역시 반전이군요.
뮤즈> 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잖아요. 이 호프만은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인데 요부인 줄리에타가 이 뱃노래를 부르면서 호프만을 유혹하자 넘어갑니다. 오페라에서는 호프만의 친구인 니콜라우스와 줄리에타가 이 노래를 부릅니다.
호프만은 도박을 해서 빚도 지고, 줄리에타를 가운데 놓고 치정 살인극도 벌이고,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모험까지 하면서 줄리에타를 선택했는데, 마지막엔 줄리에타는 속았지롱~~ 하면서 악마와 함께 배 타고 호프만을 떠납니다. 역시 사랑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지는 것 같아요.
디오니소스> 여기에도 괘씸한 여인이 또 있네요. 호프만이 좀 불쌍해요. 인생이 아름답지 않네요.
착하고 예쁜 여자가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미하는 노래인 줄로만 알았건만, 역시 반전입니다.
뮤즈>
시간은 빠르게 지나며 우리들 사랑을 실어가고 돌아오지 않네.
뜨거운 산들바람이여, 우리를 어루만지고 입맞춤해 주오.
아!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
하는데, 전 아직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영화에서는 진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로 이 아리아가 등장했다면, 오페라 안에서는 요부의 몽환적이고 유혹하는 아리아입니다.
이 곡은 저음역의 여자 소프라노인 메조소프라노가 부르기도 하고 남자가 부르기도 하는데요, 저희는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의 목소리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이중창으로 듣겠습니다.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
노래 안나 네트렙코, 엘리나 가랑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