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이번에 과학 60점 올랐다??"
"어?"
"60점 올랐다고!"
"......"
잠시 정적
"아니 전에 점수가 얼마였기에 60점이나 오를 게 있냐? "
"......"갑자기 음소거.
"ㅎㅎㅎㅎㅎㅎ" 큰 딸
"ㅎㅎㅎㅎㅎㅎ"둘째 딸
"ㅋㅋㅋㅋ"남편
"켁켁켁"나
"아~우, 너는 앞으로 오를 일만 있고 얼마나 좋아~"
"야! 너는 아빠한테 성적표 갖고 오라 했지?"
"책상에 있었잖아. 관심이 없냐 아빠가 되어갖고(뚜벅뚜벅 가지러 가는 소리) 자!"
"26점? ㅎㅎㅎㅎㅎ"
"컥 ㅋㅋㅋㅋㅋ"
"언니 얼마라고?"
"헤헤헤헤헤"
"여하튼 60점 올랐어!"
첫 째의 당당함에 모두 힘차게 박수
짝 짝 짝 짝
나는 기립 박수.
"이 정도면 평소에 공부를 1도 안 하는 건데, 지금 점수 오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평소에도 해야 되는 거야! 알았지?"
"우리 학교 애들 다 공부 안 해. 다 점수 이래."
"너는 잘하는 애는 비교를 안 하고 안 하는 애들하고만 비교를 하냐"
"전교 1등 하는 애(단짝)도 공부는 많이 안 하는데?"
"초전동에 영어 학원 하는 동생 있잖아. 걔 말이 우리 동네 애들 학업 수준이 몇십 점은 차이가 난데. 공부 안 하는 동네래"
"그렇겠네. 이 학교에서 톱클래스도 다른 동네 가면 중간이겠구먼."
"우리 동네 애들은 건강하고 공부에 안 쪼들리니 평균 5센티 이상 키가 크고 공부를 지나치게 안 하면서도 정신 승리를 잘해서 행복하다?"
"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
"컥ㅎㅎㅎㅎ"
"참내 어이가 없어서"
오늘 중학교 2학년인 첫째는 시험 첫날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매일 "배고파"와 "맛있다"만 말하는 아이라 공부는 하는 걸 본 적도 없으니. 시험을 잘 치리라 기대도 없긴 했어요. 그런데 어쩐 일로 기분도 좋게 발걸음 가볍게 집으로 들어오더군요. 그러면서 취미생활 중이었던 제게 "엄마 나 시험 잘 쳤다." 하며 말을 건넵니다. 네, 자고 있었습니다. 주말 지나고 나면 피곤하거든요. 주부는 주말이 풀 근무라. 에헴.
시험을 잘 쳤다니 뭐 먹고 싶냐 묻고 저녁을 차렸습니다. 밑반찬을 꺼내고 탕수육을 조리합니다. 비쩍 말라서 키만 큰 첫째는 제가 주는 무슨 음식이든 "와~맛있겠다" "우와 맛있다." "음 맛있어~"해요. 먹을 때 진심 가득한 요 녀석을 보고 있으면 평소 미운 감정도 사르르 녹는답니다. 귀여워요. 이렇게 먹는 거에 진심 가득 담아 행복해하는 모습이.
<이번 시험도 치고 나면 친구들과 마라탕> 예약입니다. 시험 마지막 날은 친구들과 마라탕 파티. 그날만을 기다리며 또 시험 공부하러 들어갔습니다. 책상은 엉망 어질러져있고 내일 시험인데 공책 정리 중인. 공부는 부업으로 하는 학생이라니.. 평소 공부를 진심 1만큼도 안 하는 시골 사는 행복한 큰 딸은 앞으로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를 어떻게 치를지 솔직히 걱정입니다. 뭐 억지로 대학을 가려면 못 갈 거야 있겠습니까. 아이들은 줄었는데 대학은 많으니 갈 곳이야 어디든 있겠죠.
"나중에 뭐가 될래?" 하고 물으면 "뭐든 되겠지." 하고 대꾸하는 거 보면 제 모친의 성 마르고 완벽주의적인 성정을 닮은 제가 키운 자식임에도 제법 천성을 고이 간직한 거 같아 다행 같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 뭐 인생 별거 있나요. 어릴 때부터 행복한 아이가 커서도 행복하던데요 뭘. 공부 참 중요하지만 또 중요 안 하기도 하잖아요.
그럼에도 "무엇이든 열심히 해 본 경험은 네가 꼭 했으면 좋겠다." 얘기를 하니 당당히 말합니다. "나 진짜 열심히 했어!" 말문 잘 막지요? 그렇게 얻은 60점 상승. 거짓말은 아니네요. 평소 공부가 어떻길래 공부 열심히 하니 60점이나 오를 수 있는지 비법이라도 얻어내어야겠다 싶습니다.
<공부? 그까짓것 쉽다. 나처럼만 해라>
부제 :15살 중딩이의 단 며칠 만에 혼자서 과학 60점 올린 비법 공개!!!
비기: 그 전 시험을 최대한 노력해서 낮은 점수로 받아라!
대문 사진 : 노사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