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기. 책 읽기. 음악 듣기.. 지면 관계상 생략(이라 쓰고 별 게 더 없다고 읽음). 여기까지 보자면 공통점이 있지요? 별 움직임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필요조차 없다는 점.
취미를 말함에도 당당히 저런 단어를 1번으로 꺼내다니 어디 소개를 하여보아라. 하고 싶으시지요? 저조차 적어놓고 보니 민망은 합니다.
시간이 남아 멍해지려 할 때 미뤄놓았던 일이 갑자기 생각이라도 난양 잠을 잡니다. 모르겠어요. 남편은 "죽고 나면 잘 잠 뭘 그리 자냐" 핀잔을 줍니다만 잠이 좋아요. 사골에서 더 고을 것도 없게 우려먹고 있는 <혼자 집에 가둬졌을 때> 그 사실을 확인하고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뭘게요? 우는 거? 아닙니다. 자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그 당시 4살(요즘식으로 3살)이니.. 그때부터 별일 없으면 잠을 잤다고 보자면 무척이나 오래된 취미이겠습니다.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으로 그러한 행동을 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일단 지금 하려는 얘기도 아니거니와 진심 잠을 좋아도 하기에 이렇게 강조해서 말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통은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에서 일부러 숨통을 틔우려, 활기를 주려 취미를 하시지요? 흔히 주부라는 직업은 누가 강제를 하거나 감시를 하는 일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는 할 일이 있어도 취미가 먼저가 되는 경우도 제법 있고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게으르게 멀뚱멀뚱 눈이나 끔뻑이고 숨이나 할딱이며 시간을 보내는 게 싫어 무언가를 해야겠다 해서 한다고 보자면 이 첫 취미는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남 앞에 취미라고 내세운 적도 당연히 없네요. <자기소개란 취미 : 잠자기=>무슨 직업인지 모르지만 광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제일 좋아하는 취미를 할 수 없을 경우 책을 보는데요. 누구나 그럴 거라 보지만 심심한 게 싫습니다. 그런데 누굴 만나고 운동을 하고 또 다른 무언갈 하는 게 무척 번거롭기도 해요. 누구를 불러내야 하니 없는 인맥에 전화기 뒷면까지 확인해 가며 찾아야 하고요. 힘겹게 연락을 했음에도 상대가 퇴짜를 놓을 경우 허탈함에 "안 해!" 하며 혼자 삐치는 <마상> 상태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땀 흘려 무언가를 하고 어딘가를 가고 하는 행동들도 너무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워요. 예, 저는 게으릅니다. 그래서 책이 좋아요. 손가락 까딱 거림으로 눈도 즐겁고 재미도 있고 가끔 아는 척할 지식도 +1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누가 뭐라고 안 하니이만한 게 없어요. 책을 읽고 있으면 사람들이 좋게도 봐주거든요. 알면서 그러신다. 제가 나쁜 행동 하지 않고 산 게 다 눈치 보며 힐끔거린 남 눈 때문이라니까요.
제게 스마트폰이 생긴 지는 8년 정도입니다. 남들보다 좀 늦었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변화는 많았습니다. 일단 고 녀석은 심심할 틈을 안 줍디다. 종이책에 손을 올려놓고도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발산하는 전화기는 문자 왔다며, 앱에 알람 떴다며, 당근에 드림이 올라왔다며 온갖 핑계로 봐달라 앙탈을 부립니다. 자꾸 불러대는 녀석이 귀찮으면서도 내치지 않고 서로 지그시 눈을 맞추고 있으면 다른 건 다 잊어지는 사랑 단계로 금방 진입도 되지요. 그(녀)와 함께이면 어떤 스트레스도 잠시나마 하찮게 보이고 없던 일로까지 치부되니까요. 나만 보는 그가 소중해지기까지 합니다. <하이 젝시>의 필처럼요. 사랑에 빠진 사람이 이별을 감당하기는 또 얼마나 힘이 듭니까. 그러니 헤이 지지 않아야 합니다. 손에 꼭 붙들고 이별은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굽니다. 또 나만 잘하면 이별은 제법 통제가능해 보이기까지 하고요. 그렇게 누가 봐도 알콩달콩 사귀며 사랑하며 헤어지지 말자 약조하며 일심동체를 하다 보면 할 일도 가끔 뒷전, 취미는 많이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
층간 소음문제로 밖으로 나돌던 때가 있었어요. 다행히 4년 만에 생활 소음 수준으로 감당 가능해지고 보니 마음도 많은 부분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어요. 저도 웃음을 되찾아가고 그러니 가족도 다시 화목해졌습니다. 몇 년 전처럼 "이게 행복이지" 하는 생각이 아무렇지 않게 불쑥불쑥 듭니다. 오늘도 집 안은 하루종일 웃음이 끊이질 않았지요. 가끔 울리는 지진 같은 진동에 놀라긴 하지만 횟수가 줄어들고 있고요. 이렇게 억지로 엮기는 싫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해야죠 뭐. 글쓰기를 배울 기회가 생겼고 그 덕으로 브런치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평생소원이던 그림도 배우러 다녀보았고요. 이 결론은 연재 중인 층간소음 끝 회에 넣어야 할 내용이지만 예고라고 하겠습니다.
헤어지면 못 살 것 같던 스마트 폰과의 사랑을 브런치가 이기었습니다. 변하네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니까요. 매력덩어리 앙탈덩어리 그와 헤어지고 점잖은 사람과 사귀고 있습니다. 그는 동성연애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연상도 되었다가 연하도 되었다가 미지의 사람도 됩니다. 자꾸자꾸 보고 싶고 편지도 자꾸 하고 싶어요. 그럼요. 브런치는 편지로만, 글로써만 사랑이 이어지니까요. 제게 얼마만큼 글 솜씨가 있는지 그이는 상관을 안 해요. 대신 없는 글솜씨는 문어발 사랑이 아닌 외사랑 예약 기능만 있으니 불안감, 긴장감은 줍니다. <내가 잘할게. 제발 가지 마여~> 집 나가서 얻어온 브런치로 글 쓰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사실 글쓰기 수업 몇 번으로 글이 술렁술렁 써질 리도 만무하지만 취미는 취미죠. 그렇게 하나 적어봅니다. 취미: 글. 쓰. 기.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못 그릴 그림 그리기. 또 당연히 그림 수업 몇 번으로 수채화가 절로 되지도 않습니다. 게으른 제가 물 떠 오고 물감 조색하고 무언가를 그리고 팔레트 씻고 붓 관리하는, 한꺼번에 많은 귀찮음을 감당해야하는데 그걸 이길 수 있을까 걱정도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제법 욕망이 강했나 봅니다. 그림 그릴 책상~ 책상~ 노래를 부르다 방 한 켠 작업 공간까지 만들었습니다. 실력이 늘길 바라며 매일 1 그림 그리려고 계획도 하고요. 그렇게 취미가 또 하나 늘고 맙니다. 그. 림. 그. 리. 기. 하루 1 그림 그리기를 다음 주 부터 할 생각입니다. 그림 실력이 조금씩 늘고 그걸 계속 보는 것도 제법 재미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은 합니다.
이렇게 제 취미 소개를 하여 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흐름상 써야할것 같아 억지로 한 줄만 쓰겠습니다. 제 귀찮음 많은 성격에 딱 맞는 음악 듣기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아우 성의없어라.
작가님들의 취미는 당연히 글쓰기이신가요?
사랑스러운 작가님들께서는 어떠신지 님 생각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외사랑녀 노사임당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