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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Oct 30. 2023

오~나의 공주님!

나의 뮤즈여.

베개에 머리를 대는 곳. 뒤통수의 가장 튀어나온 부위를 본다. 머리를 말리며 아직도 숨구멍이 열려있던 때처럼 말랑한 머릿속을 만지며 네 부드러운 피부에 입을 맞춘다.



발톱을 깎아주며 또 너의 복숭아빛 나는 발바닥을 조물거린다. 발가락이 끝나는 곳 발바닥이 시작되는, 살이 가장 통통한 부위. 고양이 그것처럼 이쁘고 투명한 말랑이를 지겹지도 않은지 또 문지르고 있다. 나에게도 혹시 고양이 솜방망이가 있는지 확인을 해 보지만 잡히지 않는다. 네 젤리는 놀이터에서 천둥처럼 날래게 달리는 데 꼭 필요한 것일 테니 네 달리기가 멈추지 않는 한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너의 아기냄새는 네가 빠져나간 침대에도 남아있다. 섬유유연제를 쓰지 않는 집에서 가장 향기로운 곳이라면 너의 방일 테다. 무취의 집에서 싫지 않은 너의 냄새에 나는 또 네 방을 어슬렁댄다.


너는 아직도 나에게 아기다. 열 살이나 되었지만, 언제 클지 궁금하지도 않게 너는 아기다. 끔찍한 상상이게도 네가 영원히 아기이길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귀여워하는 너의 외모보다 네 마음은 더 사랑스럽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면. 볼에 손바닥을 올리며 귀여운 동생을 대하듯, 네 언니가 너에게 하듯 쓰다듬어준다. 네 작은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나보다 넓은 마음으로 어깨에 손을 올려 날 품에 담아준다. 내가 원할 때만 이기적인 포옹을 내어놓으라 말해도 성가시지도 않은지 언제나 토닥이며 안아준다.


너의 작은 몸에 얼마나 커다란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까. 나는 궁금하여 그러는지 모르겠다. 너에게 짜증도 내어보고 작은 목소리에 알아챌 말도 화로 내어보는 건. 네 마음의 크기를 가늠할 길이 없는 내 작은 마음은 자꾸 메어리의 크기를 가늠하고 싶은가 보다. 네가 작은 눈물을 삼키며 엄마를 이해하려 할 때도 모른 척한다. 네 마음은 언제나 나를 받아주니 버릇이 없어진다.


너도 곧 사춘기를 맞겠지? 그때는 엄마의 나쁜 버릇을 길 들이려 할지도 모르겠다. 더는 응석으로만 받아줄 수 없다 느낄지도 몰라. 그때 내 마음은 어디서 어리냥을 풀어야 할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나에게 너는 영원한 뮤즈. 말라버린 내 마음에도 사랑을 만들어주는 화수분 단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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