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거 가격 붙일까요?
"허"
"예, 알았어요. 붙일게요"
<이 대화에서 이상한 부분을 찾아 댓글을 다시오>라는 질문에 이상한 게 있어서 댓글을 달수 있다, 없다. 당신의 선택 아니 대답은?
최근에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자음과 모음이 만나니 글자가 되는 게 너무 신기하여 브런치에 마구잡이로 하는 타자질을 위해 모니터 봐야 하니까. 글자 만들기가 끝났는데 할 일이 없으면 '잘 못 그릴 내 그림'도 그려야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살림해야 한다. 살림도 했는데 시간이 남으면 같이 사는 사람들이 집에 다 있는지 숫자도 세어봐야 하고 그럼에도 또 남으면 책도 좀 보는 게 좋을걸? 마구잡이 타자질에 커닝할 글자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한국 영화를 볼 기회가 없다. 지금은 다양해졌지만 한국영화하면 내 기준에 <욕과 폭력, 인간회 뜨기, 핏물, 세트장 다 부수기>였기 때문이다. 채널 돌리다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만큼 폭력성은 넘쳤으니까. 그러니 영화관에서는 아예 보지를 않고 텔레비전에서 공짜로 볼 기회가 있다면 해바라기(언제 적 영화야) 정도 폭력배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보는 정도다.
신세계니 해바라기니 타짜니 하는 좋은 영화.. 를 본지가 오래되어 거기에 사투리가 나오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강렬하게 남아있는 사투리 영화. <친구>에서 너무도 연기를 잘했던 유오성 씨와 장동건 씨의 사투리에 온몸이 오그라들어 영화 몰입이 좀 어려웠다고 하면 이해가 안 되려나? 연기 잘하기로 유명하신 여러 배우들의 경상도 사투리에 영화는 하나도 모르겠고 말투가 거슬려서 그만보고 싶었다고 하면 과도한 반응이라고 하려나?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은 모른다. 부산사투리 대구사투리 거창사투리와 진주사투리들이 음 높이도 다르지만 쓰는 단어에도 차이가 있는걸.
지금 사는 도시에 10년도 넘고 20년은 안 되는 15년을 살았다. 그러면 보통 제2의 '고향이' 정도 붙여줄 준비는 해도 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아니 지금처럼 항상 이곳 사람들과 붙어있다 보면 혼자 빵 터진달까? 이곳에 사는 지역 사람들, 어른들이 귀여워 꽉 깨물어버리고 싶을 때가 불쑥 찾아온다.
같이 일하는 채소언니는 60세(라고 하니 할머니 나이 같아 보이지만 아직도 공중부양 하며 다니신다. 언니 말로는 십 년만 젊었으면 날아다닐 텐데 하지만 지금도 거의 발은 뜬 거 같다.) 정도라 요즘 이 지역 사람들이 쓰는 말보다는 좀 된(?) 시절 언어를 쓰긴 하겠지만 무슨 말을 하면 긍정의 의미로 "허"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니까 "언니 시댁에서 받은 땅이 하동에 있다고 하셨죠? 농지원부 필요한 그곳" 하고 물어보면 "허"라고 대답을 하는데 그게 대충 말대꾸로의 "응"이 아니라 조금은 격하게 공감을 표한달까 "그렇지!" 하며 무릎이라도 치면서 반응할 때 대꾸가 이렇게 나온다.
또 다른 동료인 과일 직원은 특유의 개미 같은 발재간으로 바쁘게 다니면서 말도 많다. "언니, 제가 아침에 너무 바빠가지고 화장실도 못 가고 죽을뻔했다예" 군대 같은 시댁 갔다 온 후유증인지 말끝에 했지"말입니다"처럼 했다"예"를 붙인다. 부산 사람인 나는 시댁인 남해에 가서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말한다고 "밥 했으예"했다가 이것은 존칭이다 아니다 새아기가 엉뚱해서 지마음대로 하는 걸 거다 하며 나름 '내기'에 걸며 몇 년을 "~예"어투 놀리는(?)데 사용을 하였더랬다.
오늘 <우리 슈퍼>에 첫 선을 뵈는 손님이 오셨다. 대문간에 서서 "계십니꺼?" 하듯이 없는 문지방을 밟고 서 말을 걸던 분이다. 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밖과 안의 중간 지대에서 약간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내었다.
"때끼칼 있어요?"
"예? 무슨 칼이요?"
"때끼칼 때끼칼요 연필 깎는 칼"
뭐라는지는 모르겠고 칼이라니 우리 슈퍼 조끼 주머니에 항상 넣어 다니는 <도루코 새마을칼>을 빼내어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어, 어 맞는데 이것보다 조금 더 큰 거 없어요?" 한다.
"무슨 칼이라는 거예요? 언니?" 커닝을 하려 채소 언니에게 구조신호.
"허, 오랜만에 들어보네. 연필 깎는 작은 칼 말이다."
"뭐라고?"
"때끼칼이라쿤다"
"하하하 아 진짜? 와 신기해. 때끼칼이라고요?" 손님 칼 찾아주는 건 관심도 없고 말이 너무 재미있어 한참을 채소언니에게 또 손님에게 물어보다 생글생글 웃으며 손님 어깨까지 쳐가며 호들갑스럽게 3가지 칼을 보여드렸다. 도루코 칼이랑 칼날 교체하는 드르륵 소리 내는 카타칼 2종류를. 카타칼은 어중간히 커서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도루코 새마을칼을 두 개 사서 가셨다.
-오늘 나의 일기-
나는 오늘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국어공책에 하나 적어놓으려고 사전을 찾아보니 뜬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 이곳 지역이름의 사투리사전도 본 것 같다. 수요일마다 도서관에 가는데 다음 주는 사투리사전에서 단어 찾아서 외우고 사전 씹어먹 -안돼 도서관책이야-지 말고 잘 써먹어봐야겠다고 다짐하여 본다. 오늘 일기 끝
다음 사전에서추신
문현국민학교 O학년 9반 짝지했던 김민주이 잘 사나. 니가 나왔던 <사랑>이라는 영화에서 니 사투리 잘 밨다. 니가 어릴때부터 정직한 편이어서 연기가 스울 말투로 하는그는 잘 안 늘드만 부산사투리하는 그 양아치 연기는 자라데? 인자 니가 결혼도 했든데 추카하고 잘 살아라. 담에 동창해하믄 함 보자. 그때도 나시 두개 겹쳐입고 오이라. 20년도 더 된 모델시절 그때 니 패션 쫌 주깄다.
김민주이의 <사랑>영화 속 한 장면
*과일직원 말로는 밤까는 엄지손가락만한 칼을 때키칼이라한다합니다. 여튼 작은 주머니 칼