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 51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여름이 좋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손난로를 잡고 있어도 손가락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을 때, 귀가 떨어져 나가기 전에 버스가 올까 궁금할 때.
휴가. 계곡. 펜션. 무덥기 때문에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물놀이 즐길거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 때.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엄마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때.
마지막 말은 나의 '귀여워 죽겠는' 둘째가 느끼는 여름의 감상이다. 여름의 장점을 말할 거면 아이스크림 먹는 건 필수템이다. 물론 추위가 풀리는 봄에도 아이스크림은 맛있고 여름이 힘을 잃는 가을에도 짱이며 이한치한으로 먹는 겨울 아이스크림은 별미. '봄날 성격 급한 사람 취급받거나 가을, 여름을 기억나게 하니 지겹다는 시선이나 겨울에 웬 객기?'로 쳐다볼 한 명의 사람이 신경 쓰인다면? 누구도 뭐라고 시비 걸 이 없이 '자유!'를 외치며 먹을 수 있는 여름은? 역시 아이스크림의 계절이다.
아이스크림 종류가 2주에 하나꼴로 느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신상품 많아요 한번 도전해 보시길1 수박바 2 설렘 3 돼지바 4 부라보콘 5월드콘 6 비비빅 7 누가바 8 메로나 9 죠스 10 바밤바 11 벼밤바 12 아맛나 13 누크바 14호두마루 15 국화빵 16 와일드바디 17 보석바 18 생귤탱귤감귤 19 녹차마루 20 찰옥수수 21 메가톤바 22 스크류바 23 요맘때 24 쿠앤크 25 누크바 26 옥동자 27 순수밀크 28 초코퍼지 29. 깐도리 30 투게더 31 붕어싸만코 32 더위사냥 33캔디바 34 서주아이스주 35 설빙 36 카페오레 37 왕포도알 38 빠삐코 39 탱크보이 40 뽕따 41 빵또아 42 젤루조아 43 찰떡아이스 44 잇츠와플 45 구구 46 슈퍼콘 47 슈팅스타 48 티코 49 셀렉션 50 팥빙수 51 타로밀크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바 혹은 콘아이스크림은?
어느 날은 흑미니 뭐니 하며 유행하더니. 여하튼 신상품도 맛있더군요.우리 둘째가 좋아하는 일명 최애 아이스크림은 '와'다. 7살, 시중에 유통되는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었을 때는 메로나였다. 과자나 공장 간식을 적대시하는 나란 엄마덕에 데뷔가 좀 늦었다. 하지만 쉽게 취향을 밝힐 수 있는 제품이 있다.
목마름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아이스크림이 기분은 풀어줍니다.평소 좀 멍하게 사는 편인 나는 '최애'라 붙일만한 리스트가 없다.
좋아하는 봉지 과자?
최애 할인점 아이스크림?
애정하는 화장품 아이템?(이건 없으면 안 되지!)
아껴입는 옷 브랜드?(로또 되면 다 사고 싶다~)
무사통과되는 색?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음식?(평생 한 음식만 먹을 수 있다고 신이 정하라 한다면?)
가슴 떨리는 연예인?
등등
무얼 물어도 채도가 낮아지는 기분이다.
투게더 한통 파먹는 상상만으로 행복하네요.있으면 세 번은 손을 넣어 먹는 내 손으로 굳이 사지 않는 봉지과자.
애들 따라 들어가면 빙글빙글 돌면서 고른 아이스크림 하나.
없으면 안 그리면 되는 화장품 아이템.
옷은 이쁘면 되니 브랜드의 힘은 약하고.
색은 그냥 검은색이 만만한데 정도.
음식은? 그날그날 먹고 싶은 음식이 아주 잠깐 찰나의 시간 동안 떠오를 때가 있긴 한데 내가 만들어야 하니 귀찮다. 가족 데리고 외식하기도 호들갑스럽다. 냉장고나 파먹자. 배 부르면 아까 그게 뭐였는지 생각도 안 난다.
뭐 대충 이렇다.
싫어하는 쭈쭈바도 오랜만에 한번 먹어볼까요?한마디로 먹고 싶은 음식 찾아 줄 서는 일은 평생 한 번도 없었고. 돈을 모아 무슨무슨 브랜드 옷을 사려고 가슴 콩닥거린 일은 물론. 이 매장 저 매장 헤매며 화장품 아이템 찾아 전전해본 적도 당연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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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좀비인가?
좋아하는 것도 가슴 설레는 일도 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건가? 잠시만요! 잠시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 잠시만 갖고 올게요. 이건 아닌데, 오늘 하고 싶은 얘기가 '자기소개'는 아니니 이쯤에서 주제로 후진.
당신의 최애 아이스크림 혹은 하드는 무엇인가요?
갑자기 "나 김치찌개 먹고 싶어." "닭백숙 먹고 싶다" 식으로 상황이나 다른 사람 생각하지 않고 불쑥 외치는 친구가 있다. 그녀에게 '아무런 방해 없이 무엇에 대한 생각이 깔끔하게 떠오르는 게. 생각의 수면 위로 감정이 맑게 보인다는 게 참 부럽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간을 주고 생각을 해보면.
사실 나도 좋아하는 게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럴 거 같다.
'윌리를 찾아라'책에서의 윌리처럼 무조건 있지만 내 눈에 안 띄긴 해도. 그 녀석처럼 빤히 보이는 곳에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닐까 봐 내가 나를 속이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때는 "이렇게 할까?" 하고 물어준 친구에게 아주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또 어떤 때는 "저렇게 할까?"하고 물어 온 친구에게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 말이다.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어떤 술수 같다. '나는 너에게 무해하다'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아니 싫은데? 이게 좋은데?'라고 하지 않는 버릇. 머릿속에 어렴풋이 답이 떠올랐지만 다른 입력값을 넣어 혼란을 준 후 출력값을 엉뚱하게 만드는 거.
숨 쉬어봐. 네 친구야. 네 가족이야. 알잖아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빙글빙글 돌면서 눈에 띄었지만 괜히 제2. 제3의 선택지만 잡아 올렸다는 거. 그래 나 너랑 나눠먹으려고 쌍쌍바 잡았지만 난, 난 말야. 좋아하는 게 있는 거 같아.
그래 이제는 고백해야 한다. 더 이상 망설이면 올여름엔 못 먹는다.
두 팔을 활짝 펼치고서.
"나! 순수밀크 사러 돌아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