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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Nov 07. 2023

아무 때나 꺼낸 마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랑, 네 이놈



아이들은 책갈피를 만들고 있다. 동네에서 <무슨 무슨 데이~> 기념으로 간단하게 체험을 시켜준다기에 금호지에 온 길이다.  "뭘 먼저 하지?" 하며 둘러보다 앉은 곳. 아이는 뭘 붙인다고 꼬물꼬물 거리며 열심힌데 나는 멀뚱멀뚱 보고 있기 무료하다. 종이를 한 장 가져와 볼펜으로 끄적여본다. 



가볍게 간 길이라 가볍게 집까지 걸어온다. 집에 와서 아무렇게나 내동댕이 쳐 놓은 책갈피. 그걸 어느새 봤나 보다. 혼자 갑자기 방에 가더니 하얀 무언갈 쓰윽 곁에 놓아두고 간다. "아? 엄마 너한테 쓴 거 아닌데.. 그냥 심심해서" 하다 말고 "아니 편지 맞아, 엄마가 쑥스러워서 그랬어. 너한테 쓴 거야"하며 둘러댄다. 아이 얼굴이 당황과 민망에서 기쁨으로 바뀐다. 휴 다행이다. 네 이쁜 마음이 다치지 않아서. 무심한 엄마 때문에 괜히 상처받지 않아서. 사랑을 표현도 못 하면서 기껏 표현한 마음도 아니라고 거짓말할 뻔했다. 


난 참 서툰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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